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하다
낡고 바랜 옷가지만큼이나
생기를 잃은 눈동자로 봅니다
비가 내려야 겨우 시원해진 거리를
그제야 색을 가지는 사람들을
오르려고 두 다리로 버티고
오르다 손톱이 벗겨지고,
그들 웃음소린 바람에 흩어져도
곧장 다시 빈자리를 채우더이다
웃음도 아팠습니다
햇볕은 더욱 아팠습니다
쉰 방에 누워 죽음과 작별하고
새벽을 만날 때도 그랬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쓰러진 게 아냐
잃은 것이 많아서 그런 거지
피어보고 싶지 않습니다
난 꽃인 적이 없습니다
내 술취한 젊음이 절망할 때는
이 얼굴엔 조양의 후끈함이 닿겠지요
가깝고, 그리고 유일한 꽃내음을 절박하게 끌어안고
피로써 만개할 내 비참함을 겁내고 또 잊는 거랍니다
바람은 차가워요
죽기 싫어 거둔 설움이 있습니다
마저 울면 기어이 죽어버릴까 봐
난 밤을 피해 웃음을 쫓습니다
술로 나를 젖게하고 연기로 나를 부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