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안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더니
(구라 하나 안 보태고 저는 지난 여름 약 2개월 정도는 연재 고료 외에는 수익이 일절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영업자는 항상 돈이 들어오게 채널을 단단히 하면서 작업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전 아부지 수술과 아이 출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강행했던 저의 출간 등등 ㅡ
일을 일처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달 중순쯤부터 해서
간만에 일이 좀 몰렸네요.
소책자 1권, 시집 3권.
어째 이번에 운 좋게 시집 작업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여튼
여차저차해서
이제 숨 좀 돌립니다.
그래도 아직 맞춤법 교정은 남아있지만.. 표지, 내지 디자인 레이아웃은 다 잡아뒀으니 뭐
어떻게든 또 되겠죠.
AI가 이미지 생성하는 시대라 사실 종이책 편집 작업도 저같은 쩌리부터 시작해서 조만간 정리 안되겠나 했는데
아직은 AI의 몇 % 부족한 감성 덕에
마지막 후공정은 제가 해줘야 하다보니 업이 이어지긴 하네요.
일을 하면서 느낀 거시기를 말해보자면
1. 소책자
이건 모 대학 지방 대학의 취업처에서 만드는 겁니다.
저는 지인이 그 대학과 이런저런 교육 사업을 하는 중이라
지인으로부터 외주를 받은 격이었죠.
여튼 기업에 취업성공한 졸업생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여
후배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요지인 책자입니다.
그러니 꽤 괜찮은 대기업 취업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겠죠.
제가 경악했던 건 그들의 비문과 맞춤법 ㅋ
뭐, 물론, 모교 취업처에서 부탁, 부탁해서 해주는 거라 귀찮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 쓰다니... 하...
학적이 4점대면 뭐하고, 외국어 잘하면 뭐하나, 대기업 취업한 이들의 국어 실태가 이러한데 생각드니 좀 멘붕 왔었죠.
2. 어르신들 시집
모 기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도 주시고
대상으로 시집도 함께 만들어보자 같은 취지였나 봅니다.
무려 AI로 이미지 생성도 해서 삽화로도 쓰시고요.
운 좋게 기관에서 써칭하다가 제 흔적보고 연락주셨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베스트로 모시겠습니다 하고 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음..
작업하며 들었던 생각은
시에 걸맞는 이미지를 어르신들이 직접 맹그신 것들을 보니
조만간 어르신들이 AI 이용해서 내 밥그릇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ㅎ
그만큼 AI로 가능한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고,
사용자들도 점점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어요.
3. 기존 계약자의 재계약
저를 통해 출간해서 시집을 판매하던 시인께서 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원고를 들고 오셨습니다.
이분도 기본 표지는 미드저니로 그려오셨더라고요.
솔직히 시집의 경우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 제가 오히려 작업비를 받고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 전체에서 거의 9할입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시는 잘 안 팔려요. 소설도 심각한데, 시는 정말 심각합니다.)
이런 경우를 만나게 되니 저도 좀 난감하더군요.
표지를 그려오긴 하셨지만, 수정은 필요하고ㅎ
어쨌든 기존 고객이라
저렴하게 표지값이라도 빼드리고 싶어도 제 노동력이 제공이 안되는 건 아닌지라ㅎ
이게 참 그러합니다.
예민하신 분들은 기본 시안이 정해져도 폰트 위치, 폰트 종류 바꾸는 것만으로도 며칠이 걸립니다...
이 분도 그려오신 거지만, 주고받은 톡만 해도 꽤 됩니다.
아무래도 종이책은 세상에 나오면 수정이 안되니까요.
그만큼 한 번에 여러 가능성을 쪼개어 파일로 변환 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서 손이 많이 가긴 했네요.
그래도 매우 쿨한 편이셔서 굉장히 빠르게 작업이 완료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만감 교차.
아, AI님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감사하옵니다 ㅎㅎ
4. SNS 인연의 도움
최근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께서 지인 아버님을 위한 출간 작업 하고프시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이 분은 직접 그림도 그리시더라고요. 널찍한 캔버스에.. 물감 써서.. 새삼 부러운 재능 ㅎㅎ
여튼 이러면 또 표지는 그래도 쉽겠다 싶었는데 ㅡ
아하 ㅡ
일 때문에 러시아, 중국, 독일 이렇게 좀 돌아다니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다 그려진 물감 위에 캔버스가 눌려서 흔적들이 남은 작품들...
프로는 또 이런 걸 지나칠 수가 없죠.
AI를 잘 쓰면 모르겠습니다만,
무식한 저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포토샵에 들어가 한땀 한땀 스탬프로 채워넣기를 했습니다ㅎ
하고나니까 깔끔하니 뿌듯. 뿌듯.
의뢰인도 대만족ㅎ
(사실 좀 변태라서 자서전이나 회고록 같은 작업을 의뢰받으면 삽입되는 과거 사진 보정하면서 혼자 흥분하고 만족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AI에게 맡기는 법을 알아서 맡겼다면
클릭 몇 번이긴 했을 겁니다..
그 생각하니 이것도 무섭..
여튼
그래서 전 일을 하는 와중에도
늘 AI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요.
이렇게 일을 해도 무서워욤 흥칫뿡야
아,
마누라 밥해주러 가야징
출처 | 나의 두려움 ㅋ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