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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의 거리
앞서가는 너의 모습은.
너의 먼 뒷모습은, 나의 꿈과는 다르다.
꿈에서의 너는 옆모습만이 내 꿈에서 존재했다.
뒤에서 걷는 아아, 나의 슬픈 눈망울은.
너에게는 보이지도 않은 채로.
희미하게 보이는 먼 너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무리 길게 손을 뻗어도,
아아, 너는 새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푸르른 새가 되어 시야에서 멀어져 버렸다.
이별 통보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그 날은 한숨도 자지 못하였다.
아아, 그저 너의 편지만을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앗아간 듯한 상실감은
나를 텅 빈 것처럼,
파헤쳐진 시체마냥 너부러져 백골이 되어 그저 침대에 누웠다.
이 망각의 거리는 나조차도 잊게 만들어서.
내가 언젠가의 그 소녀를 잊었듯,
환한 미소의 너를 나는 또다시 잊고 마는 건가?
나는, 결국 사람이란 존재는 잊어버리고 마는 걸까.
너의 미소도, 언젠가의 소녀도, 이 거리도.
지금은 눈앞에서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도 나는 언젠가 잊어버리고 마는 걸까.
새로운 사람이 사랑이 되어 사실로 다가와 사라져 가는 걸까.
못 다 이룰, 다시는 못할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무던히도 덧없이도.
흐드러지는 꽃잎마냥 아름다워 보일지 몰라도,
이 거리에는 짓밟힌 꽃잎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 또한.
아 잔인한 4월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