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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키우지 못 하는 꽃
게시물ID : readers_15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한죠
추천 : 1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20 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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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지 못 하는 꽃
 
 
나와 그녀가 벤치에 단 둘이 앉아있었을 때 우리는 홀로 핀 꽃을 보았다 한 순간을 위해 던져진 꽃 그녀가 말하길 이 땅에는 뿌리내리지 못 할 종자라 했다 아무런 결실도 만들지 않을 것을 안다 꽃가루 날릴 법하면 비가 내리곤 했으니까
꽃의 색을 보더니 그녀가 화장을 고쳤다 내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날에는 그녀는 알 수 없는 언어로 화를 냈다 어젯밤도 비가 내렸었던가 꽃 밑으로 꽃가루가 씻겨 내려간 흔적이 눈물자국처럼 남아 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꽃가루의 기억을 지워주지 못 한다
 
내가 그녀를 침대 위로 던졌다 씨를 뿌리는 사람처럼 그녀의 옷가지를 벗기고 나마저 주저 없이 옷을 벗었을 때 우리는 가루처럼 놓였다 그녀는 침대위에서 얌전하지 않아 한 순간도 뿌리 내리지 못 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침대 위의 옷가지들이 그녀의 화장처럼 흘러내렸다 침대 시트가 드러날수록 그녀는 내게서 은밀해졌고 나는 애써 밀착해 그녀를 붙잡았지만 오래가지 못 했다 침대 위에서 서로의 거리는 멀어졌다 우리는 그새 축축해졌다 나는 꽃가루의 자국을 지워주지 못 해 덮으려 했던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내게 곧 떠난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냐 물었더니 그녀가 대답을 머뭇거렸다
우리는 말이 없었고, 타이머에 맞춰진 방향제가 한 번 뿌려졌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 했던, 그런 향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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