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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에서 웃는 법을 잊었다.
게시물ID : gomin_1566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군가를위한
추천 : 11
조회수 : 681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5/12/20 23:27:08
 2011년 10월, 전역하고 스마트폰을 처음 사고 오유를 알게 되었다. 
 그곳엔 유머와 재기발랄한 글들과 합성사진을 이용한 신박한 댓글들과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글은 그다지 올리지 않았다. 딴 데서 보일 만한 트렌디한 유머는 여기 다 있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광장을 자기 의도대로 쓰고 싶어하는 외부 세력이 많았다.
 처음엔 분명 외부 세력들과 싸웠다. 사람들은 예민해졌고 유머는 줄어들었다. 
 유머 자료보다 김여사 얘기가 많아질 때쯤, 아이디를 지웠다. 학을 뗐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거지만, 나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가 문득 억울해졌다.
 트렌디한 유머와, 재기발랄한 글들과, 신박한 댓글이 넘치던 이 곳을 돌려받고 싶었다.
 
 글을 몇 개 올렸다. 싸움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싸움은 웬만하면 무시하고 싶었다.
 오늘의 유머에 유머를 되찾고 싶었다. 내 유머로 분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지 않을 걸 고르다보니 남는 건 아재 개그와 고전 유머만이 남았다. 
 최불암 시리즈를 몇 개 올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개중 하나는 베오베에도 올라갔다.
 만득이 시리즈도 몇 개 올렸다. 베스트 맛은 한 번 봤다.
 공산주의 유머를 변형해서 박근혜 시리즈를 올렸다. 베스트를 도배했다. 뿌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유는 투쟁의 장이었다. 업로더 몇 명이 떠났다. 
 아직 떠날 업로더가 남아있었단 게 신기했다. 말을 더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오늘 유머글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아재개그 치는 사람 게시글마다 장난스럽게 붙어있는 재미없음을 표현하는 댓글들을 보고 문득 화가 났다.  
 굳이 내 글이 아니더라도 웃으라고 올린 글들에 아무도 웃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짜증났다.
 아재 개그에는 노잼이라고 정색하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고 변명하는 사람들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럼 묻자. 그렇다고 당신들이 다른 글은 보고 웃어 주는지. 최근에 오유에서 보고 웃은 개그, 대체 뭐가 있나. 

 유머사이트에서 한 번 웃고 추천 눌러주는개 뭐가 그리 힘들다고 다들 이렇게까지 인색한지.
 이런 얘기하면 이제 오유는 유머사이트만이 아니고 복합커뮤니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가 봤을 때, 오유가 복합 커뮤니티가 될 수 있었던 것 유머가 강했기 때문이다. 
 와서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었는데 행복해져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유와서 웃은 지 꽤 됐다. 그냥 와서 '아 오유 요새 재미없어졌어'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아득바득 한 번 웃겨보겠다고 노력하는 업로더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이라곤 차가운 반응과 날선 댓글뿐일 때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덕분에 글 리젠률은 떨어지고 트렌드에는 뒤쳐지고 사람들은 떠나간다. 

 선의로 유머 업로드하는 사람들에게 웃어주지는 못할 망정 초는 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아니 초 안 치는 것만이 아니고, 그냥 웃어줬으면 좋겠다. 억지로라도 한번. 
 행복해서 웃는 게 제일 좋지만, 그냥 웃어서 행복할 수도 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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