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해 본 적이 있다. 친절하고 상냥한 인력 소개 사무소 소장 부부, 이 부부는 새벽에 일 나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새벽 마다 삶은 계란 한 판과 사탕들을 준비하고는 했다. 소장 부부가 이러하니 자연히 노동자들도 서로에게 친절하고 관대하였다. 이곳은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훈훈한 정이 있었고 노동자들 스스로가 사무소에 대한 소속감이 있었다.
노동자들을 노예 취급하는 소장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노동착취형 사무소에서는 노동자들은 기계의 부속품과 같이 취급되었다. 사무소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10명 정도 팀을 꾸리는 팀장이 되면 반말, 욕설은 기본에 또 다른 노동착취자가 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규모가 상당했다. 워낙에 규모가 있다보니 하루라도 노는 게 불편한 노동자들은 나이 어린 관리자에게 반말 들어가면서도 고정적이면서도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좋은 일감을 얻기 위해 저자세를 취하고는 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인간성 있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다만, 전체 분위기가 암울하고 피곤에 절어 있었을 뿐이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정말 다양한 이들이 존재했다. 능력형, 순종형, 성실형, 도전형, 회피형, 개인주의형, 집단주의형, 이기주의형, 안면몰수형, 배째라형 등등. 노동자들이 사무소를 대하는 입장도 다양했다. 양다리형, 문어발형, 일편단심형, 계절형, 사시사철형 등등. 다만 대개 이들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이 임금을 그날 그날 받기를 원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월급제 직장을 선택하지 않는 보편 경향을 보였다.
한 노동자는 내게 말했다.
용역 일도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기술자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것 저것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고 또, 눈썰미도 있어야 합니다.
또 어떤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일하면 일주일에 3, 4일도 일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빡세게 일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나 사무소에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한 건설사의 협력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건축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시선이 안 좋습니다. 아이 친구 부모들도 이웃들도 색안경 끼고 바라봅니다.
건설업 자체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늘 존재하는 분야다. 대기업 건설사의 관리자 중에서도 안전불감증에 걸려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위험을 자초하는 자도 있었고, 개인건축업자 중에서도 안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이들도 있었다. 또, 노동자들도 워낙에 힘든 일을 하다보니 거동에 거추장스러운 안전장비 착용을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떤 건설사의 약삭빠른 직원은 노동자들에 돈을 더 주겠다고 약속하고 시멘트를 옮기게 하고는 일이 끝나고 나니 파렴치하게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태도가 돌변하기도 하였다. 이에 노동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니 건설사 측에서 용역 사무소 소장을 현장으로 불러 일을 무마시키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결국 항의한 노동자가 사무소를 떠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다른 노동자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건축업자 중에서는 몇 개월 이상 임금 지급을 미루고 또, 미루는 이들도 있었고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아서 노동자가 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소동을 벌이니 그제야 겨우 지급한 건설사도 있었다. 정말로 묘한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