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받은 이후에 지난 그의 작품들을 보며 다시 문체주의 소설에 매료되고 있는 요즘이다.
문청 시절 무척이나 좋아했던 한강, 신경숙 작가님들의 작품들.
한 줄 한 줄 필사하며, 필사노트를 가슴에 품고 다니며 대중교통을 이동하면서도 읽고, 밥을 먹으면서도, 쉬는 시간에도 짧게 틈틈이 읽었었다.
소설은 보통 전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소설의 매력이라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그냥 시를 읽는 것처럼 한 문장만 따로 떼내어 읽어도 그것만의 깊이와 감동이 있었다.
그런데 오래도록 그 시절을 잊고 지내다가 한강 작가님께서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펼쳐들게 됐는데... 시간이 흘렀었도 여전히 낡지 않고 세련되며 깊이 있는 사유에 그저 놀라울 따름인...
암튼 서론이 좀 길었는데... 그렇게 다시 문체주의 소설에 매료되다가~
최근에 문학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문체주의 소설에 다시 빠져들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소설책 한 권을 추천해줬다.
배매아 소설가라고 2021년에 등단한 신인작가인데, 첫 소설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내공과 정말 미칠 듯이 아름다운 이미지와 문장들로 나를 매료시켰다.
20대 시절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하는데, 이번에 배매아 작가에게서 비슷한 강도의 감동을 느꼈다.
<결>이라는 소설집에는 총 6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문체주의 소설이 대개 그러하듯 특별한 사건과 이야기는 없다.
<결>은 진숙화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그녀의 노래에 관한 비하인드를 추적해가는 미스테리 소설이고,
<파위나 모드>는 태국에서 벌어지는 연애담서사가 주를 이룬다.
<나우>는 고양이의 음성(얼핏 '야옹'과 '나우'라는 음성이 비슷하게 들리는데)에 대한 언어적 사유를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이고,
그외 다른 작품들도 대체적으로 여행서사 또는 음성학적인 키워드에 맞춰 소설이 진행된다.
추천사에 권지예라는 소설가가 "언어로 작곡한 피아노 소품을 듣는 듯하다"라고 평을 남겼는데~
진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책을 눈을로 읽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듯한 느낌이 들렸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너무 기대되는 배매아 작가님!
부디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