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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담력 테스트 -8-
게시물ID : panic_140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4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5 10:01:49
최 강식은 대학교 4학년 휴학생이었다. 경제사정이 워낙 안좋아서 많은 대학졸업생들이 졸업하자마자 실업자로 전직하는 사태가 만연했다. 경영과도 더 이상 인기있는 과가 아닌 평범한 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강식뿐만 아니라 많은 주위의 친구들이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하고 대학원생으로 진학한지 오래였다. 강식도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돈도 좀 모으고 공무원시험 준비도 할 겸 휴학을 하였다.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응시한 아르바이트가 인터뷰를 하라는 멜로 회신을 받았다. 처음에는 별반 기대도 하지 않고 인터뷰장소로 갔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야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한참 짓고 있는 건물에 임시 인터뷰장소를 마련했다는 것을 알고 실망이 많이 되었다. 박상무라는 사람을 만나고 아르바이트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담력테스트란 이벤트를 왜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1억원이란 거금도 너무나 탐이 났지만 결코 진짜 같지가 않았다. 무슨 사기 같다는 냄새가 분명히 났다. 하지만 1억원의 유혹은 결코 쉽게 거절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만약에 박상무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착수금이나 그와 비슷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낌새라도 있으면 당장 그만 두고 나오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날 그가 요구한 것은 테스트에 참가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뿐이었다. 강식은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도 하고 몇백대 일의 경쟁이라는데 설마 자신이 될까 하는 마음에 후보자로 참가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와중에서도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았다. 그만큼 세상은 위험해져 갔다. 이틀뒤에 고시원으로 박상무에게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몇백대 일을 뚫고 최종적임자로 뽑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가 얘기한 날짜에 다시 만나러 가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내 강식은 냉정해졌다. 그러지 않기를 바랬지만 이게 새로운 종류의 사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강식은 정신을 바짝차리고 경계를 한시도 풀지 않고 다음에 약속된 미팅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 갔을 때 박상무는 축하의 말과 함께 친절하게 그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비교적 상세하게 이벤트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강식이 보는 앞에서 직접 강식이의 통장으로 2천만원 입금을 지시했다. 그 순간 강식이의 경계는 다소 느슨해졌다. 빨리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통장내역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박상무는 계약서와 이벤트와 관련된 정보가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걷네주며 작별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 방을 나오자 마자 강식은 곧바로 시내를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은행이라고 보이는 간판을 확인하는 순간 그안으로 들어가 은행계좌를 확인했다. 꿈만같이 거금 이천만원이 정말로 자신의 계좌에 들어와 있었다. 강식은 그제서야 자신이 횡재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벤트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완전히 없애 버렸다. 자신과 같은 학생에게 이천만원까지 지불하며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을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강식은 그날 저녁 친구들을 불러내 3차까지 확실히 쏘았다. 친구들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돌려대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박상무가 처음부터 강조한 것이 보안이기에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도 이벤트와 관련된 내용들을 조금도 언급할 수는 없었다. 강식은 그냥 즉석복권으로 백만원짜리가 당첨되었다고 둘러대었다. 친구들은 반신반의 하며 축하해주었다. 강식은 기꺼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가짜시체가 되어 진짜시체들과 하룻밤 새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하루동안의 공포 때문에 거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젊은 혈기에 그보다 더한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포는 잠깐이요 행복은 계속이였다. 강식은 예정대로 구영대학병원 4층 104호실에 정오에 도착했다. 박상무는 이번에도 아주 기뻐하며 그를 반겨주었다. 시체로 분장을 하기전에 그가 편지봉투를 주었다. 그안에 있는 임무를 빨리 외우고 찢어버리라고 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두번만 읽고나서 종이를 찢었다. 편지안의 내용은 용기만 있으면 되는 비교적 수월한 임무같았다. 다만 처음에 머물러야할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지는 않았다. 곧이어 특수효과 분장사라는 작고 통통한 체격의 여자가 들어와 자신의 얼굴과 손발을 정성들여 토닥거렸다. 분장이 끝나고 거울을 보았을 때 강식은 깜짝 놀랐다. 왜 분장사가 한쪽벽에 있는 거울앞에서 분장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보기에도 끔찍했다. 그많은 사망사유중에 자신의 죽음은 화재사였다. 역시 자신에게는 어떻게 죽는지에 대한 사망사유의 선택권도 없었다. 얼굴의 왼쪽부분이 화상으로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부풀어있는 수포나 끈적거리는 액체같은게 정말 진짜 화상으로 보였다. 강식은 분장사를 쳐다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2시가 조금 못되어 박상무가 잠깐 들렀다. 박상무는 화상자국으로 분장한 강식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면서도 감탄성을 연실 발했다. 그는 친절하게도 점심을 놓쳤으니 간단하게나마 먹으라고 김밥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괜찮다고 사양을 했다. 마음이 긴장되었다가 설렜다가 도통 안정이 되지 않아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화상의 흉터를 보면 도저히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아직 30분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마음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마침내 이벤트 시간이 되자 남자간호사가 그방에 방문하더니 강식을 확인했다. 강식은 그가 시키는대로 최대한 똑바르게 그리고 편안한 자세로 이동침대에 누웠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체가 되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그만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발목 밑으로를 제외하고는 머리끝까지 흰천으로 덮혀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강식은 꼼짝않고 누워 있는 가운데에서도 온통 귀를 쫑긋 세우고는 소리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신의 시체는 젊은 남자에게 다시 인계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한참동안 밑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문이 다시 열리며 밖으로 밀려나가자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아마 시체를 보관하는 장소에 도착했나 싶었다. 소독약과 방부제냄새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정도로 심하게 코를 찔렀다. 강식은 김박사라는 남자가 자신을 잠깐 살펴보고나서 냉동고에 보관하라고 지시했을 때 깜짝 놀랐다. 냉동고라니 그럼 자신이 그대로 꽁꽁 얼어버린채 죽는게 아닌가 싶었다. 벌떡 일어나 자신은 진짜로 죽은 사람이 아니라고 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슨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이것도 실은 자신의 담력을 테스트하기위한 준비된 대사일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참지못하고 일어난다면 자신은 실패하게 되는것이었다. CCTV가 어디선가 자신의 반응을 기다리며 모니터링하고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진짜로 산사람을 얼려죽이는 종류의 이벤트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강식은 복도의 제일 안쪽으로 옮겨진 것 같았다.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그방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서 약간 이동하더니 젊은목소리의 남자는 `끼이잉’하며 두꺼운 금속문을 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안에서 무엇인가를 꺼집어내는 듯 바퀴돌아가는 소리가 들려나왔다. 강식을를 덮고 있는 천덮개를 걷어냈다. 그리고 그를 옆구리를 밀고는 그밑으로 얇은 나무받침대를 끼웠다. 그 젊은 남자는 강식의 끔찍한 모습을 무척이나 꺼리는 것 같았다. 강식의 등쪽에 끙끙대며 판자를 끼울 때 거친호흡소리가 무척이나 자신을 꺼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식은 그가 자신의 몸에 손을 갖다대는 순간 나름대로 온몸에 힘을 딱딱하게 주었지만 그남자는 시체가 강직이 많이 풀렸다며 투덜대고 있었다. 강식이 다시 침대위에 바로 눕혀졌을 때 등뒤가 딱딱해졌다. 젊은남자는 강식의 머리끝을 밑으로 기울여 발끝부분의 받침대가 약간 들리게 하였다. 그리고 어디에 걸쳐진듯한 느낌이 들자 그대로 받침대채로 강식이를 힘껏 안으로 밀어버렸다. 강식은 자신이 받침대와 함께 딱딱한 침대 같은 것위로 옮겨진 것을 알아 차렸다. 곧이어 굴러가는 느낌과 함께 침대가 어두운 공간안으로 들이밀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위로 `끼이잉’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칠흑 같은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강식은 자신이 시체를 얼리는 냉동고안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덜컥 겁이났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와닿으며 이대로 얼어죽는게 아닌가 두려워졌다. 머리위쪽으로 발자국소리가 멀어지더니 이내 조용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식은 살그머니 눈을 떠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팔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려 보았다.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이곳은 관처럼 사방이 꽉막혀 있을것이었다. 강식은 좌우 그리고 위에 차가운 금속의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관속에 누워있는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 자신이 누워 있었다. 설마 이안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였던 것이었다. 강식은 자신이 밀폐공포증 같은 것이 없다는 것에 감사했다. 비록 몸을 뒤척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공간은 있었지만 그런 종류의 공포증이 있는사람이라면 채1분도 못참고 미칠지 모르는 공간이였다. 다행인것은 이 안의 온도가 낮아지는 기색이 없었다. 냉동고란 이름에 어울리듯 이런곳에 시체를 두면 보통 꽁꽁얼리는 게 정상인데 싸늘하기만 할뿐 더 이상 온도가 내려가는 기미는 없었다. 역시 그냥 담력을 테스트하는 수준인 것이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이벤트가 아닐까 잠시 걱정을 했던 자신이 오히려 한심하게 느껴졌다. 강식은 등이 딱딱하여 자주 몸을 뒤척여야 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주의사항 그대로 철저하게 시체처럼 꼼짝않고 있어야 되겠지만 지금은 좁은 공간안에 자신 혼자만 존재했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든 누구도 상관할 수 없었다. 강식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했다. 자정이 넘어서 신호가 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꽤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물론 담력테스트의 취지에따라 어떤 이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순간보다 더 나빠질것같지는 않았다. 자신의 좌우 그리고 위쪽에 자신만큼 끔찍한 시체가 누워있을지도 몰랐다. 그들이 언제 느닷없이 이 위태스러운 침묵을 깨뜨릴지도 몰랐다. 비록 그런일이 실제로 상상속에서나 가능하다 해도 무서운일은 언제 어디서든지 그 상상을 넘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곳에 숨어있었다. 그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답답해지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군을 재대한지 2년이 넘었지만 군에서 칠흑 같은 야산을 돌아다니며 담력훈련을 많이 했었다. 그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나 편안했고 보상도 엄청난 셈이었다. 강식은 나름대로 무서운 상상과 고요한 현실을 적절히 섞어가며 그 사이에 흐르는 긴장을 즐겼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강식은 어떤 소음 때문에 잠이 깼다. 누군가 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생각없이 잠에서 깨어 제정신이 들기만을 바랬다. 어느정도 의식이 돌아오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두려움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누가 들어온 것일까? 산사람일까 아니면 죽은 사람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자신의 의문이 터무니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은 죽은 사람도 돌아다닐 수 있다는 불가능한 사실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정체불명의 사물은 김박사라는 이곳 의 직원이었다. 자신이 사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곳에 보낸 사람이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는지 연신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 목소리로 그가 누구인지 알수 있었다. 하긴 이런곳에서 일하게 되면 혼자서라도 끊임없이 얘기하지 않으면 무서워 미칠지도 모를 것 같다고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시체들속에서 일을 한다면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거나 한시라도 떠들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을것만 같았다. 김박사라는 사람도 시체한구를 냉동고안에 집어 넣는 것 같았다. `끼이잉’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힘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금속벽의 진동을 통해 시체가 들어오고 있는게 전해졌다. `끼이잉’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닫혔다. 김박사의 입에서 “이제 다 끝났군.”하는 기쁨의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그의 구둣발자국이 이방을 빠져나가더니 이내 사라졌다. 강식은 이제 자신이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추석연휴전날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자신같이 1억원의 보상금이라면 예외가 되리라. 한번 잠이 깨자 다시 잠들기가 힘들었다. 임무를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려고 하니 젊은 혈기에 좀이 쑤셨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이따금씩 몸을 뒤척였지만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갔다. 강식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을 했다. 1억원을 받으면 무엇을 할까?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보았다. 나름대로 시간은 잘 흘렀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1억원의 돈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계획들이 세워졌고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골치만 지끈 아프게 만들었다. 결국에는 받고나서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결정했다. 상상에서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시체냉동고안의 칠흑 같은 어둠속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 생각을 돌려보면 공동묘지안에 묻혀 관속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사실 두 상황의 차이점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았다. 전자는 꽁꽁 얼어붙어 있어야 된다는 것과 후자는 벌레들의 밥이 되어야 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죽은체로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다는 것은 똑같았다. 강식은 생각은 다시 점점 공포스러운 분위기 쪽으로 흘러갔다. 원래 학창시절이 공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고 즐기게 되는 최고의 시기였다. 고등학교시절은 상상력안에서 공포와 관련된 얘기를 즐긴다면 대학때는 실제로 공포영화와 같은 공포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즐긴다는 것이었다. 요즈음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 미국의 할로윈 시절이 되면 한국에서도 그와 관련된 행사를 열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정도 였다. 강식은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많은 공포영화가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지금 있는 장소의 위력이었는지 여러 인상깊은 장면들이 또렷하게 기억되었다. 필름 커트들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매장면이 섬뜻하고 흉칙했다. 사진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중에 문득 화상을 입은 시체의 모습이 지나갔다. 강식은 전기고문이라도 받은듯 깜짝 놀랐다. 머리속에 방금 본모습을 떠올려 보니 그 모습은 영락없이 분장실에서 본 자신의 시체분장이었다. 지금 자신의 얼굴위에 바로 딱딱하고 두껍게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하지만 강식은 자신이 얼굴이 끔찍한 화상분장으로 덮혀있다는 현실이 도저히 사실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본다면 당장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은 똑같이 공포스러운 기분이었다. 무서운 환경에서 자유를 제압당한채 상상이 허락되는 것은 정말 비극이었다. 상상의 자유는 그 공포속에 제압당하여 지배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이었다. 공포스러운 상상은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라서 아무리 미세한 존재라 해도 두려운 기운을 영양분 삼아 무섭게 자라고 번져가기 때문이었다. 강식과 같이 아직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욱 빠르게 번식할 수 있었다. 강식의 상상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갔다. 다행히 그에게는 그 공포스러운 상상을 견뎌낼 수 있는 젊음이 있었다. 시체냉동고 안에서 스스로 만든 공포를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강식은 어느순간 단번에 공포영화에서 연상된 수많은 상상들에게서 벗어나며 자신의 마음을 추스렸다. 강식은 마치 긴 악몽에서 방금깬 것 처럼 온몸이 식은 땀으로 흥건했다. 이내 차가운 공기와 피부의 수분이 닿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얇은 수의 하나만을 입고 있기에 무척이나 추웠다. 생각을 조금만 고쳐먹어도 이곳에서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 밀폐된 공간이 너무나 답답했고 시체들과 함께 공유하는 고요함은 미칠것같이 두려웠다. 그리고 온몸의 체온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렇게 생각하니 포기할 합당한 사유가 되었다. 하지만 상황을 다른 각도로 본다면 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답답하고 무서웠지만 지금까지 그를 무섭게 했던 상상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영적인 일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그것에 관하여 믿는지 안믿는지도 모르겠지만 시체보관소에서 비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옛날에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산사람이 무섭지 죽은사람이 무서울게 뭐가 있냐고 지금 강식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추위는 곧 적응이 될것이다. 땀으로 흘린 수분만 증발되면 한결 가실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고난들은 1억원의 보상과 비교해서 너무나 가벼운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돌리니 마음이 안정되고 견딜만 했다. 추운느낌이 지속되어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그런지 몰라도 다시 졸음이 찾아왔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이었다. 임무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자면서 보낼 수 있다면 정말 1억원은 공짜나 다름이 없었다. 강식은 다시 반가운마음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둠과 침묵속에서 알수는 없었지만 강식이의 의식을 깨운 것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계소리였다. `뎅..뎅..뎅….’ 처음부터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자정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직도 졸려 그대로 잠들고 싶지만 아쉽게도 좌우의 금속벽을 어루만지며 정신을 차려야 했다. 해야할 임무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속벽을 통하여 싸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누운채 부르르하고 온몸을 떨었다.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차가운 감각외에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감정이 무서운지 어떤지도 알수 없었고 그저 멍했다. 차가운 공간안에서 장기간 노출이 되어 그런지 의식과 감정은 무척이나 느리게 돌아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온통 신경은 귀쪽으로 가 있었다 출처 : 리얼판타(www.realfanta.com)작가 : 자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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