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들 그러시겠지만, 연말이 오면 늘 그렇듯 약속자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나 친구들끼리나 아니면 동호회랄지 저마다 속해 있는 커뮤니티마다 한 해를 기념하기 위한 자리들이 만들어지죠.
그동안 고생했다며 서로를 격려해주고 술잔을 부딪치며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고, 힘들었던 일 또는 재밌었던 일 등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대도 형성이 되고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들면서 즐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공허함이 물밀 듯 밀려오며 울적함에 노출이 되곤 합니다.
매번 경험하는 일이라 적응이 될 법도 한데...
매년 이 시기만 되면 비슷한 증상이 찾아오고, 조금도 익숙지 않은 제 자신을 보며 당혹감에 휩싸입니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거웠는데... 왜 이렇게 공허한 걸까요?
이 아이러니함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답을 알 수도 없겠지만, 있다고 해도 저마다 이를 감각하는 포인트들이 다다를 테니, 직접적인 조언을 얻긴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왜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는지 궁금해, 어제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말 진진하게 생각해보았는데요.
저의 경우, 감정의 낙차를 잘 못 버티는 타입이라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감각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고독이랑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가 고독이라는 존재를 잠시 잊게 되는 것이죠.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결별한 것처럼.
그런데 다시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고독과 마주하면 이를 견디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연인들이 이별을 겪은 후, 상대의 부재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고독은 당사자와 다른 사람 사이에 놓인 공간의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닌가 봐요.
어찌 보면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모임자리에서 더 외로워지지도 않도록 제 자신을 잘 지킬 수 있게 멘탈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