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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첫사랑
게시물ID : humorstory_226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59
조회수 : 409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4/11 01:07:57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나의 개그 소재가 되어주는 오빠가 오유에서 내 글의 존재를 발견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나의 글을 발견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맞은 몸을 추스리며 병상에 누워있었다면 합의금이라도 벌었을텐데, 지능적인 우리오빠는 날 때리는대신 협박했다. "이년아. 이년아. 한번만 더 내 얘기 인터넷에다가 올리면 구워먹으리." 그 말에 나는 지금껏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은둔생활을 하며 지냈는데 아무도 날 안찾아.... 오빠에게는 가슴아픈 첫사랑이 있다. 흔히들 그렇듯이 오빠에게도 첫사랑은 잊을 수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안개같은 존재인 것이다. 오빠의 첫사랑 얘기는 오빠가 중3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빠는 홍대의 미친존재감으로 조금 잘생기던 시절을 지내고 있었다. 덕분에 오빠 친구들은 여동생인 나의 외모를 매우 궁금해했고, 아무리 못생겼다고 말해도 우리오빠의 말을 믿지 않았던 오빠친구들은 날 보러 찾아왔다가 결국 우리오빠에게 "자식...넌 정말 정직한 친구구나." 라며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고 다시는 우리집에 오지 않았었다. 이 얘기를 하려고했던 것이 아닌데....난 너무 생각이 많은게 탈이다.. 아무튼 그때 오빠는 나우누리 동호회에서 만난 언니와 정팅, 번팅을 하며 설레임의 싹을 틔워가고있었다. 그 언니는 먼 나라에서 유학생활 중이었고, 그때문에 오빠는 그 언니가 있던 나라의 시차시간에 맞춰 새벽마다 "툭. 띠리리디디디-띠--띠리리디디디디디-띠"소리를 내며 PC통신에 접속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오빠의 철저한 꼬봉으로써 두꺼운 이불을 들고 소리와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오빠방 방문을 막아주곤했는데 날때려?개깪끼까. 그렇게 몇개월을 채팅과 국제우편으로 왕래하던 오빠는 어느날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년아. 그녀가 온대!!" 그랬다. 언니가 그쪽 학교의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던 것이다. 얼마 후, 언니는 정말 한국으로 들어왔고, 오빠는 드디어 언니와 운명적인 첫만남을 갖게됐다. 언니를 만나고 온 그날 저녁. 오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내게 한 말이 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가 걸어오는데, 그녀의 뒤로 후광이 비췄다. 그녀는 천사임." 내가 아무리 한여름 대낮 햇빛이 비치면 나에게 후광이 난다고 말해줘도 오빠는 "너는 햇빛이 아니라 별이 보이겠지." 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후려치며 정말 별을 보여주는 다정한 오빠새끼.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언니의 방학은 짧기만 했다. 이주일 후, 다시 돌아가야 했기에 오빠는 중3학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며 언니를 만나러 다녔고. 급기야 빡을 100번정도 친 오빠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엄마를 모시고오라는 최악의 형벌을 내리셨던 것이다. 그날밤 오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회의를 열었다. "어떡하지? 니가 엄마라고해도 믿어줄거같은데. 니가 대신 갈래?" "나 중1인데?" "그래 너의 신분은 중1이지만, 너의 얼굴은 내가 니 애미라고 말하고 있잖아." "닥쳐." 하지만 오빠는 닭을 치는 대신, 내 머리를 쳤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오빠는 이 얘기를 언니에게도 하게됐고, 언니는 곧 그얘기를 언니의 엄마에게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도 언니의 엄마께서는 모두 자기 딸때문에 이렇게된 일이니, 자신이 대신 찾아뵙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린다고 하셨다. 오빠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으나,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오빠는 더이상 엄마 자식이 아닌, 개의 자식이 되기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주머니께서는 큰 화분을 하나 사들고 빨간 차를 몰고 오빠의 학교로 담임선생님을 만나러가셨다고한다. 그런데. 교무실에 들어선 아주머니가 오빠의 담임선생님을 찾았을 때.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저. 00이 담임선생님 뵈러왔는데. 저는 00이 여." 자친구의 엄마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담임선생님께서는 말을 막아서시며 우리오빠의 행태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다고 했다. 이미 분위기는 너무나 진지해졌고, 거기서 여자친구의 엄마라고하면 더 일이 커질것같은 예감을 하신 아주머니께서는 그냥 오빠의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으셨고, 얘기가 끝나고 학교를 나설때 슬쩍 지갑에서 얼마의 돈을 꺼내 화분과 함께 전해주셨다고 한다. 그 후로 우리오빠는 어쩐지 학교생활이 편해졌으며. 엄마를 속인 오빠는 그 후로 학교에 진짜엄마를 데려갈 수 없었다. 얼마후, 언니는 다시 유학하던 나라로 떠나게됐고, 오빠의 첫사랑은 마치 꺼지라고해도 꺼지지않고 깝죽거리는 초딩3학년처럼 오빠의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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