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학교수가 한 폭력'이 아닙니다. 이 폭력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치부입니다. 자, 2심 재판의 판결이 내려지는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게 뭘 말하는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회의 법 질서에 따라 행동했어야 한다고 하는 데 도대체 상고심은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군요.
10년, 젊은 수학자에게 10년이라는 세월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면 그가 왜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이 문제를 까발려야 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 기득권을 가진들이 똘똘 뭉친 벽은 절망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 절망을 향해 한 인간이 단계적으로 겪었을 좌절과 분노가 어떠했을지 생각해보면 이 땅에서 기득권의 범죄에 가담하지 않고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도무지 열리지 않는 문을 그나마 외가닥 희망으로 기대고 있던 사법부마저 10년이라는 세월을 끌면서 허송하였고 마침내 살인미수죄로 구속한다고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서 권력을 가지지 못한 패거리에 의탁하지 못한 한 개인의 초라하고 비참한 실상을 보게 됩니다.
나는 폭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김명호 씨에게 한없는 연민을 느낍니다. 눈물이 납니다. 제가 겪었던 패거리의 폭력이 되살아나 제 가슴을 짖이기는 듯 합니다. 폭력에 온당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폭력을 넘어서는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에 사법부에서 그런 가치를 찾지 못하는 저 같은 시민들은 그저 분노할 뿐입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한 재판을 10년이나 질질끌며 젊은 수학자의 인생을 탕진하게 만든 이 사건의 실체를 폭력을 나무라는 것으로 밝혀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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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좋은 글들도 많지만 글이 길어 눈팀님의 댓글을 퍼왔습니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9&uid=226865 너무 맘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