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작
아니다. 어쩌면 모든 계절은 가을에 시작 하는지도 모른다.
온 여름을 기어 다니거나 우는데 쓰느라
별 날아 보지도 못한 매미 날개들이,
도토리나 머루나 아니면 이름 없는 열매들이
낙엽 위로 구르며 계절의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어린애 머리통만한 고구마도 겨우내 두고 먹을
조막만한 산사과도 지금부터 시작이다.
왠 만큼 캐서는 연명도 못할 봄나물 몇 점엔
목숨을 걸지 못한다.
한 줌의 식량을 위해 여름 내내
사람은 까맣게 말라가며 짐승처럼 흙을 헤집고 다녔나
흙이 되었나.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했나.
아니, 계절은 가을에 시작 된다
모든 살아 있는 것 들이 씨를 밴다.
가을이 사람을 살린다.
가을이 시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