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처한 상황이 하나하나 포기하게 만들었어요 .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하루 세끼 걱정해야 할만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은 집이었어요.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동생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랐던 것 같아요.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 어른들께 차별도 많이 받아서 그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걱정 많은 성격에 무언갈 꼭 해야겠다는 의지나 집념은 어릴때도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양보하고 난 뒤에 돌아오는 부모님의 한 마디가 내겐 더 컸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가족과도 멀어지고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더 커지고 ... 그렇게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그렇게 지독하게 우울증을 10년 넘게 심하게 혹은 약하게 앓아왔어요.
그러다 지금까지 왔는데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없네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기쁘지도 안한다고 해도 그리 많이 슬프지도 않아요.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요. 큰 집에 살고 싶지도 않아요. 남들만큼 살지 못해도 괜찮아요. 난 그저 내 마음만 편안하면 다 괜찮아요.
근데 이제 와서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찾고싶어요.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뭔지 나란 사람은 어떤사람인지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근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어디서부터 찾아야할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27이란 나이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이러다가 또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휩쓸려가버리진 않을지 걱정도 돼요.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꼭 찾고 싶은데
사실 이것도 날 위한 건지 그 사람을 위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뭐부터 먼저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