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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포기하고 군입대해서 겪은 썰.
게시물ID : military_15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ucider
추천 : 36
조회수 : 200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2/24 15:18:52

미 영주권 버리고 군입대해서 겪은 썰 품


본인은 올해 32세 남성임. 운동 열심히 해서 몸매도 날씬하게 유지하고 나름 열심히 사는 아저씨지만 복근과 여자친구가 읎음으로 음슴체 씀.


본인, 2002년 7월에 미 영주권 취득해서 아슬아슬하게 군입대 피하고 미국가서 생활함. 

그러던 도중,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군입대를 결심하게 됐음. 한국에서 남자가 영리활동을 하려면 군대를 나와야 함. 


나와 한국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던 차에 갑자기 군입대 결심을 하니, 많이 무서웠음. 그래서 한국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입대하기로 결정함. 알면 더 가기 싫어질거 같았음. 2000년 초에 군에 간 친구들에게 천조국 까까를 보내주며, 연락하고 지내면서 군대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임. 공포 그 자체였음. 그런 군대를 안 가도 된다니까 너무 좋았으나.. 사람인생 모르는 것임. 내가 내발로 군입대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음. 29살에 입대하는 거라 너무 창피해서 가족들과 친구에게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그냥 쿨한척 하며 홀로 입대함. 제일 친한친구 몇몇에게만 알렸는데 이 친구들은 비웃기에 바빴음... 난 겉으로는 아닌척 했지만 상처 받음 ㅠㅠ 본인은 어깨도 좁고 속도 좁아서 이 새퀴들이랑 영원히 연락을 끊어버림 ㅎㅎ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나랑 연락이 안돼서 나 죽은 줄 알았다함.. ㅎㅎ


2010년 10월 26일 보충대로 입대. 가보니 가족들, 친구들, 여자친구와 같이 마지막을 보내는 입대자들이 많았음.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 외로웠음. 군대는 사람을 이렇게 만듦..


어쨌든, 시간이 다 돼서, ‘장정’ 들은 어느 강당으로 모이라는 지시에 모두 강당으로 모임. 하도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안나지만.. 장정들을 어느 기준에 맞춰서 분류를 하고 있었음. 나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있었는데 그 때 “영주권자, 시민권자 있으면 나오” 라는 말이 나옴. 군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 모든것이 불안하고 두려웠음. 그래서 안나가려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나갔음. 본인 운명론자임. 좋지 않은 모든 일들을 운명이라는 한마디로 극복 가능함 ㅎㅎ 나갔더니 딱봐도 새파란녀석이 반말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임. 이런게 군대구나 하고 속으로 삭히며 그냥 따라감. 어떤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는데, 그쪽 담당자가 왈 


“영주권자는 군 입대시 혜택을 준다. 바로, 가고 싶은 부대를 찍어서 갈 수 있다. 가고 싶은 부대 세 곳을 찍어라” 


하며 지도를 내어 주는 것이었음. 어리둥절 했음. 군대가 어딜가든 그게 그거지, 가고싶은데 간다고 그게 “혜택” 씩이나 되는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음. 마치 빨간지옥갈래, 파란지옥갈래? 이런 느낌이었음..-_-; 어쨌든, 지도를 보니 서울 부근 부대가 있길래 아무생각 없이 서울 부근쪽 부대 세 군데를 찍음. 그냥 서울 부근이라 찍음. 다른생각 전혀 없었음. 참고로 내가 속한 ‘군’은 3군 이었음. 


내가 찍은 부대를 담당자가 유심히 살펴보더니 


“너 왜 17사단 안찍냐? 꿈의 17사단 몰라?” 


이러는 것임. 참고로 난 그 당시 짝대기 한개 (-)를 일병, 짝대기 두개(=)를 이병을 알고 있었던, 군대에 전혀 관심없던 사람임 -_-;(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그런 내가 17사단은 뭐고 ‘사단’은 뭐고.. 3군은 뭔지 .. 어떻게 알겠음~?!


그래도 난 29살이고 모든걸 다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침착하게 


“거기... 좋습니까?” 


라고 물어봤음. 꼴에 “다나까” 는 주워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음. 아무튼, 담당자는 겁나게 좋은 곳이라며 17사단 가라고 강추를 날림. 초면에 왜 이렇게 “좋은곳”을 강추하는지 겁나게 의심함. 그런데 어쩌겠음? 군대는 거기가 거기 라는 인식이 마음속에 강하게 박혀 있던차에 어느곳에 가든지 상관이 없었음. 그래서 17사단 가겠다고 함. 좋다는데 가야지 어쩌겠음..? 담당자는 어떤서류에 쾌속싸인을 하고서 나보고 나가보라고 했음. 뭔가 찜찜했지만 어쩌겠음. 군대인데. 


보충대에서 ‘구대’를 배정받고 생활하던 차에 같은 구대 다른 생활관에 미 시민권자가 있다는 소릴 들음. 나같은 정신나간 인간이 또 있구나 싶었음. 그런데.. 나랑 나이도 같다는 것임. 이 사람이 가수 유승찬이었음. 난 당시 한국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았기에 이 사람이 가수인지 몰랐음. 군입대 전에 ‘잔소리’ 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었는데, 이걸 부른것이 아이유라는 것을 자대배치 받고 일병 때 알게될 정도로 관심 밖이었음-_-; 아무튼 같이 생활하던 몇몇 애들이 알아보고서 말 거는 것을 보고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됨. 가수가 내 옆에 있다니! 뭔가 오묘한 느낌이었음. 왜 왔냐고 물었더니 한국에 스튜디오 차린다고 왔다고 함. 그러면서 자신은 군악대에 가고 싶다고 그랬음. (기억이 맞나?) 


보충대에서는 2박 3일인가, 3박 4일인가를 보냈는데 당연히 이 친구도 원하는 부대 찍어서 가는 줄 알았음. 그래서 물어봄. 가고싶은 부대 어디 찍었냐고. 근데 이 친구가 어리둥절 하는것임.  그런게 있었냐고. ㅎㅎ 그래서 맨 첫날에 강당에서 영주권, 시민권자 나오라고 했는데 못들었냐고 되물음. 그 친구 못들었다함-_-; 당시 뭘 하고 있어서 못들었다함. 영주권, 시민권자는 부대를 찍어서 갈 수 있다는 혜택에 대해서 썰을 풀었음. 이 친구 당황함..ㅠㅠㅠ 그래서 빨리 가서 말하라고 함.


그 다음날 물어봤더니, 늦었다며 안된다고 했다고 함. 뭐 얼마나 늦었다고..-_- 뭔가 아쉬웠음. 가고싶은 군악대 가서 실력 썩히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친구 연예병사로 뽑혀서 군대티비에 나옴(KNTV 였나?? 긁적..) ㅎㅎㅎ.. 신문(국방일보)에도 나온거 같은 기억이 남.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그렇게 우리들은 보충대에서 각종 피복류(전투화, 전투복 등등)을 보급 받았음. 보충대에서 특별히 한건 없었던 것으로 기억 함. 


보충대에서 피우는 담배가 마지막이라며 식후에는 반드시 집단으로 한곳에 몰아놓고 피우게 했었음. 본인은 비흡연자라 멀리서 구경만 했는데 장관이었음. 연병장에 100여명 정도가 쪼그려 앉아서 집단으로 담배를 피우는데 그게 저녁에는 캠프파이어 같아서 ㅎㅎ 볼만 했었음. (후에 본인은 흡연자가 됨.. 군대가 사람을 이렇게 만듦.. ㅠㅠ)


사단으로 떠나기 전날 사회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집으로 보내도록 함. 본인은 한국에도 집이 있지만 가족 몰래 왔고, 군대에 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집이 미국인데 이 물건들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친척집으로 보내라는 답변을 받았음.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제주도 쪽으로 아무주소나 써서 그냥 보냄-_-;; 가져온게 별로 없어서 그냥 쿨하게 제주도 아무에게나 보냄..


구대에서 마지막 날, 구대장이 취침시간에 분대장들을 모아놓고 물어보고 싶은거 물어보라고 함. 꼴에 나이빨과 자존심 때문에 자진해서 분대장 하겠다고 해서 나도 분대장이었음. ‘그 친구’도 분대장 이었음. 구대장은 서 있고 우리는 쪼그려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눔. 마지막에 어떤 분대장이 “군대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을 함. 그러자 구대장 가사라대


“분대장 하지마라... 절대 ... 하지마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하지마라. 안 할수 있다면...”


다들 어리둥절 함. 분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체고’병사로 알고 있는데.. 하지말라니..


그런데 이 한마디는 나의 무사전역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됨..


다음날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각자의 사단 훈련소로 떠남. 




다음 이야기 : 사단 훈련소에서의 썰

다음 이야기 궁금하면 베오베 보내주세요 ㅎㅎ-_-;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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