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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560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natic★
추천 : 6
조회수 : 40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8/07/24 01:15:57
때는 바야흐로 2006년 3월, 군입대를 딱 2주 남겨뒀을 무렵이다.
얼마 안 남은, 민간인으로서의 삶과 점점 다가오는 입대의 압박으로
몇날 몇일을 술에 쩔어 살던 내가 안쓰러웠던지
어머니는 어느 날 귀싸대기를 날리며, 내게 말했다.
엄마:서울가자-_-
-헉쓰! 서울이요?
촌동네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내 견문을 불쌍히 보셨는지.
어머니는 불쌍하고 찌질한 폐인 아들에게 나들이라도
시켜줄 생각이었던 것은... 개뿔.
외가쪽 이모할머니가 임종하셔서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아놔, 어머니 전 한번도 뵙지 못한 분인데여... 전 이대로 집을 지키는 것이...
엄마:지랄.
할수 없이, 4일 만에 머리를 감으며, 그동안 정이든 비듬들과 이별을 맞이했다.
-흑흑... 잘 가 제임스, 즐거웠어 네드발. -_-;;
그래도, 명색이 장례식인데 추리닝-_- 복장으론 갈 수 없어서
옷장을 뒤적거려 캐쥬얼 정장을 찾아냈다.
대충 걸치니, 약간 간지가 부족한 듯 하여, 내친김에 체인 달고, 목걸이 하고.
귀걸이 하고. 선글러스 끼고, 왁스로 간지 좀 더 내니.
왠 오크족 위치닥터가 거울 속에서 있는 겅미?
그렇게 지랄; 을 하던 동안, 뭔가 섬뜩한 살기가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엄마가 방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서 있었다.
엄마 : -_-
-헉쓰! 엄마! 뭐야~ 기분 나빠... 아무리 엄마지만, 노크도 없이... 으응? 악! 그만두세요!
야메떼!
퍽퍽퍽
................
21살의 인생에 아직도 약한 모습을 보여야하는 나자신이 부끄러워
집을 뛰쳐나간 것은... 개뿔.
사촌형의 차를 타고 가야했기 때문에, 집안의 든든한 인력꾼인 내가
형 마중을 나간 것이었고, 곧 멀리서 흰색 XG가 눈에 들어왔다.
사촌형:응? 루나야 눈이 왜 그러니?
-비누 줏다가 넘어졌어요.
사촌형:병신.
그, 그렇게 엄마에게 등을 돌리며, 홀로 뒷자석에 탑승한 채.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약 4시간 후...
-아...음?
엄마에게 받은 데미지 때문인지 난 어느새 잠이 들어었다.
창밖을 보니, 티비-_-에서만 보던 63 빌딩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솟아있는 것을 보고, 난 드디어 서울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설레이기 시작했는데...근데 이건 무슨 냄새지?
-흡! 형, 무슨 냄새 안 나?
사촌형:뭔 냄새?-_-
-아니 무슨 기름 같은 냄새인데...
사촌형:아니 안 나는데-_-;;
-젠장! 분명 난다고, 엄마 무슨 냄새 안 나요?
엄마:안 나는데.
-헐 뭐야!
난 코를 찌르는 지독한 기름 냄새에 순간적으로 한가지 의혹을
떠올렸다.
침착하자. 여기는 서울이다.
티비에서 항상 봐왔듯이, 이곳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수많은
인구와 차량들이 집합되어 있으며, 스모크 현상으로 골치를 썩는
그 서울이다! 이 정도의 대기오염은 당연한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나또한 하나의 대한 국민으로서
대한의 수도이며, 선진 도시인 서울의 대기 환경에 적응해야할
의무를 가진 시민이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다!
나는 부여잡은 코를 살며시 놓으며, 깊은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우웩! 이건 너무 심하잖아.
엄청난 기름 냄새다. 대체 얼마나 매연이 심하길래
이 비위 강한 내가, 참을 수도 없다는 거지?
근데! 더욱 의아한 것은 왜 앞자석의 두사람은 멀쩡하냔 말이야!
나는 다시 코의 산소흡입구를 봉쇄했고, 서둘러 상황을 판단했다.
창밖엔 막 출근 시간인지, 상당히 많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시, 십할. 저렇게 차가 밀집해 있는데, 이 정도의 매연이
발생 안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외부와 내부를 차단하라!
뒷자석의 양측 두 창을 닫았다, 하지만 앞자석의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은 아직 열려있었다.
-엄마! 형! 빨리 창을 닫아!
사촌형:왜 시캬?-_-
-빨리 닫아! 닫으라면!
엄마:저 새끼가 약 처먹었나-_-+
-죽는단 말이야! 이대로는 정말 지독한 매연에 질식해 죽는다고!
엄마:너 내려서 보자-_-^
-악! 제발 그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막 나는 내 특수한 능력을 자각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지독한 매연의 냄새를 좀더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 머리가 아파온다. 악마같은 매연냄새에 중독되어 버린 것 같다.
이대로는...읻ㄹ얄...ㄴㅁ어ㅣㅗㅓㅣ...
머리ㅏ모히ㅏㄹ히ㅏ리ㅓㄹ히ㅏㅇ머ㅣㅏㄹ
...................
....................
........................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흐릿해져가는 의식 사이로, 하나의 부름 같은 것을 들렸다.
???:깨어나세요, 병신이여
-헉, 누, 누구?
사촌형:병신아-_- 내려.
젠장! 안돼! 빌어먹을! 이대로는 광활한 스모크 가스와 매연이 가득한
외부로 끌려나간다. 그렇게 되면 난 죽는다.
나는 시트를 부여잡고, 내리지 않을려 발광했다.
하지만, 노가다로 다져진, 사촌형의 손아귀에 의해 무참히
밖으로 끌려나갔는데...
-아악! 매연이다! 가스다! 캬아아아아아악!....응?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슬며시 뭔가 바뀐 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뇌의 기능이 그동한
오작동을 일으켰는지, 점점 다시 활성화 되기 시작했고.
난 곧이어 한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냄새가 안 난다-_-;;
나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첫째, 외부에서 유입됐을 것이라고 생가된, 정체불명의 기름냄새가
정작 외부에 노출 되었을 때에, 더이상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말은 즉슨 그 기름 악취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되었다는 소리.
둘째, 앞자석의 두 사람은, 전혀 매연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뒷자석에 탑승한 나만 매연을 느꼈다.
난 당시로선 나만이 가진 예민한 코의 각성으로 인한 후각의 진화인지
착각했지만, 실은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 봤을 땐, 그건 근거없는 개소리다.
한마디로, 매연은 앞자석에선 맡을 수 없지만, 뒷자석에선 맡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 냄새의 진원지는?
-혀, 형@_@
사촌형:왜-_-
-호, 혹시 트렁크 좀 잠시 열어줄래?
형이 트렁크가를 열자, 그와 동시에 엄청난 냄새가 풍겼다.
거기에는 백곰-_-표 신나 한 통이 두껑이 개방된 채, 트렁크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사촌형:으악! 시발 신나 쏟아졌잖아!
나는 대체 뭐한거지? 창문까지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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