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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수학여행 -4-
게시물ID : panic_14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6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8 10:12:24
세상이 흉흉했다. 동네사람들끼리는 물론 가족까지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형편이였다.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보여지면 다음날 어김없이 까만 옷을 입은 순사들이 마을로 들이닥치곤 했다. 어느 누가 그들의 끄나풀일지도 모른다는 불신감이 사람들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보려 노력한 사람이 바로 덕기형이였다. 덕기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아이였다. 머리도 영특했고 또 그 못지않은 곧은 성품과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였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을을 떠난 형이 다시 돌아온건 여기저기서 독립운동의 낌새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였다. 형은 다른 형.누나들과 함께 돌아왔고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려 다녔다. "여러분. 이 나라는 지금 여러분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눈뜨고 저들에게 나라를 내줄건가요? 당신의 자식들이 저놈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전쟁터로 향하는걸 보고만 있을건가요? 이제 일어설 때입니다. 벌써 나라안곳곳에서 독립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선 무엇보다 여러분들간의 불신을 없애야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믿지못하면 대관절 누구를 믿는단말입니까?" 형.누나들의 앞장선 모습에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동네사람들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난 그런 형을 매우 존경했다.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친것도 형이였다. 내 나이가 16살이 되던때부터 나는 형이 벌이고자 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할수 있게 되었다. 아니 나뿐이 아닌 마을의 대부분 아이들은 나이가 많건 적건 형의 말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듯이 앞장섰다. 내달 장이 서는날. 우리는 꽤 오랜 준비끝에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펼치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그날. 인근다섯마을이 합세한 장날의 만세물결은 내 평생에 가슴벅찬 기억으로 남을 듯했다. 그 후로 우리마을은 순사들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게되었기에 우리의 모임은 더욱더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음달 인근마을뿐만이 아닌 전국적인 만세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왠지 모를 들뜬 마음들로 밤이면 창고에 모여 종이태극기를 만들어갔다. 난 나라도 나라고 운동도 운동이였지만 무엇보다 순영이누나를 보는것이 좋았다. 덕기형과 함께 내려온 누난 우리 마을같은 촌구석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사람이였다 하얀피부와 까맣고 긴머리. 무엇보다 누나가 좋았던건 무지랭이 같은 동네여자아이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똑똑한 점이였다 모두의 앞에서 열번을 토하며 조국의 독립을 외치던 누나의 모습은 나에겐 충격이였다. 누나가 좋았다.. 나의 감정은 내 턱밑에 수염이 하나둘씩 자라면서 함께 커지고 늘어갔다. 창고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안와있는듯했다. 책보를 내려놓은 나는 우리가 만드는 태극기를 살펴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순영이 누나가 들어왔다. "어머. 벌써 와있었구나?" "네.." "밥은 먹고 온거니?" 누나가 보자기를 풀기도 전에 잘익은 고구마의 냄새가 창고안을 가득 채웠다. 물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내 배가 대답을 해버렸다. 누나는 웃으며 제일커보이는 고구마 한개를 건네주었다. "현호는 참 열심이구나. 보기가 좋아" 난 말없이 고구마를 먹을 뿐이였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현호같은 생각을 한다면 우리의 독립도 더 쉬울텐데" 난 고구마를 먹다 목이 막히고 말았다. 누나의 말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고맙게 들려왔다. "현호는 커서 뭐가 되고싶니?" "전 이미 다 컸어요" "아니.. 내말은 현호가 어리다는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고 우리가 독립을 하면 뭐가 하고싶냐는거야.. 난 독립이 되면 음악을 다시할거야. 지금처럼 억압받고 제약된 음악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음악을..." 자신의 꿈을 말하는 누나의 눈이 빛나게 보였다. "전.. 무슨일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요...." 잠깐 망설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하고 말았다. "누나를 지키고 싶어요. 누나가 원하는 음악을 할수 있도록.. 내가 지켜주고 싶어요. 누날 사랑해요" 누나의 큰눈에 당황의 빛이 역력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가 멍한 누나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살포시 포개어 보았다. 입술을 떼자 붉게상기된 얼굴의 누나가 입을 열었다. "니가 날 사랑한다고 느끼는건 사랑이 아닐수도 있어. 넌 좋은 여자들을 만날 기회가 앞으로 더 많이 있는걸.. 오늘 들은 얘기는 못들은걸로 할께" 누나가 말을 끝냈을때 동네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창고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엣취.갑자기 비가 오고 그런다냐. 어 형 누나 일찍 오셨네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그들을 맞이하는 누나를 보며 난 그래도 누나가 날 싫어하는건 아니라는 사실에 행복했다. 다만 창너머로 우리를 계속 지켜보던 누군가가 있었다는건 모른체... 그리고 며칠뒤. 나는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순사들의 몽둥이 세례를 받고 지서로 끌려가게 되었다. 서안에는 나보다 먼저 와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꽤 반항을 했던지 만호형은 거의 시체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다. 더 얘기를 나눌 겨를도 없이 우린 한명씩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끌려가며 얼핏 마주친 미란이의두눈이 공포로 질려있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형과 친구들. 동생들이 도살장의 소처럼 끌려가는 모습을 본다는건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였다. 밤인지 낮인지도 구분할수 없을만큼 긴 시간이 흐른듯했고 계속되는 구타로 나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조센징. 어서 주모자를 불지못하겠나!" 질문은 하나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입을 열어선 안되었다. 내눈앞에 보기에도 섬뜩한 도구들이 놓여지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구타와 고문. 그리고 기절..몇번을 반복했던가. 그리고 며칠이 지났던가. 순사들은 우릴 내보내주었다. 서로의 얼굴을보니 말은 안해도 어느 누구하나 나은 대접을 받은 이는 없는듯했다. "모두 고생했다. 다들 입단속을 잘했겠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난 미란이를 부축한체 집으로 향했다. 숲길을 걸어 반정도 왔을까 지금까지 굳게 다물려 있던 미란이의 입이 열렸다. "오빠.. 순영언니 좋아하나?" 난 놀란 얼굴로 미란이를 내려보았다. "놀랄거 없다.. 알만한 아는 다 아는걸.." 난 누나를 대할때완 다른 이유로 가슴한켠이 저려왔다. "오빠.. 내 마음은 항상 그대론거 알지...?" 그랬다. 미란이는 언제부턴가 내 뒤만 바라보고 잇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동생이상의 감정이 생겨나지 않던 나에게 그녀의 감정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후로 집에 도착할때까지 우린 아무말도 없었다. 난 집에 들어가는 둥 마는둥 한체 창고로 향했다. 며칠동안 보지못한 누나의 얼굴이 어서 보고싶었다. 사람들을 기다린 난 창고 밖으로 나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창고모퉁이를 막 꺽어 돌았을때 앞쪽에 왠 남여가 부둥켜 안고 있는것이 보였다. 난 왠지 부끄럽기도 했고 또 그런곳에서 밀회를 즐기는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조심조심 다시 창고로 돌아오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고 덕기형도 나타났다. 형은 이번일을 당한 아이들에게 잘 참아주었다고 위로해주었고 순영이 누나는 모두 고생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것이 다 해결된듯 싶었다. 두밤이 지나고 동네에 다시 순사들이 들이닥쳤고 덕기형과 성식이형이 끌려갔다. 그 둘은 모임의 핵심인물이였다. 그들이 끌려간 날 창고에 모인 우리앞에서 만호형은 주먹을 불끈쥐며 소리쳤다. "누가 불지 않고서 그들이 잡혀간다는건 말이안돼." 자연스레 화살은 그날 잡혀간 우리에게로 향했다. "너희들 정말 그때 아무말 안한거 맞어?!" 윽박지르듯 묻는 만호형의 질문에 나를 비롯한 모두는 격분했고 기분이 매우상한 호식이가 따지듯이 대들었다. 그와 동시에 만호형의 주먹이 호식이의 얼굴에 가서 꽂혔고 여자아이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싸움은 순영이 누나의제지로 멈추었지만 이미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믿음이란 없었다. 모두들 씁쓸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난 한동안 창고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장이서는 저잣거리에서 덕기형과 성식이형의 공개처형이 이루어졌다. 어느정도 선에서 그들이 풀려날것을 기대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우리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였다. 동네 아이들 사이에선 그날의 6명을 믿지않는... 아닌 경계하는 분위기가 커져만 갔고 나로선 그것이 참으로 견디기힘든 현실이였다. 그리고 또 언제부턴가 덕기형과 성식이형의 이름을 판것이 미란이라는 소문이 소리없이 퍼져갔다. 어디서부터 퍼진건지 몰라도 걷잡을수 없이 퍼진 소문은 결국 당사자의 귀에도 들어갔고 아이들은 대놓고 미란이를 피하며 그녀의 뒤에 돌을 던졌다. 그리고... 미란이가 동네 어귀 느티나무에 목을 메던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불쌍히 여기기는 커녕 역시 죄짓고는 못산다는 소리를 해대었고 미란이의 늙은 할미는 눈물도 흘리지 못한체 미란이의 시신을 거둬 그날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 잠들지 못하는 내앞에 미란이가 나타났다... 왜...... 왜... 그랬어.....) 난 공포로 떨며 내가 저지른 일들을 깨달았다. 어느날인가 덕기형을 바라보는 누나의 눈빛이 이상함을 안때부터.. 나의이성은 질투로 마비되기 시작했다. 모진 고문끝에 덕기형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올때도 설마 형이 죽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 창고뒤에서 순영이누나를 부둥켜안고있던 덕기형을 보지못했다면 난... 내 잘못을 시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미란이가 날 의심하기 시작한걸 알았을때.. 그녀가 나에 대한 감정과 정의 사이에서 고민할때.. 덕기형이 죽었고 난 미란이보다 먼저 움직였다. 아무도 미란이의 말을 믿으려 하지않았겠지만... 그녀는 그런 소문들이 돌아도 일체의 반박도 하지않고 수긍하는듯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날 더 불안하게 만들무렵 미란이는 목을 멨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서서 날 보는 미란이의 모습에 증오가 아닌... 애정이 묻어있는 것이 날 더 미치게 만들고 있다. "으헉" 주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었다. 꿈에 자신을 쳐다보던 그 여자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는 주호의 귓가에 어느새 기상나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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