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사람의 두개골은 모든 뼈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둥글기 때문에 빗맞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저격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저격은 어느 부위를 가격해도 치명적인데 굳이 머리를 노릴 이유는 없다. 기억 속의 문자는 거친 문자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훔쳤던 야쿠자들의 총기 해설서에 있던 글이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무서운 이야기지만, 나에겐 현실감이 없었다. 애초에 내가 상대하는 것은 마녀였고, 머리를 가격한다는 개념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운 그것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기도 했다.
한 번에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기는 힘들다. 어디에 쏴야할까. 그 질문에 나의 기억이 스며든다. 판단을 해야하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한번에 즉사시키기 위해서는 머리를 쏘면 안 된다.
머리는 안 된다. 잘 아는 사실이다. 머리가 아니면 턱이 있다. 턱 아래쪽을 쏘면 뇌까지 닿는다. 하지만 이것도 뼈에 걸리면 한 번에 죽을 수 없다. 자살하기 위해 입 안쪽을 쐈다가 한달 동안 고통 속에 죽어간 사람이 있다. 심장도 맨 처음 노리기엔 리스크가 크다. 갈비뼈는 촘촘하다. 내가 심장을 제대로 노릴 자신이 없다. 한 번에 죽이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을 치명적으로 한방에 죽일 수 있을까. 없을까.
어디를 쏴야할까.
잠깐 생각이 멈춘 그 사이로, 큰 빗소리가 들린다. 두번 울려퍼진다. 추적추적 흐르는 빗소리가 들려온다. 들리지 않던 빗소리의 향기가 점점 커진다. 음소거 되었던 세상이 비릿한 향기도 가득찬다. 비가 흐른다. 뭔가가 흐른다. 세상은 피만큼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