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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었다는 것
게시물ID : gomin_1563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GxrZ
추천 : 1
조회수 : 55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2/16 05: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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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22살 여성으로 총 2번의 자살시도와 한번의 폐쇄병동 입원 7년간 약물복용 손목에는 30줄 이상의 흉터가 있다.

우리집은 건재하다. 중산층에 부부싸움 한 번 없는 가정. 스스로 앞가림을 잘 하는 동생. 그리고 정신과 진료를 수년간 받고 있는 내가 있다.

9세부터 왕따였다. 내 생각엔 한번은 우연일지라도 여러번 따돌림이 반복되니 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단 성격이 나쁜것 만이 죄가 되진 않는다. 자신감이 없고 말을 잘 못하고 숫기가 없음에도 계속 다가가려 노력한 것도 결과적으론 죄가 된다. 

나는 자존심이 그럼에도 센 편이었기때문에 내게 닿아서 더럽다는 말이나 선생님 앞에 있는 애가 너무 커서 안보여요 라던가 내 책상을 밀어넘어트리고 매번 웃음거리가 된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애들에게 화를 낼 용기가 없었다. 오랜기간의 왕따생활이 그것이 의미도 없고 하는 방법도 알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자해를 했다.  
 

엄마 아빠는 힘들었다. 아빠가 운 적도 있다. 나의 한심한 행동에 아빠한테 아무곳이나 얻어맞아도 봤다. 나는 패륜아짓도 참 많이 했다. 정상적인 가정에 나 혼자 비정상이었다. 번듯한 동생과 본받을 만한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나를 고쳐야하는데 이미 내가 되어버려서 비정상인 채로 그저 서있는 것만이 할 일이다. 고치려고도 해봤다. 뿌리 끝까지. 생각하나하나를 다 바꾸어보려고 했는데 나중엔 어느 것이 맞는 생각인지 정상적인 생각인지 강박증이 와서 정신을 차려보면 발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상이 되고 싶었다. 

나는 가진 것이 참 많다. 못생기지도 않았고 미술에 재능도 있어서 내년부터는 오롯히 그림으로 먹고살수 있는 제안도 들어왔다. 작년에도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폐쇄병동에 수감되는 바람에 무산 되었다. 집이 가난하지도 않고 좋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보낸 유서와 함께 자살시도를 해서 멀리서 서울에서 동네에서 바람처럼 날아와 욕조에 누워있는  나를 꺼내준 좋은 아이들도 있다. 엉엉 울던 친구들이 있다. 엉엉 울던 엄마아빠가. 비 정상이고 가정분위기를 파탄내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동생도 있다. 당장 어제도 나와 자지러지게 놀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언제나 오랫동안 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나의 발자취가 이미 형성된 성격이 트라우마가 데자뷰가 벼랑끝에 서있는 나를 노려본다. 기운이 없다. 매일 밤 약을 먹으면서 지겹다. 기쁜일도 슬픈일도 아픈기억도 발악을 하고 구르고 주변사람을 울게하고 그런 뒤에 돌아보니 그저 무의미하다. 앞으로 더 살아갈 끌고갈 자신이 없다. 언제나 모든건 건재했지만 나만 문제였다. 잠에 들때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내가 있었다는 것을 잊었으면 좋겠다. 잘못 끼워진 나사에 기계가 덜커덩 덜커덩 거린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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