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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담력 테스트 -7-
게시물ID : panic_140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5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5 10:00:08
장 철영은 40대 후반의 한집안의 가장이었다. 은행에 15년가까히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근무하고 그에 따라 승진도 할만 큼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한마음은행이 구조조정과 타은행과의 합병으로 재수없게 반강제적으로 조기퇴직을 하게 되었다. 아들과 딸 두자녀는 한참 자라나고 있는 중학생이었다. 퇴직을 하기에는 너무 안좋은 시기였다. 철영은 한달가까이 집에서 지내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다른 직장도 알아보고 장사도 해볼까 구상중이었다. 하지만 한달이라는 시간이 충분히 길었는지 근래에는 아내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던준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오성금융에서 내놓은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다. 금융계열에 있어 오성금융이 어떤 기업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에 사채와 관련되어 있었기에 주변으로부터 시선은 곱지 않았지만 실제적으로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독특한 기업이었다. 철영은 이곳에 경력사원으로서 기회를 잡고자 인터뷰를 하였다. 하지만 박상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인터뷰를 끝내고 며칠후에 실제로 자신이 뽑힐줄은 몰랐었다.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담력테스트라는 이벤트에 합격되었을 때 사실 이 모든게 진짜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합격통지뒤에 박상무를 다시 만나고 나서 정말로 통장에 2천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 뜻밖의 횡재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물론 비밀을 요구하는 일이기에 아내나 주변의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괜히 1억원의 찬스를 어리석은 실수로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내 이벤트 날인 금요일이 되었을때 철영의 기분은 긴장도 되었고 설레기도 했다. 며칠전부터 이날을 꿈꾸어왔다. 시체로 분장하여 침대위에 누워 하룻밤을 새는 것은 솔직히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할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쓰다고 해도 보약을 못먹을리는 없었다. 그와 같은 이치였다. 1억원이 생기는데 시체흉내가 아니라 정말 관속에서라도 들어가 하룻밤을 지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철영은 금요일 오후 3시에 약속장소인 구영대학병원 4층 103호실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계약서를 박상무에게 건네주고 몇가지 주의 사항을 들었다. 무슨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시체처럼 있어야 하고 한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상무는 그 일이 담력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며 그 임무를 완수해야 무사히 이벤트를 마칠수 있을것이라며 수없이 강조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주고는 그안의 내용을 읽고 외운뒤에 완전히 찢어버리라고 했다. 철영은 편지봉투를 받아들면서 첩보원이라도 된듯 별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박상무의 말대로 안의 내용을 읽고 외웠다. 매우 간단한 내용이라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다만 해야될 내용이 좀 꺼림직했다. 하지만 그런 임무이기에 이게 담력테스트가 될 수 있겠다고 수긍을 하였다. 철영은 종이를 갈기갈기 찢자. 박상무는 흐뭇한 표정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그가 나가자마자 밖에서 분장사라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곳에서 철영은 완벽한 중년의 시체같이 보이기 위해 두시간이 넘게 꼼짝도 하지 못하고 앉아있었다. 마침내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아마 사고로 죽은 사람같았다. 머리 왼쪽부분이 깊게 패여져 있었고 피가 굳어져 있는 상처가 징그럽게 보였다. 직접 특수효과의 위력을 보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저녁 5시가 되자 철영은 예정대로 본격적인 시체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간호사가 간이침대를 가지고 103호실로 왔고 자신은 그위에 시체처럼 누웠다. 그후에 엘리베이트를 타고 몇번이나 이리저리 움직이며 싸늘한 체온을 느끼게하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칠흙같이 어두운 곳이었다. 방부제 냄새와 소독약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두통마저 일으키는 것 같았다. 정말 시체들도 결코 좋아하지 않을 냄새 같았다. 머리를 덮은 천밖은 온통 깜깜했다. 그리고 그 간호사는 사라졌고 그곳에 홀로 남겨져 버렸다. 철영은 본격적으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고 자신을 다독거렸다. 박상무에게 설명을 들은대로라면 자신은 지금 시체보관소에 다른 시체들처럼 놓여져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죽은듯 조용한 공간과 음울한 기운이 과연 시체들이 보관될만한 분위기였다. 아니면 시체들이 있었기에 이런 기운이 흐르는지도 몰랐다. 이제 시체들속에 홀로 놓여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심장이 튼튼하고 대담하다고 해도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 특이하게 조용한 곳이라면 온갖 생각이 엉뚱하게 발전하는 것을 막기는 힘들었다. 다행인것은 철영자신은 회계과를 전공했고 은행에 근무했던바 굉장히 산술적이고 논리적이었다. 비과학적이고 공상적인 것은 자신의 세계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창의적이고 공상이 풍부한 예술가들이 이런곳에 머물게 된다면 얼마지나지 않아 미쳐버리거나 정말 시체로 변할지도 몰랐다. 철영은 자신이 더없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덕분에 힘을 얻었는지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얼마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구둣발자국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설마 시체가 돌아다닐리는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도대체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서워지기도 했다. 너무나 조용한 공간에 자그마한 발자국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그리고 그 울려퍼지는 소리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것이다. 철영에게 정말 구둣발자국소리는 그냥 평범한 소리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조용히 울려퍼지며 자신의 마음속을 점점 파고드는게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발자국 소리는 한걸음씩 가슴을 두드리며 수많은 언어를 담고서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철영은 이내 안절부절해했다. 마치 악마가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을 알아내고 그의 마음속에 그 두려움을 심어주는 말 같이 들려왔다. 무섭게 떨리는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안정시킬수가 없었다. 구둣발자국소리는 멀리서 문여는 소리와 함께 그안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철컹’하며 무엇인가 육중한 쇠문 같은 것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두발자국의 주인이 내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인지 궁금했다. `철컹’하고 다시 그 소리가 들리더니 문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함께 그 거북한 발자국소리는 다시 나타났다. 일정하면서도 단조로운 박자로 또각거리는 소리는 철영의 신경을 바짝 세웠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은 다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그 안으로 사라졌다. 이제 철영은 이안에서 도저히 마음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소리는 마치 칠판위를 손톱으로 긁을 때 나는 소름끼치는 소리처럼 그의 신경을 온통 긁어대고 있었다. 또다시 사라진 구둣발자국소리가 자꾸 신경에 거슬렸고 두려운 마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를 더욱 미치게 하는 것은 다음에 언제 그소리가 다시 나타날지 온신경이 그쪽으로 쏠리며 자신이 그소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동안 사위는 너무나 조용했다. 불행히도 철영의 마음은 그것을 느낄틈이 없었다. 어둠의 공간안에 가득찬 적막감은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긴장감과 똑 같았다. 구둣발자국이 다시 들려온다면 둘다 산산히 깨어지는 것이었다. 마침내 문여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의 주인공이 걸어나왔다. 발자국소리는 이동하는 가 싶더니 문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나타났다. 그러하기를 몇번 반복하더니 발자국 소리는 어느새 자신이 누워있는 방쪽으로 접근했다. 철영의 가슴은 팽팽한 고무줄을 튕기듯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문이 `끼이익’하며 조용히 열리더니 발자국의 주인공이 안으로 들어왔다. 또각거리는 소리는 생각했던것보다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발자국의 주인공은 문 근처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음. 여기도 이상무. 이제 퇴근이다.” 그 사내는 바로 나가더니 구둣발자국소리를 뒤로 흘리며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는 철영의 청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철영은 비로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한가지 짐을 덜어버린 기분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가 이곳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건물을 둘러보고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보니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철영은 자신이 마침내 완전히 시체들속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시체들이 되살아나 자신에게 해꼬지를 할일은 없겠지만 자꾸 비논리적이고 허황된 생각들이 만들어 질려고 했다. 이게 다 그 난데없이 구둣발자국소리가 끼어들어와 자신의 안정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철영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해 보았다. 여기에 들어온지 며칠은 된 듯한 기분이었지만 실제로 얼마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박상무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CCTV가 어디쯤에 있어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을까? 자신을 모니터링한다고 했으니 손끝하나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벌써 좀이 쑤셔오는 것 같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다. 차라리 잠들기를 바랬지만 잠은 전혀 오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가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신호를 기다려야 만 했다. 지겹게 아무생각도 없이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다. 완벽한 시체로 있어야 했지만 살아있는 사람인 이상 생각마저 시체처럼 꼼짝하지 않을 순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잊고자 다른 생각들을 억지로 해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많던 소재들은 사라지고 시체와 시체공시소와 관련된 주제들만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자신의 분장을 보면 자신은 끔찍한 교통사고나 아니면 살해 되었을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머리왼쪽의 상처를 떠올리니 소름이 끼쳤다. 사람의 피를 흘리는 모습이나 상처입은 모습은 결코 보기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특히 비위가 약한 사람들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도 있었다. 철영은 자신의 주위에 몇구의 시체들이 더 있을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죽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것은 자신이 이상황에서 원하는 생각은 아니지만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끔찍한 모습들이 상상되었다. 이러다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에 미칠지도 몰랐다. 철영은 숫자를 떠올렸다. 자신이 평생동안 가장 가까이 대했던 것들이 숫자였다. 한동안 머리속에서 숫자들을 계산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그 숫자들은 점차 시체들의 숫자로 변했다. 머리속에 2천 곱하기 2천을 생각하면 시체 2천구 곱하기 시체 2천구처럼 단위가 시체들로 변해 버렸다. 자신의 의식과 생각이 통제 안되는 것보다 황당하고 난처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철영은 너무나 우습게 보였던 이일이 점차 부담스러워지자 어찌할바를 몰랐다. 자신 스스로가 통제안되는 그때부터 또다른 두려움이 계속 커져만 갔다. 철영은 남은 시간 동간 계속 자기 자신과의 길고 긴 투쟁을 해야만 했다. 스스로를 두려운 상상속에 끌고가려는 마음과 그것을 막으며 이성적인 생각이 팽팽히 맞서며 그 사이의 긴장을 유지시키고 있었다. 정작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는 일이었지는 정신은 한순간에 10년은 더 늙어버린듯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기나긴 시간이 지나고 스피커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뎅’ `뎅’..하고 12번을 울렸다. 매번 울리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그렇게라도 외부의 자극을 받자 철영은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정신력을 소모한 듯 온몸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팽팽했던 긴장이 시계소리 때문에 한순간 무너지자 신기하게도 갑자기 졸음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철영은 자신의 부여받은 하나의 임무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도중에 잘 수는 없었다. 언제 신호가 올지 몰랐지만 한번 이렇게 잠들면 깊게 잠들기 때문에 신호를 놓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보냈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가운데에 잠을 몰아내려 길게 산소를 들이 마셨다. 하지만 몸을 꼼짝도 하지 못하기에 한번 찾아든 잠을 쫓아내기가 힘어 부쳤다. 꾸벅꾸벅 졸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잠을 쫓기위해 다른 생각을 하다가 다시 꾸벅꾸벅 졸았다. 이런 악순환을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몰랐다. 이내 유혹을 견디지 못해 마침내 잠이 들려는 순간 스피커에서 팝송이 흘러나왔다. 옛날에 많이 들었던 곡이었다. 모항공사의 CM송으로 사용되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다. `welcome to my world~~~’ 그 음악이 들리자 언제 졸았느냐는 듯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이 신호였다. 철영이 그제서야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몇시간만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것이다. 먼저 오른손을 들어올려 머리위의 덮개를 밑으로 내렸다. 다른 사람의 손인듯이 움직이는게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철영의 두눈을 천천히 뜨자. 안뜬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너무나 컴컴했다. 더듬더듬 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콘크리트 바닥의 싸늘함이 맨발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졌다. 바닥에 내려서고는 주위를 한번 빙글 돌아다 봤다. 문에 달려있는 비상등이 눈에 띄었다. `B104’호라는 글씨가 불빛위에 드러나 있었다. 철영은 기지개를 한번 쭈욱 펴며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켰다. `두둑’하는 소리가 온몸에서 울려나왔다. 철영은 천천히 문쪽으로 걸어갔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맨발을 통해 찌르르하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순간 자신이 살아있다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맨발이라 큰 발자국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구두를 신고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맨발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를 내는게 더욱 맘에 들었다. 문을 열자.`삐걱’하는 소리가 나왔다. 순간 철영은 가슴이 뜨끔거리며 놀랐다. 마치 이 고요를 깨는 것이 죄를 짓는 것같았다. 성스러운 죽음들의 잠을 깨우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철영은 문을 잡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체들이 일어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달려들것만 같았다. 철영은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철영은 최대한 조심하며 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철영은 자신이 복도에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복도에는 B101에서 B105까지 다섯개의 방이 있다는 것을 문위에 난 비상등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나온 방 앞에 B103이 있었고 엘리베이터신호가 어둠속에 보이는 쪽으로 B101호와 B102호실이 서로 마주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 반대편 복도 끝에는 B105라고 쓰여있었다. 그러고보니 굉장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 층이었다. 철영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B101호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B101호실앞에 섰을 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임무를 상기하며 용기를 북돋았다. 생각에 따라 쉬울수도 있었고 어려울수도 있는 임무였다. 철영은 매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다행히 여전히 어둠속에 흘러나오는 팝송이 어느정도 문여는 소리를 덮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발라드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종류소리라 완전히 감출수는 없었다. `끼익’하고 문이 열리자 조심조심하며 그안으로 들어갔다. 철영은 문안에서 잠깐 멈춘채 방안을 훑어 보았다. 비록 여전히 깜깜했지만 자신의 두눈도 이제 어둠속에 꽤나 익숙해져 무엇인가가 보였다. 어둠속에 더욱 짙은 형체들이 눈에 서서히 들어왔다. 그 윤곽들은 질서정렬하게 놓여있는 침대들이었다. 물론 그위에 시체들이 보였다. 시체들의 얼굴은 커버에 덮혀있지 않았다. 다행히 어두웠기 때문에 시체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얀천 같은 커버가 얼굴에 덮혀져 있는지 아닌지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철영은 천천히 왼쪽안으로 걸어갔다. 그쪽에는 몇 개의 불빛이 있었다. 좁쌀만한 녹색빛과 붉은빛들은 의료장비나 기계에 붙어있는 불빛이었다. 철영은 천천히 아주 조심스레 그쪽으로 접근하였다. 그곳에 가까히 가자. 큰 선반 같은 것이 눈에 가까워졌다. 임무쪽지에 보면 이것이 해부대라고 했었다. 철영은 그 위에서 의외로 쉽게 원하는 장비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선반위에는 달랑 수술용 메스하나가 놓여있었고 그게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었다. 철영은 조심스레 그것을 오른손에 쥐고는 뒤로 돌았다. 그리고 두개열 침대의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길게 심호흡을 하였다. 산사람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시체들 사이를 지나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철영의 심장은 지금 이순간 너무나 제멋대로 뛰고 있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앞으로 드리밀며 철영은 어둠속에 있던 시체들을 향해 걷기시작했다. 두열로 놓여진 침대들의 가운데를 통과하기로 했다. 좌우의 시체들은 모두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너무 자세하게 쳐다보지는 않았다. 죽은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철영은 한발한발 앞으로 내디디며 좌우의 시체들을 재빠르게 확인했다. 아직까지 얼굴이 덮혀있는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쪽지에는 자신의 대상이 제일 안쪽에 있다고 적혀 있었다. 철영은 제일 안쪽에서 만나게 될꺼라고 기대는 했지만 매사에 꼼꼼한 것은 죄가 되지 않았다. 철영은 어느새 두열의 중앙쯤을 지나고 있었다. 5섯쌍의 시체를 이미 확인하였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허공속에 노출되어 있었고 결국 철영 자신의 대상은 아니었다. 철영은 다시 어둠속에서 앞으로 천천히 나갔고 남겨진 시체들을 남김없이 확인했다. 역시 마지막 윗쪽에 있는 시신이 유일하게 덮개를 얼굴까지 덮고 있었다. 철영은 그 시체 바로 옆에 섰다. 울렁거리는 기분이 갑자기 메스껍게 했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차리기 위해 어금니를 꽉깨물었다. 어둠속에서 보이는 거라곤 눈앞의 희뿌연천이 전부였다. 그안에 시체가 놓여져 있는 것 같은 형체가 보이긴 했다. 맨발도 천밑에 드러나 있었다. 철영은 그 앞에서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오른손을 위로 쳐들었다. 맥박이 급작스럽게 뛰며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런일은 미루거나 갈등을 길게하면 할수록 실행하기가 힘든법이었다. 시체를 훼손하는 것은 분명히 범죄였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자신의 임무에 관한한 어떤한일도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분명히 나와 있었기에 시체 훼손에 관한 벌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 이상 갈등하지도 않겠다고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다시한번 다짐을 했다. 담력테스트가 성공이냐 실패냐가 바로 지금 이순간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는것에 달려있었다. 한번 신속하고도 확실하게 행동하고 나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끝나리라고 생각했다. 오른손에 힘을 불끈 쥐었다. 손아귀안에 있는 수술용 메스가 뜨겁게 느껴졌다. 그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한참 절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멜로디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철영은 그대로 메스를 시체위로 내려 꽂았다. `큭.’하는 소리가 바로 앞시체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꿈틀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하지만 시체가 칼에 찔린다고 해서 신음을 흘리고 벌떡 움직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자신이 너무 강하게 내려쳐 침대의 반동에 의해 시체는 움직였고 그 때문에 어떻게 이상한 소리가 따라 나올수 있다고 생각했다. 칼을 꽂아 놓은채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렸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는 조금도 이 기분나쁜방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비상등이 빛나고 있는 문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자리를 떠나기전에 문득 그 옆을 스치는 시체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이제 어둠속에 완전히 적응되어 어느정도 시야가 구별되었다. 자신의 눈길이 무심코 쏠린 시체는 여자같았다. 이상한것은 그 시체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같은게 묻어 있었다. 기이한 느낌이 들었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시체를 수술용메스로 찔렀을 때의 그 감촉이 철영의 기분을 굉장히 나쁘게 만들었다. 시체를 파고들 때의 그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촉감이 자신의 기분마저 더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철영은 문앞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문을 열었다. `끼익’소리가 노래속에 섞여나왔다. 완전히 문여는 소리를 죽일 수는 없었다. 철영은 볼일이 끝난 그방을 제빨리 뛰쳐 나왔다. 복도에 나와서야 길게 숨을 내셨다. 아직도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은 한결 나아졌다. 막상 임무를 마치고 나니 안도감이 엄습했다. 이제 힘들더라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리라 그러면 아침이 되고 담력테스트는 깔끔하게 끝날것이었다. 철영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고는 자신의 방 B104호실 안으로 걸어갔다. `끼익’하고 다시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사위가 한순간에 적막을 되찾았다. 그 때문에 방안을 들어설 때 더욱 조심스러웠다. 방안을 들어와 보니 이방의 구조와 시체의 배열이 B101호와 똑 같았다. 철영은 자신의 빈침대를 찾아갔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위치는 문쪽과 가까운 열중 의 중간쯤에 있었다. 침대번호로 치면 5번이 아니면 6번이리라. 철영은 자신의 침대를 찾아 그위로 올라갔다. 엉덩이를 위로 올린 순간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침대가 아까보다 더 높아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침대가 바뀔리가 없었다. 그냥 자신의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져 그런 착각이 드는것이라고 철영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대위에 눕자 등쪽의 감촉이 생소했다. 몇시간동안 꼼짝않고 누워있었다면 매트리스가 어느정도 자신의 등에 맞추어 변형되어 있었을것인데 마치 새것처럼 낯설었다. 철영은 자꾸 자신의 생각이 그쪽 방향으로 흐르자 아무생각도 말고 그냥 자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침대위에 반듯이 눕고 커버를 머리끝까지 올리자. 또 다른 생각이 엉뚱하게 튀어 나왔다. 아까 자신이 찔렀던 시체가 정말 꿈틀대었고 기괴한 소리를 냈을까?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상황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물론 그 순간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한 심정에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분명히 칼이 꼽히는 순간 꿈틀대는 움직임과 음악속에서도 `끅’하는 기괴한 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체훼손에 대한 책임까지 보장한다고 했지만 과연 이벤트를 꾸미고 주최했던 사람들이 감히 시체를 훼손하려고 했을까? 그렇다면 마네킨이 아니었을까? 고무나 플라스틱 마네킨이었다면 탄성에 의해 꿈틀될수도 있었고 이상한 소리를 낼지도 몰랐다. 철영은 나름대로 자신의 행위를 조금이라도 더 정당화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였다. 침대의 오른쪽 옆구리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천이 들려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오른쪽 천이 완전히 덮혀지지가 않고 있었다. 오른손을 돌려 더듬거리니 반뼘정도의 쇠막대기 세워져 있었다. 그것이 천을 들리게 하고 있었다. 전에 그곳에 없었던 물건이었다. 철영은 이게 과연 자신의 침대인지 점점 의심이 갔다. 왠지모르게 불안함과 두려움이 물밑듯이 밀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쇠막대기를 잡고는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힘을 주어도 꼼짝도 하지 않던 쇠막대기를 밑으로 미는 순간 그쪽으로 꺽이며 움직였다. `끼~낑~챙’하며 금속의 마찰음과 스프링소리가 고요한 어둠속을 한순간에 찢어버리는 듯 퍼져나갔다. 철영은 침대가 밑으로 푹 꺼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목과 가슴 그리고 복부쪽이 화끈거렸다. 등 뒤쪽에서 못같이 날카로운 금속이 사정없이 뚫고 올라왔다. 철영은 비명도 내뱉지 못한채 그대로 의식을 잃어야 했다. `진짜 내침대가 아니었어. 정말로 뭔가가 잘못 되었어.’ 그게 그가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생각이었다. 언제 무슨일이 일어났었냐는 듯이 사위는 다시 본연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출처 : 리얼판타(www.realfanta.com)작가 : 자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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