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야 엄마가 너무나 미안해.
어렸을때 부터 엄마 아빠 싸우는걸 너무 많이 봐서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 절대로 내 자식 앞에선 싸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 또 다짐했는데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내 뱃속에서 열심히 꼬물거리는 너에게
하루가 멀게 아빠의 고함소리와 엄마의 울음소리만 들려주어서 미안해.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닌데 너무 힘이 드나봐.
머나먼 타지에 나와있고 일들이 생각보다 잘 안풀려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래.
엄마도 너무나 요즘 삶이 힘들단다 아가야.
맨날 싸울때마다, 우울할때마다 네가 있는 배에 손을 대고 '엄마는 괜찮아, 그냥 아빠랑 큰소리 내기 놀이를 하는거야' 라고 중얼거리지만
사실 계속 힘들어 자기 살아 남기도 바빠 자기 생각만 하는 아빠도 많이 밉고 정말 의지할곳이 하나 없어서 너무너무 힘들단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아가야.
엄마가 죽으면 울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 아가도 몸이 아파서, 태어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데,
그만큼 엄마가 다른 산모들보다 더 지금 몸에 좋은거 많이 먹고 이쁜 생각만 해야하는데
엄마가 항상 울고 있어서 미안해.
그래도 우리 아가가 뱃속에서 '엄마 나 괜찮아요' 라고 하는듯 움직여 줄때면..
엄마는.. 그 순간 만은 행복하단다.
어제는... 정말 이곳에 와서 3개월동안 너무 힘들었었는데 그 힘든 시기 동안 모아두었던 모든것이 날라갔단다.
엄마가 우리 아가랑 아빠랑 맛있는거 해줄려고 잠시 나갔다 오는 동안 나쁜 아저씨들이 와서 모든걸 가져갔단다.
힘들게 힘들게 모아둔 적다면 적은 5백만원, 하지만 지금 엄마 아빠에겐 희망이었단다.
아빠가 엄마한테 사줬던 반지와 귀걸이들... 아빠가 엄마를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줬을때 선물해준건데
언제 그때처럼 엄마를 다시 사랑해줄지 모르는데... 참 야속하다 세상이 그렇지?
아빠는 다 엄마 탓이래.
나쁜 아저씨들이 들어온것도 문을 제대로 안잠그고 간 엄마탓.
엄마는 분명히 잠갔는데.. 아빠는 넋이 나가서 엄마 말은 들어주려하지 않아.
지금 이곳에 와서 고생하고 있는것도 엄마탓.
다.. 전부 다 엄마 탓이래.
맞아 아가야, 어쩌면 다 엄마탓인거 같기도 해.
예전엔 그런말을 들으면 억울했는데
요즘은... 그냥 다 엄마탓인것 같에.
아빠도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는데 엄마때문에 많은걸 포기했거든.
엄마는 아빠가...
좋아.
그런데 싫어.
아가야 모르겠어.
엄마는 아빠가 무서워.
아빠가..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
아빠가 고맙고 좋아.
그래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
엄마가 아빠를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면 결혼하지 않았을꺼 같아.
아가야.. 미안해.
엄마가 다 미안해.
우리 아가 태어나면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행복한 공주님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뱃속에서부터 사랑의 말만 속삭여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