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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과학의 폐해
게시물ID : panic_155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시in맨유
추천 : 5
조회수 : 32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21 12:21:10
학계의 멍청한 녀석들이 늘 불가능하다고 떠들어대던 일을 나는 해내고야 말았다. 바로 타임머신을 개발한 것이다. 세상에. 바로 내가 말이다. 혹시 오류가 있을지 몰라 몇 차례에 걸쳐 시험 작동을 해봤지만 아무런 부작용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걸 세상에 발표해서 날 비웃던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까? 아니면 정부를 꼬득여 돈과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상용화해서 너나 할 것 없이 타임머신을 사용하게 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 세상이 어찌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만 만약에 어떤 멍청한 녀석이 내 조상 중 하나를 죽이게 되면 나는 그야말로 새 되는 것이다. 정부에 넘기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그들이 비밀을 지키려고 날 죽이려 들면 어쩔 것인가?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하겠느냐만 나로선 절대 사양이다.



게다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돈은 쉽게 벌 수 있었다. 과거와 미래 어느 쪽이든 갈 수 있는 마당에 복권이든 주식이든 그것은 선택의 문제였다. 난 주식 쪽이 좀 더 좋았다. 복권에 중복 당첨 되는 것 역시 괜한 의심을 불러올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남은 것은 뭐가 있나. 그저 즐기는 것 뿐. 돈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옷, 좋은 차는 물론이고 원하면 얼굴도 바꿔준다. 



돈을 벌어들인 후 순전히 즐길 목적으로 타임머신에 올랐다. 어디로 갈까. 조선시대는 그저 똥냄새 풍기는 구역질나는 시대에 불과했고 너무나 먼 미래는 내가 지각하고 있는 세계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일 것임이 분명했다. 괜히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 내가 오가는 것은 20~30년 전후. 이것이 가장 좋은 것이었다. 과거는 촌스러웠고, 미래는 내가 촌스러웠다.



먼저 과거로 갔다. 클럽에 가 여자를 꼬시고 하룻밤을 보냈다. 물론 관계가 끝나자 나는 돌아왔다. 그리곤 다시 미래로 갔다. 가서 한 일은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 결국 남자에게 남는 건 섹스가 아니던가.



매일같이 그런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그것들이 슬슬 지겨워질 찰나 나는 선을 봐서 결혼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개과천선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5년 후에는 어머니가 죽었다. 사실 어머니가 있었는지도 까먹고 있었지만. 유품을 정리하던 중 서랍장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성형외과에서 날아온 편지였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50년 전부터 성형은 그저 일상 생활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같이 떨어진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의 뒷 장엔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사진에 나온 얼굴은 내가 맨 처음 하룻밤을 보냈던 그 여자의 얼굴이었다. 



충격에 머리가 얼얼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딸이 현관에 나와 나를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에, 딸 역시 내가 미래에서 관계를 맺은 그 여자의 얼굴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요는 내가 나의 아버지였다. 게다가 미래의 딸 역시 젊을 때의 나와...머리가 아팠다. 나는 흔들리는 몸을 가누며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타임머신을 숨겨 둔 건물로 갔다. 타임머신 안으로 들어선 나는 골프채를 들어 계기판을 마구 내리쳤다. 스파크가 일었다. 제멋대로 전원이 켜지더니 우우웅 소리를 내며 타임머신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서둘러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주변은 어느새 처음보는 열대 식물로 가득했고, 내 눈앞에는 책에서나 보던 티라노 사우르스가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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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퓨처보다가 저 때에 성형수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장난삼아 써본 개그꽁트에요.


게시판 특성에 안 맞는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니 지우라시면 지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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