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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처량해지는 오늘...
게시물ID : gomin_1565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Vna
추천 : 0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2/19 00:07:51
오유에서 여자친구 이야기 하면 욕 먹겠죠...?

근데... 제 삶이 너무 처량해지는 하루라서 혼자 한숨만 쉬다 끄적여봅니다...

오늘 900일 넘게 만난 여자친구의 어머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어제 일하는 중에 사무실로 여자친구 어머님이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오늘 시간이 되면 좀 만나자고...

사무실로 전화가 온 것도 깜짝 놀랐는데... 여자친구 몰래 오늘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900일 넘게 만나왔지만, 여자친구 부모님이 절 마음에 들지않아 하신다는 걸 알았기에... 처음 뵙는 거였습니다...

{우리의 연애는 시작하고난 초기부터 아버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전 28살의 나이에 주변에서 나름 부러운 시선을 받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지역에서 엄청난 인맥과 큰재력을 가진 여자친구의 아버님 눈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반대의 주요 이유였습니다.
어머님은 그래도 연애 1년 후부터 절 응원해주신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그동안 그래도 버텨왔었어요.}

근데 여자친구 몰래 만나자고 하시니... 긴장하고 나갔었죠.

역시나.. [ 여자친구와 아버님이 요즘 사이가 심각하게 좋지 못하다...

날 만나기 전에는 각별한 사이였는데, 날 만난 이후에 사이가 벌어지더니 지금은 감당하기가 힘들다...

미안하지만 여자친구와 아버님의 사이 회복이 우선이니 뒤로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 ]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저도 알고 있던 내용이기도 하고, 제 나이도 올해 30... 곧 31이니 이번 겨울이 지나도 반대가 심하다면 제가 떠나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랬기에... 앞에서 그런 모진소리 직접 들으면서도 어른이기에 하고싶은 말 참으며 "어머님 말씀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하고 더이상 코멘트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만만하셨던 걸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절 너무 처량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만난건 끝까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다.
마지막 정리시에도 당신의 딸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빠(나)를 만나고 사이가 너무 나빠졌다.
오빠(나)를 만나기 전에는 우리가족 참 화목했었다.
우리(여자친구 가족)가 어떻게 여자친구를 설득하기 힘드니 오빠(나)가 감당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처량하고 서럽더라구요...

난 타지에서 가족없이 자존심상해가며 연애해왔는데... 헤어져달라고 오신 분께서... 마지막 뒷감당까지 나에게 해달라니요...

결혼까지 못간게 다행이다 싶더라구요... 이렇게 이기적인 가족이라면... 결혼 후에 아마 말라 죽어가겠지요...

앞에 계신분이 어른이기에 입닫고 조용히 귀가하려고 했는데... 저 이야기 듣고 한마디 했어요...

[어머님... 어머님 말씀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뒷일까지는 솔직히 제가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는데... 어머님께서 다시 한말씀 하십니다...

[그렇게 말하니 우리 딸아이가 오빠를 훨씬 좋아했나보다. 오빠는 별 감정이 없었나 보다...]

아니.... 앞으로 볼 일이 없을 듯 하여 예의 바르게 말씀드리고 오려는데 이러니 입이 터집니다...

[어머님... 저 오늘 어머님 말씀듣고 조용히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이 말씀 드리고 가야겠습니다.
제가 뒷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한게 어찌 그렇게 됩니까... 제가 따님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초기부터 반대할때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아버님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럴 수 있다고 달래고 아버님 편 들어드리고, 여자친구를 달래며 만나왔습니다.
주말 저녁 5-6시 되면 집에서 호출올 때... 자존심 상하지만 항상 따님 집에 바로 보내드렸습니다.
근데 뒷 일을 감당못한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말이 되냐고...
저도 그 뒤에는 제 마음을 추스려야 하지 않냐고...]

어머님 눈에는 당연히 당신 핏줄인 따님이 우선이겠지만, 어찌 당신 딸과 900일 넘게 만나오던 당신 앞에 있던 남자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 뒤로는 더이상 드릴 말씀도 없고 계속 이야기해봐야 같은 말이겠다 싶어서 잠시 앉아있다가 귀가했네요...

나름 부러움 받는 직장에 다른 사람 속이지 않고 예의바르게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오늘... 그동안의 삶이 정말 처량해집니다...

아직 여자친구에게는 말을 못했는데... 정말 제가 끝까지... 헤어짐까지 배려를 해야하는 걸까요...?

마음같아서는 오늘 어머님을 만난걸 이야기하고 정리하고 싶지만... 그 뒤에 여자친구가 받게될 상처가 신경쓰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네요...

처량한 밤입니다...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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