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덕중학교 신입생. 1학년에 도덕을 3년치를 몰아 들었다.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과학은 2학년에 몰아 듣는다고 한다. 2학년을 기다려 본다.
2학년에 아버지 직장 문제로 덕도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와서 보니 여기는 2학년에 도덕을 3년치를 몰아 듣는 학교였다. 난 1학년에 3년치 도덕을 다 들었는데? 또 듣기 싫어(중복 이수 불희망) 공강 활용 신청을 했다. 도덕 시간에는 도서관에 혼자 가 있었다. 사서 선생님과 놀고 도서관에 있는 만화책을 모두 읽었다. 공부하려고 가져간 책을 혼자 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앗! 덕도중학교에서는 과학을 1학년에 몰아 들었다고 한다. 이미 내 친구들은 모두 과학 박사가 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학! 과학을 못 듣는다니... 그럼 내 과학 내신 점수는 어케 되는 거지? 오... 집에서 버스로 40분을 가야 하는 과학중학교에서 과학 특별 보충 수업이 있다고 한다. 매일 학교 끝나고 그 중학교로 고고씽! 또 다른 학교로 가야 하고 학원도 못가지만 내가 좋아하는 과학 수업을 방과후에 몰아들을 수 있으니 좋기는 개뿔 피곤해 디질 것 같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과목들이 2학년에 들어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런데 그럼 뭐하나. 내신 반영 비율이 1학년은 20%, 2학년은 30%, 3학년은 50%인데 30%밖에 반영되지 않는 2학년에 성적이 좋으면 뭐하냐고... 예상대로 3학년이 되니 싫어하는 과목이 왕창 들었다. 죽쒔다. 50% 반영되는 3학년 내신 긁고 있다. 좌절모드 100% OTL...
아버지 직업이 직업인지라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또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전학간 학교는 덕도중학교에서 3학년 1학기에 듣고 있던 미술 대신 음악을 3학년 1학기에 듣고 있었다. 미술 중간고사 점수를 인정해 줄 수 없단다. 내 미술 점수...T.T 중간고사까지 듣지 않았던 음악을 시험보는데 기말을 잘 치르지 못했다. 음악 학기 전체 점수가 낮았다. 또 급좌절... 그럼 내 미술 내신성적은 어케 하나? 또 미술중학교에 가서 듣거나 미술하고 묶인 교과군인 음악 점수로 미술 점수를 대체해 준단다. 음악 못 봤다니까!!! 하지만 고등학교를 앞두고 영어, 수학을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하기에 또 미술중학교에 방과후에 가는 짓거리는 죽어도 못하겠다.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그나마 음악선생님은 너무 이쁘고 상냥한, 또 학생들을 배려해 줄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내 담임선생님은 좀 무섭고 터프하다. 음악선생님이 담임인 반은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담임을 맡지 않으신단다. 물어보니 2학기에는 다른 학교에 가셔서 그 학교에서 아예 계시면서 음악을 가르치신다고 했다. 담임을 잘 하시고 학교 업무도 탁월하신 선생님들이 학기마다 이 학교, 저 학교 돌아다니면서 몰아 가르치기를 해야 하시는 관계로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 담임을 더 하게 되어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또 그렇게 학기마다 돌아다니는 선생님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누가 1년 단위도 아니고 학기마다 학교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좋겠는가? 또 겸임선생님들도 허벌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요일마다 떠돌아다니는 것은 인생은 나그네라는 노래의 취지에 맞는... 맞기는 개뿔! 이주호 너나 맞아라!) 그렇잖아도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치이며 힘든데 교사로서의 기쁨과 성취감은 더 낮아졌다고 하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에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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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어교사다. 내 과목은 3년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도록 결정되었다. 그래서 바뀐 교과과정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교사 수급에 변동이 생기거나 겸임, 학기제 운용과 같은 수업을 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담임을 탁월하게 하는 예체능 교과나 과학, 도덕과 같은 교과 선생님들이 담임을 못하고 다른 학교를 오가게 되면 나를 포함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 담임을 더 빠짐 없이 해야 한다. 담임을 하면 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보람도 있지만 훨씬 힘든 것도 사실이다. 2~3년 담임 했으면 1년은 빠져 주고 하면 좋은데 바뀐 교과과정은 그럴 여지를 더 주지 않는다.
또, 과목이 다른 교사들간에 서로 어려움 주면서 싸우게 만든다. 다른 학교들의 2011년 1학년 교과과정 내역을 펼쳐 놓고 과목별로 교사들이 1명씩 모여 어떤 과목을 집중이수하게 만들 것인지 토론하는 자리는 정말 살벌했다. 힘을 모아 학교 운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왜 서로 불편하게까지 만드는지... 이주호 개객끼.
과목에 따라 좋아하는 과목도 있고, 싫어하는 과목도 있고. 그래서 일주일에 다양하게 삶의 희노애락을 맛볼 수 있는 것이(좋게 말하면)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추억이 아니던가? 그런데 집중이수를 하게 되면 학년에 따라 지옥같은 학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과목 자체는 관심이 있지만 선생님이 싫은 경우도 마찬가지.
전학을 가거나 오는 문제는 또 어떠한가? 위에서 다룬 문제는 빙산 일각에 불과하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할 것이다. 미이수 과목에 대해서 해당 학교에서 오후에 보충을 해 준단다. 누가 할 건데? 이주호, 네가 와서 해라. 거점 학교를 만들어 그 학교에 가서 미이수 과목을 듣는단다. 거점학교에서 학원 강사라도 채용할 건가? 그 학교 교사가 할 것 아닌가? 아하, 보충수업료를 받아서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배려해 주는 거구나! 목 아픈데 보약이나, 성능 좋은 마이크는 사주고 추가 수업 시키는지 모르겠다. 그런 추가 수업 시킬 거면 교사의 행정 업무는 빼 주겠지? 안 빼주고 이런 짓 시키면 나쁜 놈이란다, 이주호.
자료를 보면 전학생의 미이수 과목에 대해서는 과제수업이 40%, 과제첨삭지도가 40%, 출석수업이 20%로 보충 학습 과정을 운용한다고 한다. 즉, 실제로 교사와 대면하여 듣는 수업은 20%이고 나머지는 학생이 혼자 과제를 하고 원격, 혹은 제출한 과제를 점검하고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80% 수업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어디 수업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학생이 무언가 배울 수 있겠는가? 그래 놓고 평가는 모두 할 것인가? 전학은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라 해야겠다. 무슨 “청탁, 하지도 받지도 맙시다” 라는 공익광고 같네. 광고 때리기 전에 니네나 잘해라. 윗물이 맑지 않아도 아랫물은 맑아야 한다는 웃긴 나라.
행정업무 경감 통해 교사의 본업인 수업에 집중하게 해 준다고 요새 여러 가지로 애 쓴다. 하지만 계속 일 많거든? 하는 일이 어디로 가진 않아, 일을 하는 시스템이 바뀌어 가긴 해도. 전자문서로 바뀌면서 종이 출력량은 좀 줄었지만 여전히 일은 다 한단 말이다.
이주호, 교사 출신 아니지? 경제 쪽 나왔담서? 아무 학교라도 좋으니 1년만 일하다 와라. 밖에서 감놔라, 팥놔라 하면서 개판치지 말고. backseat driver 라는 말이 있다. 운전은 쥐뿔도 안해본게 뒷좌석에 앉아서 운전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두는 것을 가리킨다. 너야,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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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반 영어부장, 더 디씨 간다매. 내가 "안 생겨요" 하니까 "전 생겨요" 하면서 디씨 간다더니 내 얘기 했더라? 뭐, 나도 오유인 만나 반가웠어. 디씨 가지 말고 걍 여기 있어... 너한테는 "생겨요"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