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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담력 테스트 -9-
게시물ID : panic_140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7
조회수 : 13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5 10:03:33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임무를 시킬 신호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올것만 같았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소리는 신호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정을 알리는 소리를 내지르고는 스피커는 다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열을 세고나면 바로 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시작했다. `하나..둘.. …아홉..열.’ 기대와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몇번이나 수를 세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시시한 장난이라는 듯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서 임무신호가 나올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자정을 넘어서 얼마가 지나야 신호가 나오는지는 그 임무쪽지에 정확하게 쓰여있지 않았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강식이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자신과 같이 젊은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이 인내심같았다. 그 사실을 잘알고 있었지만 고칠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임무를 끝내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었다. 아무리 가벼운 임무라해도 반드시 해야하기 때문에 마음의 짐이 되고 있었다. 몇번이나 `자 바로지금이다.’를 반복했는지 몰랐다. 그와 대조적으로 스피커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강식이의 사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초조한 가운데에서도 시간은 꽤나 흘러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마침내 강식은 기다리던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강식은 마치 임무를 이미 마친것처럼 기뻤다. `웰컴 투 마이 월드’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들어본 것 같기도 한 노래였다. 부드러운 멜로디가 침묵의 공간속으로 느릿하게 퍼져 나갔다. 노래 한곡은 평균적으로 3분에서 5분정도 될것이다. 간혹 10분이 넘어가는 괴팍한 노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시간안에 포함되었다. 이곡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정도가 되지 않을까하고 노래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임무는 이 노래가 모두 끝나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귀로는 음악을 신중하게 듣고 있었고 머리속에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되새기고 있었다. 음악이 점점 흘러가고 임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자. 긴장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평균시간의 범위안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노래는 긴 것 같았다. 마침내 노래가 끝나고 스피커가 다시 언제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지금 움직여야 되지만 당장 움직이지는 않았다. 강식은 자신도 모르게 몇번이나 노래가 끝나는지 확인했다. 긴장때문이었는지 자신이 꽤나 신중해진 것 같았다. 마침내 굳어있는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몸을 뒤집어 엎드린채 머리위의 철문에 손을 갔다대었다. 불현듯 겁이 덜컥났다. 만약에 이문이 밖에서 잠겨 있으면 어떡게 할까? 두려워 졌다. 그렇다면 이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었다. 임무는커녕 살아나기도 힘들 것 같았다. 갑자기 겁이 덜컥나 손에 힘이 잔뜩들어가며 힘차게 철문을 밖으로 밀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철문은 힘이 약간 들었지 `끼이익’하는 소음과 함께 열려졌다. 강식은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그곳에서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나오는 과정에서 밑의 받침대가 바퀴 때문에 조금 밖으로 튀어 나왔다. 알고보니 시체를 넣기 편하게 바퀴로 움직일 수 있게 고안된 받침대였다. 강식은 그곳을 빠져나오자 받침대를 앞으로 쭈욱 당겨봤다. 부드럽게 밖으로 나왔다. 강식은 그대로 받침대가 밖으로 나온채 두기로 했다. 자신의 임무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제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눈으로 방안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사방은 캄캄하고 어두웠지만 자신의 시야도 어둠속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자신이 빠져나온 벽전체가 냉동고였다. 2층으로 된 아파트처럼 되어 있었다. 문마다 붉거나 푸른 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암기했던 메모에 의하면 붉은 빛은 시체가 비어 있다는 것이었고 푸른빛은 시체를 냉동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머리속에는 비교적 간단한 조작법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윽고 강식은 비상등이 빛나고 있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온몸을 한번 크게 비틀었다. 우두둑하며 잔뜩 굳어있는 근육과 뼈마다가 서로 마찰하는게 시원했다.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B105호실이라고 문위의 비상등은 친절하게 가리켜주고 있었다. 문을 열자 `끼이익’하고 소리가 퍼져나갔다. 너무나 조용한 공간이라 그소리는 깜짝 놀랄정도로 크게 들렸다. 마치 메아리까지 만들어져 되돌아올것만 같았다. 강식은 뜻하지 않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복도를 몇걸음 가지 않아 좌우로 두개의 비상등이 빛나고 있었다. 오른쪽에 B103호실이란 숫자와 맞은편에 B104란 숫자가 빛나고 있었다. 강식은 자신이 볼일이 있는 B103호실로 접근했다. 그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특별히 신경을 쓰며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끼이익’하고 문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한다해도 어쩔수 없이 나는 소리였다. 하지만 신중했던 탓에 처음보다는 훨씬 적게 들렸다. 강식은 잔뜩 긴장이 된 채 그안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맨발로 걸어다니는 게 무척이나 어색하고 불편했었는데 소음이 적게 나는 것을 보고는 이상황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고 감탄을 마지 않았다. 그방안에 있는 것은 이동용 간이침대들이었다. 나름대로 줄을 맞추려고 한 것 같았지만 군데군데 많이 비어있었다. 대충 눈으로 세어본 숫자는 12개 정도였다. 모두 덮개천으로 머리끝까지 덮혀져 있었다. 이제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사실 앞으로 해야 할일을 생각하면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강식은 제일 안쪽 구석의 침대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안쪽침대의 시체머리앞쪽에 발걸음을 멈춘 강식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온몸에 가득찬 긴장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귓가에 까지 느껴졌다. 강식은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머리를 덮은 천의 끄뜨머리를 잡았다. 최소한의 접촉을 위해 엄지와 검지의 끝부분만으로 조심스럽게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밑으로 걷어냈다. 시체의 머리카락이 드러나고 얼굴을 지나 목에서 천을 내려놓았다. 그와중에 강식의 시선은 다른곳에 가 있었다. 얼굴을 덮고 있는 천을 걷어내기는 했지만 결코 보고싶지는 않았다. 임무가 아니라면 구태여 왜 이런일을 하겠는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완전히 드러난 시체의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처음 시선은 힐끗 그 시체의 얼굴위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머리속에 잠깐 떠오른 모습은 남자였다. 남자라면 다음 시체로 넘어가야만했다. 확실히 하기 위해 한번더 시선을 시체의 얼굴위로 이동시켰다. 틀림없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것까지 확인하고는 그 다음의 침대로 이동했다. 혹시나 자신이 건드린 시체가 노해 벌떡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무시무시한 상상이 떠올랐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이 온몸에서 배어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번째 시체로 가자 또다시 긴장감과 두려움이 의식을 지배했다. 하지만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엄지와 검지를 가지고 덮개천을 찝듯이 쥐고는 목부분까지 재쳤다. 이번에도 역시 첫번째 시선은 재빠르게 시체의 얼굴위를 스쳐지나갔고 순간 남자라는 정보가 뇌리에 전달되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두번째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봐야만 했다. 남자노인이었다. 파리한 안색에 검푸른 핏줄들이 흉흉하게 나있었다. 그러고 보면 죽음그 자체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죽음이 남긴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식은 재빨리 몸을 돌려 다음시체로 다가갔다. 뒷줄에 있는 시체들의 덮개를 다 벗기고 얼굴을 다확인하였다. 다행히 문쪽에 있는 시체들은 뒤줄에 뒤지던 시체들의 수보다 적었다. 앞줄로 옮긴 강식은 다시 시체들의 덮개를 벗겨내며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앞쪽열에 있던 시체들중에 이미 두구를 조사했고 이제 세구만이 남았다. 아직도 자신이 해야할 임무의 대상을 찾지 못했으니 그 세구중 하나가 분명히 자신의 목표였다. 다음 시체에 다가가 천천히 천의 끝을 집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좀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동안 시체들의 얼굴을 많이 살펴본덕에 좀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다. 이번의 시체도 천을 제치고 얼굴을 확인하였다. 시체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강식은 깜짝 놀랐다. 정신이 아찔했고 하마터면 그자리에서 쓰러질뻔 했다. 어둠속에 익숙해진 자신이 눈에 여자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그가 이방에서 찾고 있는 상대가 바로 여자였다. 쪽지에는 여자가 한명밖에 없으니 반듯이 확인하여 찾으라는 내용이 먼저 있었다. 지금까지 본 시체들은 모두 남자들이었고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얼굴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시체는 정말로 기절할 정도로 끔찍했다. 엄청난사고라도 당한듯이 얼굴 왼쪽부분의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마치 대패로 한겹 밀어낸듯이 핏줄과 근육이 밖으로 온통 드러나 있었다. 영화에서 특수효과로 본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시체를 통해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강식은 도저히 더 견딜수가 없었다. 박상무가 점심으로 권한 김밥을 안먹었던게 다행이었다. 헛구역질이 나는게 위가 비어있지 않았더라면 모두 그자리에서 토했을 것이다. 강식은 얼른 다시 천을 머리끝까지 다시 덮었다. 드디어 여자를 찾았지만 자신이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강식은 그 여자의 시체를 지나 다른 두구의 시체들도 마저 확인하였다. 혹시 이것도 끔찍한 모습이 아닐까 지례겁을 먹었다. 다행히 두 시체들은 온전한 얼굴을 가지고 죽은 남자들이었다. 강식은 다시 안떨어지는 발걸음으로 그 방에서 유일한 여자시체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임무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몇배나 어려웠다. 물론 시체들의 얼굴들을 일일히 확인하는 것은 맨정신으로도 힘든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적응이 되었다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의 시체는 정말 두번다시 상상도 하기 힘들정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 하얀천이 머리끝까지 덮혀져 있었지만 자꾸 그안에 있는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속에 각인이 되어버린듯이 좀처럼 지울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아직도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어쩔수 없이 다음 절차로 넘어가야만 했다. 시체의 머리쪽에 미는 손잡이가 있었다. 천천히 자신쪽으로 끌어당기자 `끼이익'하며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순간 그게 여자시체의 비명소리같이 들렸다. 다리에 힘이 쫘악 빠지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두손에 피가 돌지 않을정도로 꽉 힘을 주고 몸을 지탱했다. 잠시후에 바퀴에서 나오는 소리인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문쪽으로 밀기 시작했다. 바퀴가 낡았는지 `끼이익'거리는 소음이 유난히 크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식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103호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침대를 밖으로 밀고 나갔다. 복도에 나오자 끼익거리는 소리가 더욱 음산하게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힘을 쓰는 동안에도 강식은 절대로 고개를 밑으로 숙이지 않았다. 물론 시선도 그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자신이 고개를 내려 시체쪽으로 시선을 조금이라도 옮긴다면 천이 제껴지고 끔찍한 얼굴을 한 그여자가 원망이 가득찬 두눈으로 자신을 올려다 볼것만 같았다. 그토록 무서운 상상이 틀림없이 사실로 일어날 것만 같았다. 힘들더라도 다리쪽에서 밀어볼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은 더욱 공포스러울 것 같았다. 다리쪽을 밀고 간다면 그 여자시체는 언제 상체를 벌떡 일으킬지도 몰랐다. 그것은 머리쪽을 밀면서 생길 수 있는 사건보다도 더 두려웠다. 강식은 현실과 상상의 감각을 잃어버리고는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지금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 뿐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어서 `철커덩~쩡~’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강식은 그소리가 B104호실안에서 들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식은 누가 자신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내친듯이 순간적으로 앞이 아찔했다. 안그래도 두려움속에 잔뜩 긴장된 마음이 느닷업이 튀어나온 소음에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강식은 어지러운 정신을 애써 바로잡으며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소리였는지 확인을 해볼까 말까 갈등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신경을 끊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임무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불의의 사건이었다. 다른 장소라면 호기심 때문에 어떻게 해볼지도 몰랐지만 구태여 다른방까지 찾아가 또다른 시체들을 대하기는 싫었다. 강식은 잠시 멈칫거렸지만 계속 침대를 밀고 나갔다. 어느새 강식은 자신이 나왔던 방 B105호실로 되돌아 왔다. 시체를 그 안으로 밀고 들어가며. 혹시나 B105호실안이 자신이 해놓고 나와있던 그상태로 되어 있지 않으면 혹시라도 다르게 변해있으면 어떡할까 두려웠다. 한번 겁을 먹기 시작하니 다른 상상까지 자꾸 생겨나며 그를 괴롭혔다. 다행히 시체냉동고실안은 자신히 해놓고 나온 그 상태 그대로였다. 중간쯤에 있는 냉동고에 문이 열려있었고 길쭉하게 받침대가 앞으로 나와 있었다. 강식은 침대의 발끝을 냉동고받침대의 머리위에 얹혔다. 이곳에 자신을 넣었던 젊은 남자가 어떤식으로 했는가를 기억해 냈다. 냉동고의 받침대위를 더듬거리자 얇은 나무판자 같은게 잡혀졌다. 그것을 우선 여자시체밑에 끼워야 했다. 여자의 시체를 다시 만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강식은 아예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두눈을 게슴츠레 떴다. 천을 완전히 벗기고는 바닥에 흘려놓았다. 수의를 입은 여자의 몸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불행중 다행인것은 여자는 매우 마른 체형이었다. 무거운 여자였다면 옮기는데 꽤나 힘이 들었을것이다. 받침대를 침대와 시체의 등사이에 끼워넣기 편하게 나란히 옆에 걸쳐놓았다. 그 와중에도 여자의 얼굴쪽으로는 절대로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여자의 얼굴을 본다면 그 시체가 다시 살아날 것 같은 터무니없는 믿음이 강식을 괴롭히고 있었다. 강식은 떨리는 손으로 여자의 옆구리를 잡고 옆으로 돌려 세웠다. 시체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느낄틈도 없었다. 공간이 생기자마자 바짝 받침대를 안쪽으로 힘껏 밀었다. 순간 움찔하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졌다. 강식은 손끝에 방금 느껴진 기이한 움직임이 자신의 손에서 나왔는지 여자의 시체에서 나왔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채 느꼈던 감각이라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손끝의 움직임은 그냥 착각일지도 모르겠다고 변명을 했다. 결코 시체가 움질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재빨리 여자를 바로 눞혔다. 그런대로 여자의 등쪽안으로 받침대가 잘 들어간것 같았다. 강식은 여자의 머리쪽으로 돌아갔다. 머리받침대를 더듬거리며 찾았다. 손끝에 여자의 머리카락이 느껴지는 순간 화들짝하고 놀랐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고 받침대의 끝부분을 찾아냈다. 그리고 힘껏 앞으로 밀었다. 발쪽의 받침대가 냉동고 받침대위에 걸쳐지자 힘껏밀었다. 순간 큰 실수를 저지를뻔했다. 냉동고의 받침대는 그 밑에 있는 바퀴로 움직이는 지라 강식이 시체의 받침대를 그 위에 놓고 밀자. 두개다 안으로 밀려가고 말았다. 자신이 따라가며 밀면 괜찮았지만 침대에 걸려 냉동고의 받침대만 안으로 쑥 들어가고 시체밑의 받침대는 침대위에 어중간히 걸치게 되었다. 도대체 자신을 냉동고안으로 밀어넣은 남자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 위기를 해결했을까 궁금했다. 무슨 잠금장치가 있어서 냉동고의 받침대가 구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때 완벽한 시체를 흉내내고 있던 중이라 아무것도 볼수가 없었다. 강식은 여기서 주춤거릴수 없었다. 한시라도 이 무서운 얼굴의 여자에게서 떨어지고 싶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간 냉동고 받침대와 침대위를 어중간하게 걸친 시체의 받침대를 번갈아 보며 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침대의 옆으로 돌아가 시체의 받침대를 잡고서 힘껏 안으로 밀었다. 냉동고의 받침대도 안으로 밀려 들어갔지만 시체의 받침대도 그위에 얹혀져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냉동고받침대는 완전히 안으로 들어갔고 여자의 시체를 얹은 받침대는 가슴까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 덕분에 하마터면 끔찍한 얼굴을 볼 뻔했다. 침대를 뒤로 완전히 뺏다. 삐죽히 나와 있는 시체는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기괴하게 보였다. 강식은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린채 시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받침대 끝을 찾아서 시체를 마저 안으로 밀어넣었다. 미끄러운 마찰음과 함께 시체는 완전히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강식은 주저없이 냉동고문을 바로 닫았다. 문잠근쇠를 옆으로 밀어 냉동고문을 잠갔다. 그리고 꺼져있는 파란불밑을 더듬어 스위치를 닫았다. 누를수 있는 방향으로 누르자. `딸깍'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불빛이 빨간불에서 옆에있는 파란불로 넘어갔다. 여자의 시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비로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무슨일을 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쪽구석에 밀어두었던 침대가 눈에 띄자 그대로 그위에 쓰러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가 남았다. 다시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자. 마음이 다소 안정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머리속에 메모되어 있는 다음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누워 있었고 지금은 끔찍한 얼굴의 여자가 누워있는 냉동고의 왼쪽 옆을 열어야 했다. No.20 이라는 표시가 희미하게 보였고 그곳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혹시 그안에 시체가 있지 않을까 겁이 덜컥났다. `끼이잉'하며 금속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다행히 어둠속에는 시체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텅빈공간에 500ml우유가 한팩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쪽지에 적혀 있던 그대로였다. 그것을 마시고 B103호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자를 끌어낸 그 위치에 침대를 다시갖다놓고 그위에서 시체처럼 누워있어야 했다. 물론 덮개천을 머리끝까지 완전히 덮어쓰고 있어야 했다. 그게 임무의 최종 마무리였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비하면 마무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식은 안에서 우유를 꺼냈다. 서늘안 곳에 보관되어 있어서 그런지 만지는 순간 차갑게 느껴졌다. 강식은 그것을 마셔야 했지만 지금 당장은 마시고 싶은 기분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아직도 공포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았다. 여전히 가슴은 울렁거렸다. 무엇인가 목구멍으로 넘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자 다시 헛구역질이 났다. 우유를 마시기는 커녕 위장안에 있는 모든것을 꺼집어 낼것만 같았다. 강식은 우유팩을 가지고 빈침대쪽으로 갔다. 바닥에 버려진 천을 침대위에 올리고는 바로 폈다. 그리고 침대를 밀고서 그방을 나왔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그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B103호실안으로 익숙하게 들어갔다. 좀전에 들어와본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아까보다는 덜 무서웠다. 곧바로 자신에게 끔찍한 경험을 주었던 여자시체의 위치에 침대를 갔다 놓았다. 이제 그 위에 눕기전에 우유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만 했다. 분명히 메모에는 우유를 반드시 마시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반드시에 강조가 되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우유 한팩을 못마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심신상태로는 물한방울도 제대로 삼킬수 가 없었다. 강식은 우유한팩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CCTV카메라가 어둠속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 이런저런 방안을 강구하다 갑자기 아까 이곳에서 커다란 싱크대를 본것이 기억이 났다. 강식은 좋은 생각이 났다. 우유팩의 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싱크대쪽으로 걸어갔다. 어떻게든 마시는 시늉을 하며 싱크대를 통해 우유를 버리기로 작정했다. 역시 우유냄새가 유달리 비릿하게 느껴졌다. 우유는 욕지기가 느껴질때 마시기엔 최악의 음료중 하나인것 같았다. 자신이 일일히 천을 벗겨내고 얼굴을 드러낸 시체들을 지나 한쪽편에 있는 싱크대로 갔다. 가까히 보니 시체쪽에 있는게 싱크대였고 그건너 맞은편에는 해부대가 있었다. 아마 싱크대도 해부를 위해 여기에 있었는 모양이다. 해부를 떠올린건 강식에게 실수였다. 갑자기 더욱 속이 울렁거리고 헛구역질이 심해졌다. 하지만 해야할것은 해야 했다. 상체를 싱크대위로 기울이고는 얼굴을 최대한 낮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고는 두손으로 우유팩을 감싸듯이 쥐고는 천천히 아래로 입구를 기울였다. 우유가 그대로 싱크대위로 떨어지는 것을 양팔이 자연스럽게 가려주고 있었다. 옆에서 본다면 영락없이 우유를 마시는 모습같았다. 어느새 우유팩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강식은 빈 우유팩을 싱크대위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누워야할 침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럴듯하게 위기를 넘긴 것 같았다. 강식은 침대위에 똑바로 누웠다. 간만에 편안한 기분이 온몸으로 유쾌하게 전달되었다. 허리춤에 있는 덮개천의 끝을 잡고는 머리끝까지 올렸다. 얼굴위에 천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모든 자신의 임무는 끝이났다. 비로서 마음이 안정되었고 정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자신의 임무는 생각보다 몇배는 힘들었다. 실제로는 얼마 안걸렸지만 무척이나 오랫동안 한 것 같이 느껴졌다. 자신이 정말로 주어진 임무를 모두 마쳤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메모로는 그토록 간단하게 느꼈던 일이었지만 여자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모든것이 악몽으로 돌변해버렸다.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자 다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지금 자신이 덮고 있는 천은 그 여자시체가 덮고 있던 천이었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여자의 끔찍한 얼굴과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자신도 징그러운 화상자국으로 끔찍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은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시체였다. 한쪽은 전혀 상관없겠지만 강식에게는 엄청나게 큰 일이었다. 갑자기 얼굴위의 피부가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 바닥에 이 천을 내팽개치고 다시 폈었다. 자신이 처음과 똑같이 천을 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니 간접적으로 그 시체와 얼굴을 맞대는 확률은 사분의 일이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징그러운 촉감이 느껴졌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천을 뒤집는 다해도 그쪽이 여자의 얼굴쪽을 덮었썼던 면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모든것이 운이었다. 강식은 그 임무에 한꺼번에 많은 신경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그런지 침대위에 눕자마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이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싶었다. 아직 새환경에 적응이 안되어서 그런지 몸은 지쳤지만 정신은 아까보다 훨씬 또렷한 편이었다. 이제 자신의 일은 홀가분하게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기다리고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다시 본래의 침묵이 되돌아 왔다. 강식은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나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세기 시작했다. 심신이 지쳐있어서 그런지 오래 세지는 못했다. 언제부턴가 긴장이 스르르 풀렸고 깜빡 깜빡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출처 : 리얼판타(www.realfanta.com)작가 : 자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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