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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나를 위하여 -1
게시물ID : gomin_1576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Gpna
추천 : 0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12 0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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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찌질이다.
스무살에 처음으로 '찌질하다'라는 단어를 알게 된 후 부터
부정도 해보았지만 나는 찌질이가 맞다.
그리고 지금은 좀 찌질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때부터 주변 친구들에게 장난의 대상이었다.
여자 화장실에 밀어넣기, 계단에서 침맞기, 가방뺏기, 머리에 핀침놓기, 오줌눌때 잡아당기거나 밀기, 귀에 침뱉기, 필통 가져가기, 갑자기 차도로 밀기 같은게 생각난다.
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괴로운 걸 보고 좋아하는 걸까.
그러다가 도저히 못참고 소리라도 지르면 그들은 그걸보고 더 좋아했다.
친구였던 사람이 장난을 치게된다.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중3 무렵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친구가 줄자 다행히 괴롭힘은 사라졌다.
그러나 내가 괴롭힘의 대상이 아니여도 누군가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그게 내 친구였다.
나는 눈앞에서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비겁했다. 

가족들. 나는 가족에게 의지 할 수 없었다.
어느 집이나 흔히 있을법한 불화. 그게 우리집에도 있었다.
고부갈등, 형제갈등, 부부갈등.
말은 간단하다.
어린 나는 칼부림과 하극상, 고성과 욕설, 술주정과 광기를 간접적으로 겪어야 했다.
행복했던 유년이 갑작스레 끝나버렸다.
나는 현실에서 눈을 돌렸다.
내가 찾은 곳은 환상이었다.
학교도 집도 아닌
만화, 판타지, 게임같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좋았고 그곳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나는 나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집-학교-집의 생활.
도리없이 모범생인 삶.
열심히 하지만 목표나 방향은 없는 그런 공부를 했다.
문이과 결정은 하룻밤만에 하고
물리2나 화학2같은 과목은 고3이 아니라 그전에 미리 배워야함을 몰랐고
대학 합격이 되면 취소가 안되는 줄도 몰랐다.
학과는 재밌어보이니까 갈수있으니까 선택했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들을 두고 후회하고 후회했다.
문과였더라면, 다른 과목을 선택했더라면, 수시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다른 학과를 선택했더라면
SKY에 갔다면 아에 대학을 가지않았다면 어땠을까...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에서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촌스러웠고, 새터나 OT에 무지했고, 우리 학과는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갔을때의 당혹감이 기억난다.
문을 열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내겐 아무도 관심이 없고
서로 즐겁다는 듯 이야기하는 모습.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다.
겨우 용기내 친구를 사귀었지만
항상 같이 다닐수 없었고 그마저도 수업이 끝나면 끝.
하고 싶은 동아리는 할 수 없었고 과모임은 나와 맞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은 언제나 혼자
어딜가도 무얼하려해도 모든지 혼자
방음없는 고시원에서 소리조차 못내고 침묵하는 날들의 반복.
밤마다 들리는 지하주점에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랫소리...
고통스럽게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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