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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관하여
게시물ID : phil_15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명탐구자
추천 : 1
조회수 : 2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8 2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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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봤을 때, 나는 밥 먹듯이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대개 내가 거짓말하는 줄도 모른 채 거짓말을 해왔다. 또, 어떤 말을 입밖으로 내뱉은 이후에야 비로소 나는 내가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된 적도 많고 생과 사를 가늠하는 순간에서야  내 진실한 면목 직시를 통해 내가 해온 온갖 거짓과 거짓말들을 깨닫기도 하였다. 나는 자존심, 체면, 존재, 존재감, 정체성 등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수없이 해왔고, 내 밥그릇, 사회적 평판이나 주변 시선 등을 지키기 위해 또, 타인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진실 그대로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또 거짓말을 하곤 했다. 생명이 위태롭거나 밥그릇을 빼앗기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거나 손가락질 받거나 하는 등 큰 불이익이 예상될 때 나는 거의 모든 순간과  상황에서 침묵을 지킴으로써 안전과 이익을 온전히 지키고자 
  하였다.
 
 거짓말 중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거짓말이 있고 정말 그 무엇이 사실이라고 확신 내지 착각해서 하는 거짓말이 있고, 남과 세상을 속이려는 작정으로 하는 거짓말이 있고, 소설, 드라마, 영화나  마술과 같이 이것은 여러분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뻥이요 눈속임입니다. 하고 아예 대놓고 하는 거짓말이 있다. 또, 유무형의 가치를 자신의 내부나 외부로  부터 지키고자 할 때, 자기가 신봉하는 주의, 철학, 사상을 세상에 전파하거나 지키고자 할 때에도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이기적 본성의 생명체이기에 자연히 자기 이익 추구가 다른 그 무엇보다 최우선할 수 밖에는 없다. 사람이 추구하는 이익 중에서도 진실, 사실은 그것이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그러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 추구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진정한 의미에서 진실한 자가 되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이상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진실한 자가 되려면  먼저 자기와 사람, 세상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하고 목숨조차 초개와 같이 내놓을 수 있어야하며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한다. 가족, 배우자, 연인, 세상으로 부터도 얼마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 또, 실제로 그런 일이 삶에서 발생했을 때에도 잠시잠깐은 좌절하고 방황할 수는 있어도 어느 순간에는 훌훌 털고 자기 길 걸어갈 수 있어야만 한다.  앨런 튜링, 괴델, 까미유 끌로델, 칸토르, 버지니아 울프, 사드, 존 내시, 고흐 등은 저마다의 진실을 추구했으나 안타깝게도 그에 걸맞는 유무형의 총체적 능력은 갖추지 못한 까닭에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나는 진실이 필요한 순간에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가 되기를 소원하여 왔는데 여전히 그 길은 멀고도 멀다는 현실과 늘 마주치게 된다. 진실하려면 먼저 자기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쳐야하고 무지와 앎 사이 앎과 실천 사이 선택과 책임 사이 생과 사 사이에는 언제나 크나 큰 차가 발생한다는 것을 삶을 통해 절절히 사무치고 또 사무쳐 깨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에도 늘 깨어있어야 하며 지혜, 용기, 주체성, 책임지는 태도, 자정 능력 등을 두루두루 갖춰야 한다. 이것이 빠진 진실은 또 다른 거짓일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는 내가 늘 진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개 겸허히 인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까닭에 사람에 대해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큰 기대가 없다는 사실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세상에는 진정 진실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자는 신화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만약 그러한 자가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그는 세상과 사람, 이치 등에 대해 통달한 자일 것이며 내외로 부터 어지간해서는 침범받지 않는 자기 왕국의 주인이 되는 자이거나 최소한 이와 비슷한 정도의 내외의 보호를 받는 자일거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 내지 그녀는 노자나 소로 처럼 내외에 침범받지 않는 곳에 은거한 자일 거다. 목숨조차 내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진실의 길을 걷기에 필요한 기본기를 충실히 닦은 그 누구라도 디오게네스나 소크라테스, 예수, 석가처럼 살 수 있을 것이며 마호메트처럼 자기 왕국을 건설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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