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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_156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브로켄백작
추천 : 3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11/17 00: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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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 잘 지내니? 오늘 우연히 너와 너를 다정히 챙기는 남자를 봤어. 너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니 모습보니 반가움과 놀라움에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리더라. 아는 척을 해야할지, 모른 척 지나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 너무나도 아는 척 하고 싶었는데 같이 있던 남자의 모습에 괜시리 기죽어 그냥 뒤돌아 지나갔어.

어렸을 때 기억나니? 초등학생 때, 나보다 키도 크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너와 항상 말썽피우는 나를 선생님은 항상 비교하며 나를 혼내곤 했지. 그러고보니 넌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구나. 그때의 나는 니가 너무 얄미웠었어.

중학교에 올라가고 내 키가 너보다 커질 때 쯤 나는 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목소리가 굵어졌지. 그리고 너는 어느새 어린 아이가 아닌 여자의 모습이더라. 그때부터 였나봐 내가 널 좋아하게 된게, 그땐 몰랐었지만. 친했던 우리는 괜시리 어색해져 자연스레 멀어졌지.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더욱 그랬나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너는 여고로, 나는 남고로 진학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스무살이 되어 같은 학교에 합격해 우연히 만났던 우리. 반가움과 설렘에 소주 한 잔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흐려졌던 추억이 다시 생생해지고 우리는 술에 취한 건지, 서로에게 취했는지 너무나 자연스레 사랑에 빠졌었지.

행복했어. 손 잡고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고 영화를 보고 헤어짐이 아쉬워 카페에서 밤새 떠들다가 첫 차로 서로를 보내기도 하고, 자취방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놀며 티비를 보기도, 같이 밥을 해먹기도 했지.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어. 그러다 나는 군대에 가고 너는 기다리겠노라 약속했었잖아.

거기서 부터였을까? 아님 우린 원래 그래야만 했던 운명이었을까? 나는 총을 잡고 땅을 기고 산을 뛰어 오를때 너는 펜을 잡고 공부를 하고, 내가 차가운 새벽을 총 한자루와 함께 뜬 눈으로 보내야 할 때 너는 따뜻한 집 따뜻한 이불에서 편히 잘 수 있었을거야. 나는 그렇게 내가 힘들고 고달플수록 니가 편하고 안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그렇게 버텼어.

스물 셋, 분명히 너와 나는 같은 나이인데, 너는 4학년이되어 취업을 준비하고 다가올 시험에 모든 연락을 끊고 공부를 해야했지. 나는 2학년 복학생이되어 과 행사에 불려다니고 선배들과 어울리고 그렇게 다시 학교에 적응하고. 우린 그렇게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고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못 했었지.

그렇게 우린 두 번 다시 만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는데, 놀라서 그런건지, 반가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너무나도 달라진 너와 나 사이가 두려운건지 알 수 가 없어. 니 소식을 듣긴 했었지. 결혼 할 거라면서? 너보다 한 다섯 살 쯤 많은 좋은 사람 만나서 서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서? 다행이다. 좋은 사람이라니.

사실 나 있잖아, 너랑 결혼 할 거라 생각했었어. 어렸을 때부터 함께여서 그런지 자연스레 너와 결혼하고 아들 딸 하나씩 낳고 그렇게 같이 늙는 상상을 자주했었어. 우습다, 그치? 너의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거니? 나는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애송인데, 너는 왜 반듯한 회사에 작지만 차도 끌고 다니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는거야? 왜 나는 아직 준비도 못 했던 결혼을, 너는 하는 거야? 왜 우린 같은 해에 태어났으면서 이렇게 다른 삶을 사는 거야? 왜 너만 어른이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거야? 왜 너의 시간은 그렇게 빨리 가는거야?

언젠가 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모으게 되면 어느새 결혼할 준비를 하겠지. 나보다 한 다섯 살 쯤 어린, 니가 결혼할 때의 나이와 비슷한 그런 여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려 하겠지. 그때 쯤 너는 시간이 더 많이 흘러 나보다 더 멀어져 있을거야?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거야? 남자의 시간과 여자의 시간은 왜 그렇게 다른거야? 여자는 스물 다섯 넘으면 늙은 거고 남자는 서른이어도 아직 젊은 거라는 그런 같잖은 농담, 나는 싫어.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돼?

내가 너보다 한 5년쯤 먼저 태어났더라면 우린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조금 천천히, 너는 조금 빠르게 시간이 흘러 너와 내가 딱 맞는 시간에 우리가 만났더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거 알아? 우린 너무나 잘 맞는 커플이었어, 딱 한가지 빼놓고..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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