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 고등 학생 때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제가 눈여겨 본 것들은 단지 드라마의 액션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컴퓨터에 앉아서 동영상으로 접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귓가를 스치는 총안 한 발은
지나가는 모기, 혹은 사람이 달릴 때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 정도도 안되게 느껴졌습니다.
정확히는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도 않았죠.
그리고 몇년이 지나 HBO에서 태평양 전쟁을 중심으로 한 후속작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또다시 재미있는 10시간 짜리 전쟁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시각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그때 저는 이 드라마의 감독이 영웅주의 보다는 현실적인 재현에 중점을 둔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보고나서 '밴드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라는 의의로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드라마를 입대 전 날에도 봤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랑 같이 이어서 보니 그렇게 안간다던(혹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던) 입대 전날 시간이 훅 가버렸죠.
그 때도 별 감흥을 못느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물병장 때쯤 외박나왔을때 할 일이 없어서 또 봤습니다.
별로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역하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을 정주행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은 몇 번 하드교체를 하면서도 지우지를 않았군요..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음 엔터테이먼트에 중점을 둔 드라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전쟁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허망함을 느끼는 장면도 드라마틱하게 잘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더 퍼시픽'을 볼 때는 시종일관 굳어진 표정을 풀지 못했습니다.
불편한 것이 아니라, 적나라 한것이지요.
사실 '더 퍼시픽'은 ep10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ep1-9, 그리고 ep10의 앞부분들이 쓰여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흔히 전쟁의 참혹함을 논할 때,
군중의 비애. 사회의 몰락. 등을 예로 들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 2년동안의 군 생활로도
한 사람의 인격이 얼마나 참혹해 지는지를 잘 겸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니, 도저히 못보겠더군요.
ep10 자체를 못보겠습니다.
전역 당시도, 지금도 (캡쳐를 위해서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ep10은 스킵 스킵 스킵 입니다.
'더 퍼시픽'은 전쟁, 그리고 전쟁의 공포에서
한 인간의 인격이 얼마나 참혹하게 무너지는가를,
그리고 나의 자아가 얼마나 고통받았었는지를 확인하고 인지하게되는
그런 드라마 입니다.
아마 저는 전역 한달 전 쯤에
ㄹ혜씨가 "전쟁!! 결코 전쟁!!" 하는 개소리를 지껄이던 때.
병사 최고참으로서 작전실에 앉아 숨죽이고 있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ps.
얼마 전 제주도에 가서 실탄 사격을 했는데,
확실히 입대 전 쏘던 총과 총알의 느낌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더이상은 스포츠와 취미로 다가설 수 없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