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울 한복판에 ‘남성 누드촌’이 있다! 전국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찜통더위로 푹푹 찌는 요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계곡수로 알몸 목욕을 즐기며 ‘시원한 여름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와 총리공관이 인근인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입구에서 산책로를 따라 400여m를 올라가면 암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남성전용 노천탕이 나온다.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철제 파라솔이 있고, ‘국회의원 이명박’ 시계도 걸려 있는 ‘영무정(詠舞亭)’이 그곳이다. ‘시를 읊고 춤을 추는 정자’라는 이곳에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야외 알몸 목욕’을 즐기려는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요즘에는 하루 평균 500여명이 찾는다. 특히 주말에는 이용객이 훨씬 많다. 1주일에 2~3회 정도 이곳을 찾는다는 정홍기씨(48·성북구 정릉)는 “누가 언제 ‘영무정’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10초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시원하다”며 “입장료 없이 이렇게 자연을 이용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삼청공원 만세’”라고 외쳤다. 약수터였던 ‘영무정’은 69년 삼청동과 가회동 주민들이 약수터 옆에 목욕시설을 만들면서 노천 목욕탕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87년부터 공원주변 노인회 등에서 목욕에 필요한 바가지 등을 갖다놓으면서 지금의 번듯한 남성전용 노천탕으로 모습을 갖췄다. 종로구청에서는 노천탕 입구에 ‘알몸목욕으로 미풍양속을 해치지 말라’는 안내문을 세워 놓았지만 워낙 오래 전에 형성된 곳인 데다 많은 사람이 이용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청공원 관리사무소의 김종연 소장(54)은 “남성들이 대낮에 벌거벗고 목욕한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청공원의 ‘명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30년도 전에 설치된 곳이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영무정은 10여m 높이의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저장하는 2평 크기의 탕과 20여평 넓이의 시멘트바닥으로 돼 있다. 울창한 아카시아나무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새소리와 매미 울음소리로 ‘알몸으로 자연과 벗하는’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 종로구청의 정우환 계장(50·공원녹지과)은
“남자들이 전신탈의를 하고 목욕을 하면서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왜 구청은 방치하느냐는 항의가 들어온다”며 “여러번 폐쇄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폐쇄 대신 지난해 10월 5000만여원의 예산을 들여 노천탕 주위를 싸는 2m 높이의 칸막이 공사를 벌여 외부에서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했다. 가끔 저녁시간에 아들과 함께 와 목욕을 한다는 이기홍씨(52·성북구 정릉)는 “아들과 함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이용한다”며 “여기 오는 사람들은 수건만 가져올 뿐 비누를 가져오지 않을 정도로 오염까지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목욕하면 수질정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