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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소설 끄적여 봤어요
게시물ID : readers_155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utsiders
추천 : 0
조회수 : 1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8 01:24:05
-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승객 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승객 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끈이 제대로,,,,,,,,
 
- 안내말씀 드립니다 ,,,,,,,,
 
- 안내말씀,,,,,,,,
,,,,,,,,,,
 
-,,,,,,,,,,,,,,,,,ㄴ,,,,,,
 
-,,,,,,,,,,,,,,,미,,,,ㄴ,,,,,,,,,,,
 
-,,,,,,,,,,,,,,,,유,,,,,,,,,민,,,,,,,,,,,,,,,,,,,,,,
 
“유민아!”
 
 
눈꺼풀이 무겁다. 온 몸은 차갑다. 유민은 소스라치면서 고개를 들었다.
 
“유민아! 다행이다 정신 차렸어?”
 
유민은 입을 열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건 말이 아니라 신음소리였다. 목은 유민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목까지 들려 올려 진 구명조끼가 자꾸 목을 조여 왔다. 사방을 뒤적여 친구의 손을 잡은 유민은 그제야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눈을 떴다. 시야는 안개처럼 뿌옇게 번져있었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방송소리가 들려왔다는 것도, 헬기가 도착했다는 것도 들었다. 아이들은 모두 공황상태에 빠져서 뛰쳐나가려했었다. 유민도 그
중 하나였다. 유민은 복도까지도 나가지 못했다.
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무너진 선반은 두려움 끝에 발걸음을 내딛은 유민의 머리 위로 쓰려져 내렸다.
 
그 이후로는 정신이 없었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바닥에 다리를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뒤로 고꾸라져버렸다.
 
물이 순식간에 차고 올라왔다. 입속으로 짠 바닷물이 들어왔다. 허우적거리다 잡은 친구의 손에 유민은 가까스로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구명조끼가 벗겨진단 말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이 복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는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 옆으로 기울어져버린 것이었다. 유민은 그 복도 한 가운데
에 있었다. 자신이 있던 방 문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은 안 순간 유민은 자신의 상황을 어렴풋이 눈치 챘다.
 
“우리,,,, 구조되지 못한 거구나?,,,,”
 
목까지 차오르는 검은 물속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유민은 친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붙잡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친구는 창살 너머에 있었다. 잔해가 가득 올려 진 창살, 그것을 얼마나 들어내려고 했는지 친구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손은 차가웠고 온 몸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마비되었지만, 손을 따라 느껴지는 피의 따스함은 유민의 왼 손을 녹이고 있었다.
 
“유민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걸 들어낼 수가 없어,,,, 안 움직여,,,, 아무리 들어보려고 해도 안 움직여,,,,”
 
유민의 눈동자는 공포로 가득 찼다. 물방울이 떨어졌다. 물방울이 아니라 친구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친구의 떨고 있는 모습
에서 비로소 유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괜찮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말없이 눈물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이도 물은 더 이상 차오르지 않고 있었지만, 위로 올라가는 복도를 가로막은 철창은 무거워 보이는 잔해를 올려놓고
도 벽에 박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유민은 손을 더듬어 주머니를 뒤졌다. 휴대폰이 만져졌다. 얼굴에 물이 차오르면서 몸이 흔들렸지만, 간신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화면은 점멸하고 있었지만 다행이 아직 작동했다. 한 손은 친구의 손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의 화면을 넘겼다.
 
수많은 염려의 메시지들이 한 가득했다. 메시지는 아직도 도착하고 있었다. 유민은 메시지를 넘기면서 부모님의 메시지를 찾았다.
 
“유민아!”
 
유민은 동작을 멈췄다. 사방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배가 다시 침몰하기 시작한 것일까, 물거품이 수면으로 폭발하듯이 올라왔다. 시야는 물거품으로 가
득 찼다.
 
눈앞이 아찔해왔다. 구명조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물이 머리위로 올라갈 정도로 몸이 가라앉았다. 긴장한 탓에 몸
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절망적인 자조가 머리를 뒤따랐다. 하지만 휘적거리던 유민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더 이상 몸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민은 재빨리 가방을 벗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구명조끼의 잠금 장치를 풀었다.
 
공기를 들이키지 못했기에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유민의 몸은 굼뜨기 그지없었다. 앞은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두웠다. 휴대폰을 쥔 왼손을 놔두
고 오른손으로 주변을 더듬거리던 유민은 작은 지지대를 찾았다. 그것을 붙잡고 유민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수면을 향해 몸을 밀어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한 것은 처음이었다.
 
팔이 수면위로 오른 것이 느껴졌다.
 
일단 살아야한다. 유민은 친구의 손을 붙잡고 잔해를 짚고 몸을 위로 띄우면서 철창을 잡았다. 간신히 수면과 아까 정도의 간격이 생겼지만, 아직도 기
포가 올라오면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유민아! 유민아 괜찮아?”
“콜록! 콜록! 괜찮,,, 괜찮아”
 
실감이 났다. 자신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부들부들 떨리는 왼 손은 그 와중에도 휴대폰의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친구들의 메시지가 보였다
어머니의 메시지가 보였다.
 
유나의 메시지가 보였다
물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메시지가 보였다. 아직 소식을 모르시는 걸까?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아 아버지와의 대화는 가장 아래에 있었다.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나. 어릴 적 아버지 어머니가 이혼했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자라왔지만 슬프지 않았다.
 
아버지는 몇 번 찾아오지 않았지만,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어머니는 재혼하여 간신히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걱정이었다. 아직도 힘들게 새벽부터 나가 일하시는 외할머니, 유민은 외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기억했다. 그 손으로 자매를 기르고
멋모르던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어떤 짜증을 내도 받아주던 그 손을 기억했다.
 
그리고 동생 유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기서 죽게 된다면 분명히 유나는 어머니와 할머니께 내 몫까지 효도하겠지?
 
유민은 팔을 철창에 걸쳤다. 물이 눈 밑까지 차올랐다. 수면위로 살짝 올라온 입은 공기와 바닷물이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고통스럽다.
 
물이 눈 위까지 올라왔다.
 
그 때
휴대폰을 쥔 왼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유민은 필사적으로 눈을 떴다. 일렁이는 물 위로 어렴풋이 메시지가 보였다.
 
 
아버지의 것이었다.
 
아버지와의 만남을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일이 있으셨는지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하지만 유민은 안심했다.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가 딸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유민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팔에 힘이 풀려 철찰에서 흘러내렸다.
 
친구의 울부짖음이 이젠 들리지 않았다.
 
가득 차오른 물 밑은 오히려 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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