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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누수 (마지막 편)
게시물ID : freeboard_2033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일만
추천 : 0
조회수 : 8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0/19 1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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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일만 단편선: 누수 (마지막편)


열두 시간을 꼬박 내리자고 일어났더니 몹시 배가 고팠다. 오랫동안 비웠던 집이였기 때문에 먹을 것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규태는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면을 다 먹고 났더니 산책이 하고 싶어졌다. 규태는 신발을 신고 나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산책을 하면서 다음의 일을 구상할 셈이었다. 일단 회사로 돌아가야지. 모아둔 저축액은 바닥난지 오래였다. 다시 돈을 벌어야 했다.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엇, 안녕하세요?”

502호 부부였다. 

“아. 402호. 집을 계속 비우셨나봐요. 저희가 몇 번 찾아갔었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저희 집에요? 왜요?”

“알고보니 누수가 6층에서부터 일어나는 거였어요. 저희집도 벽지가 젖었거든요. 그래서 업체 불러서 해결했어요. 4층도 괜찮아졌죠?”

“아…”

규태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게 혹시 언제였나요?”

“한달 전에요.”

‘이런 시발!’

규태는 어설프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산책로까지 단숨에 달려가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용신 이 자식! 소원 하나를 날로 먹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손가락을 복구해달라고 하는 건데! 아니, 강남의 아파트를 달라고 하는 건데!

잠깐 전속력으로 산책로를 뛴 다음, 규태는 풀밭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하하하.”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났다.


*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지 일 년이 지났다. 규태는 그 일 년을 참 바쁘게 보냈다.

우선 퇴사를 했다. 그리고 배달을 뛰었다. 음식 배달을 하면서 도착지가 어디든 계단을 이용했다. 10층, 20층, 심지어 30층까지 걸어올라갔다가 걸어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배달 시간을 단축해 더 많은 배달을 할 수 있었을테지만 규태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체력이었다. 다음 모험을 떠나기 위해서는 전보다 강한 힘과 정신력이 필요했다.

언어공부도 했다. 영어와 중국어. 전세계로 모험을 떠나려면 최소 그 두 가지 언어의 기본은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해 다양한 채널을 보며 회화를 익혔다.

잠은 잘 왔다. 곰팡이 냄새가 없기 때문이었다. 규태는 잘 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표 있는 삶이란 게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도.

“맛있게 드세요.”

규태는 음식을 건네고 손님에게 인사했다. 휴. 마음이 홀가분했다. 마지막 배달이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용신을 만난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드래곤볼은 한번 소원을 빌면 1년 동안은 돌로 변해있는데, 내일부터 정상이 될 것이었다. 규태는 볼을 다시 모으기로 했다. 다시 모아서 손가락을 얻든 강남 아파트를 얻든 할 생각이었다.

배달을 마친 규태는 집으로 돌아가 정갈하게 식사를 차려먹은 뒤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가야할까.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로는 2성구가 러시아에, 4성구가 인도네시아에, 6성구와 7성구와  북미와 유럽에 흩어져 있었다. 1성구는 다행히 한국에 있었고, 3성구와 5성구는 아직 위치를 못 찾은 상태였다.


-띠링.


그때 문자가 왔다. 규태는 발신인의 이름을 얼핏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사리였다. 이 새끼가 나한테 왠일로? 


“아이 헐드 유아 루킹 포 드래곤볼 어게인…”


영어로 쓰인 그 문자를 이제는 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사진을 열어보니 왕씨 꼬맹이가 거대한 책상에 앉아 활짝 웃고 있었는데, 책상 위에 놓인 것들이 규태의 눈을 의심케했다. 하나는 둥그런 유리 케이스 안에 진열된 규태의 손가락이었고, 다른 하나는 은쟁반이었다. 쟁반 위에 주먹만한 드래곤볼 2개가 있었다. 3성구와 5성구였다.

‘x새끼.’

 

규태는 미소를 지으며 인터넷 창을 열었다. 그리고 북경행 비행기표를 찾기 시작했다.

 

 

다운로드.jpg

사진 출처 : pinterest

 

 

 

*노일만 단편선 시즌1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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