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총장실에는 청년이 찾아왔다. 학생회장이였다. 청년은 다짜고짜 총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총장님, 정말 안 내리실 겁니까?" "무얼?" "등록금 말입니다, 등록금." 청년의 표정은 몹시도 굳어있었다. 얼핏 티는 안 나지만, 김 총장의 주름살 박힌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분나쁜 질문이라도 받은 것 마냥. "아무리 자네가 학생회장이라지만 나서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이 사람아." "대답이나 해주세요." "학교 운영하려면 택도 없지, 암." "이번달에만 4명이 죽었어요, 4명이." "아, 그 친구들은 공부하다 힘들고 외롭고 하다 보니 그리 된 거 아닌가?" "장례식은 가셨습니까?" "갔지."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에...그게..." 어느덧 청년의 눈에는 뜨거운 것이 맺혀있었다. "검찰에서 조사 들어온다는 기사 못보셨습니까?" "봤지. 근데 그놈들도 어쩔 수 없을게야. 나는 그 등록금 허투루 쓴 적이 없거든." "존경하는 총장님." "할 말 끝났으면 가보시게." "딸만 둘이시죠?" 김 총장은 뜬금없이 웬 딸 얘기인가 하고 이상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알겠습니다."하고 나가는 청년의 표정이었다. 청년이 나간 뒤, 총장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딸 얘기는 왜 했을까...? 몇 시간이 지나서야, 총장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