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펌][장편,브금]수학여행 -3-
게시물ID : panic_14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
조회수 : 15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8 10:04:30
"분신사마..분신사마.. 오잇데 구다사이...(分身(ぶんしん)さま, 分身(ぶんしん)さま お言で くたさい)..." 몇번이나 경수의 주문이 외어졌을까 경수는 연신 오셧습니까? 라는 질문과 주문을 번갈아 외우고 있었고 나는 슬슬 그런 모습에 짜증이 나기시작했다. 이런 되지도 않는 장난따위 그만두자는 생각이 떠오르며 손을 놓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누가 왔다! 라며 소릴 질렀다. 애들이 쉿 쉿 하며 그아이의 입을 막는것이 느껴졌다. "오셨으면 동그라미를 쳐주세요" 경수의 말이 끝나자 볼펜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내 손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으니 경수녀석이 손에 힘을 줘서 그리는것이 분명했다. 난 이 우스운 사기극이 갑자기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느새 볼펜은 어설픈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놓았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소리가 웅성웅성 들려왔다. "당신은 몇살이지요?" 볼펜이 다시 힘겹게 움직였고 여기저기 침넘어가는소리만이 들려왔다. 볼펜은 14 라는 숫자를 종이에 그려갔다. "저희보다 많으시군요.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남자면 1을 여자면 2를 그려주세요" 볼펜은 처음보다 수월해진듯이 2라는 숫자를 그렸다.한쪽 구석에서 무섭다라는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긴 이 어두운 방구석에서 아이들은 볼펜에 집중해 있으니 누군가 일부러 그리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것이다. "주호야. 니가 물어봐" 갑자기 경수가 나에게 질문을 넘겼고 난 경수녀석이 대답할수 있을만한 질문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훔훔. 한글을 쓸수 있나요?" 볼펜은 작은 원을 그리고 다시 서투른 글자로 조 금 이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매우 실감났기에 나는 경수녀석이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왜 죽었지요?" 볼펜이 잠시 머뭇거리는듯 싶더니 한글자 한글자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자.... 사 ㄹ ? 자살이라는건가봐?" 아이들은 이제 완전히 이 사기극에 빠져들고 있었다. 볼펜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서툰 글씨를 그려나갔다. "조.. 아 하 는 사 람 이 ㅅ ㅣ 러해 . 남자가 싫어해서 자살한건가?" 볼펜은 내가 아닌 옆에녀석의 말에도 친절히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대꾸를 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죽은건가요 그럼?" 꽤 긴장한 듯한 녀석의 질문이 이어지고 볼펜은 아니라는 대답을 했다. "그럼 저희가 불러서 오신건가요?" (아...니...) 아이들간에 약간의 소동이 일기 시작했다. 뭐야 우리가 부른것도 아닌데 왜와 그러면. 저절로 왓다는야 뭐야. 무서우니 그만하자는 소리부터 여러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방안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왜 오셨죠?" 한쪽 이마에 땀방울 까지 흘려가며 경수가 입을 열자 볼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하..하..는... 사..람.. 따..라.. 왔..써..) "좋아하는 사람? 그사람이 누군데요" (혀...ㄴ 호) 여기저기서 현호가 누구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호가 누구냐는 질문에 볼펜은 다시 글을 써내려갔다. 이제 꽤 익숙해진듯 빠른 속도였다. (지..금..연..필..잡...고....이..어..) 한순간 나는 이녀석이 지금 장난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수는 계속 진땀을 흘려가며 내가 노려보는것도 모른체 볼펜만 쳐다보고 있었다. (빠...알...간...티...셔..츠..) 그리고 곧장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나의 빨간 티셔츠로 몰렸다.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도 나기도 하고 해서 웃으며 이 여자가 나 좋아한데?라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웃지않았다. 난 멋적기도 해서 다시 질문을 했다. "날 좋아한다구요?" (응..현..호) "난 현호가 아니라 주호라고 하는데요? 사람잘못 보고 따라오셧나봐요 키킥" 난 이 상황을 어떻게든 웃어보이려했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진지했다. 그 중엔 이 사기극의 연출자인 경수녀석이 제일로 진지했다. 경수녀석이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한듯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주호가 전생에 현호라는 사람인가요?" 난 그순간 너무도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고 나와는 다른 기대감으로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방안은 한순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에 휩쌓였다. (응... 난...계...속... 그...를.. 따..라...) 글이 여기까지 쳐졌을때 나는 더이상의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볼펜에서 손을 떼버렸다. 그리고 아까마냥 웃음이 나오지않는 터라 약간 짜증을 내며 소릴 질렀다. "경수 너 이새끼. 이런장난에 끌어들일려고 나보고 하자고했냐? 이런 유치한 장난 그만하자. 니 혼자 움직이는 거아냐" 난 버럭 화를 내었지만 경수녀석은 여전히 볼펜을 잡은채로 날 보며 땀만 흘리고 있었다. 경수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져내렸다. "야.. 주호.. 너.. 너가 하는거 아니였어..?" "이 새끼가 뭐라고 하는거야 지금. 니 혼자 지금까지 다 움직인거잖아." "아니야. 아니라고.. 난 지금까지 니가 하는 줄 알았단 말야. 진짜야" "이새끼가 그래도 끝까지" 난 왠지 모르게 화가 나 그만 경수에게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고 말았다.경수녀석이 뒤로 나자빠지고 난 녀석의 멱살을 잡은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더 놀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야. 볼펜이.. 볼펜이.." "야야. 상민아 상민아!" 고개를 돌려보니 상민이녀석이 눈이 뒤집어진채 뒤로 넘어가고 있었고 놀란 몇몇이 상민이에게 달려들어 그를 살피는 가운데 입도 다물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이로 흰 종이위에 볼펜 한자루가 우뚝 서있었다. 경수의 멱살을 잡던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있었다. 이 어설픈 장난이.. 사기극이.. 진짜였나..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계세요?" (현..호..의..어..깨...) 다시 한번 모두의 시선이 날 향했고 나는 왠지 모를 한기와 함께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낄수 있었다. 잔인하게도 누군가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왜? 왜 거기에 계세요?" (현..호...얼 굴... 보..고 .. 있....어...) 난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내 어깨에 올라탄채 내 얼굴을 내려다 보는 귀신이라니.. 나도 모르게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때 이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던 경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요..이제 그만 가주세요. 반가웠어요 흑흑" (시....러...) 어디선가 쿵 하고 한 녀석이 다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갑자기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아무도 내 곁에 다가오려고 하질 않고 있었고 나 역시 한발자국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방구석에 앉아 있던 태민이의 입이 열렸다. "천지기운 천부경 본성광명 천부경" 태민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볼펜은 툭 하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방안에 있던 이상한 기운은 사라지고 없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나니 우리가 단체로 뭐에 홀렸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하지말라고 했잖아. 이런 시골에서 이시간에 이게 무슨짓이야." 난 태민이에게 물었다. "너 귀신같은거 못쫓는다며?넌 무당안된다며? 어떻게 한거야 방금?" "그건 천부경이야. 온갖 잡귀를 물리치는 주문이지. 저런건 무당이아니라도 할수있는거라고" 쓰러진 두녀석은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아마 그대로 잠이 든것같았다. 왠지 무서운 생각에 아이들은 이제 그만 자자며 자리로 돌아가 이불을 덮었지만 아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이불을 뒤집어 쓴채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아까 일만이 자꾸 눈앞에 떠올랐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빛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