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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사진 속의 여신
게시물ID : panic_142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28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9 09:56:52
[찰칵]..[찰칵]..[찰칵].. "좋았어, 그 포즈로 다시 한번" 요즘 한창 잘 나가는 4인조 댄스그룹 '마미야'의 리더인 감소미가 미끈한 몸매를 뽐내며 포즈를 취하자 사진작가는 카메라의 플래쉬를 터뜨리기에 바빴다.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물을 뿌려서 젖은 흰티가 짙은 살색으로 몸에 착 달라붙으며 소미의 풍만한 가슴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젖은 티셔츠는 옴폭한 배꼽 주위를 살짝 떠서 하얀 섬처럼 에워싼 채 탄탄한 복부와 골반에 휘감겼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매에는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소미는 그녀 특유의 도발적이고도 싸늘한 눈빛으로 카메라 렌즈를 압도하며 쳐다보았다. 너무도 매혹적인 그 모습에 사진작가가 목젖을 껄떡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말그대로 여신이었다. 패션잡지 '칼리'의 여름옷 카달로그 촬영현장은 가뜩이나 무더운 7월인데다 조명이 발산하는 뜨거운 열 때문에 한증막같았다. 촬영을 시작한지 1시간이 넘어서자 소미의 적당히 그을은 탄력있는 피부는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듯 모공을 통해 보이지 않는 김을 뿜어댔다. 연예인으로서 타고난 끼를 갖춘 그녀가 뿜어대는 체온은 페로몬과 섞여 촬영장 주위의 공기를 농염하게 달구었다. 소미가 최고의 가수이자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타고난 미모와 더불어 가만히만 있어도 주위를 들뜨게 하는 특유의 에너지 때문이었다. 특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도발적이고도 싸늘한 눈빛! 그녀의 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에서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찰칵].. 소미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살짝 눈을 감은 모습이 카메라렌즈에 담겼을 때 나유정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촬영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미야'의 메인보컬인 유정은 촬영내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원래 이번 촬영은 유정이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촬영 하루전에 갑작스레 감소미로 교체되었던 것이다. 인도에서 '파괴의 여신'을 의미하는 '칼리'의 표지모델로는 아무래도 도발적인 이미지의 감소미가 적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사실상 감소미의 인기에 밀렸다는 것이 나유정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짖밟았다. 유정은 외모에 있어서는 그리 튀지 않는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가창력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룹 '마미야'가 아시아권에서 뜨기에는 춤이나 외모만이 아니라 메인보컬인 그녀의 가창력이 절대적인 공로를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은 목소리보다는 얼굴을 더 중요시했다. 유정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소미 바로 다음이 유정의 촬영이었지만 그것은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뿐이었다. 유정은 수치심을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더니, 아랫입술을 꼭 깨문채 팩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그 때 조명기구의 복잡한 전선 케이블이 유정의 발에 걸렸다. "조심햇!!!” 사진작가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오른쪽 조명기구가 기우뚱하더니 철로만든 공룡이 쓰러지듯 그대로 감소미의 몸을 덥쳐왔다. 파차창- “꺄아아악-“ 뜨겁게 달구어진 조명전구가 소미의 고운 얼굴을 지지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유정의 눈에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쓰러진 조명기구는 유정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유정은 구태여 그것을 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소미를 죽이려는 의도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방치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상대가 눈을 가리고 절벽을 향해 걸어갈 때 굳이 소리쳐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그런 악의에 찬 방치였다. 이런 모든 계산 과정이 유정의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일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정은 무의식적으로나마 이런 결과가 초래되기를 바랬다는 것을 스스로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소미의 얼굴이 조명불에 타서 이그러질 때 유정의 얼굴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그 미소를 보지는 못했다. 단 한사람, 소미를 제외하고는. 소미는 조명기구가 얼굴을 강타하는 그 찰나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눈으로 유정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망막에는 분명 유정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똑똑히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소미는 죽었다. 누가 보기에도 그것은 완벽한 사고였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전선줄에 발이 걸려서 넘어진 유정보다도 안전관리에 허술했던 기술팀에 있었다. 죽은 소미의 모습은 처참했다. 지독한 화상으로 요정같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버렸고, 그 생기가 넘치던 몸은 200킬로가 넘는 육중한 조명기구가 깔아뭉개서 발로 짖밟은 생라면조각처럼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톱스타 감소미의 갑작스런 죽음은 일주일 동안 각종 스포츠신문의 기사1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그녀를 잊어갔고 이제 3인조가 되어버린 마미야는 유정이 리더가 되어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는 여전히 폭발적이었다. 라면이 보글보글 맛있게 끓었다. 유정은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잘게 썰은 파를 냄비에 넣은 후 수건으로 뜨거운 냄비손잡이를 잡았다. 한달 후에 중국에서 있을 공연 준비 때문에 파김치가 되도록 연습을 한 유정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오피스텔에 돌아왔다.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몸을 혹사시켜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다. 이대로는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유정은 체중을 조금 더 빼라는 매니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라면을 끓였다. 유정은 가져온 라면 냄비를 식탁위의 두꺼운 잡지책위에 얹어놓았다. 냄비의 뜨거운 바닥이 잡지에 닿는 순간, "끼야아아아아악-" 하는 소름 돋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정은 화들짝 놀라서 라면국물을 잡지에 쏟고 말았다. 환청이었을까. 방금 전의 목소리는 죽은 소미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유정의 하얀 팔에 오소소소 소름이 돋았다. 유정은 얼른 행주를 가져와서 쏟은 라면국물을 닦았다. 행주를 들은 손이 와들와들 떨렸다. 냄비받침대로 쓰였던 잡지책은 다름아닌 '칼리'였다. 칼리의 표지에는 눈을 살짝 감은 채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소미의 얼굴이 실려있었다. 소미가 죽기 직전에 찍었던 마지막 사진이었다. 영원히 불에 타는 고통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죽은 후에까지도 소미를 싫어했던 유정은 일부러 그녀의 모습이 실린 잡지책을 사서 뜨거운 냄비의 받침대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유정이 서둘러서 잡지에 쏟은 라면국물을 닦았지만 이미 물기를 흡수한 잡지의 표지는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순간 유정은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지와 함께 쪼글 쪼글 오그라든 소미의 사진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죽은 소미의 얼굴과 똑같아졌기 때문이었다. 유정은 덜 덜 떨리는 손으로 '칼리'의 표지를 찢어버리려고 했다. 찌이이이- 유정의 손이 표지를 반쯤 찢었을 때 "끼야아아아아악-" 하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다시 한번 공기를 찢어놓았다. 찢어진 종이의 절단면에서 스으으읍-하고 붉은 피가 베어져나왔다. 마치 사람의 피부를 찢은 것처럼 주르륵..주르륵..핏줄기가 사진위로 흘러내렸다. 거의 이성을 잃은 유정이 수건으로 닦으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한 두 방울 솟아나던 피는 아예 잘린 동맥에서처럼 불컥 불컥 뿜어져나와서 칼리의 표지를 흥건히 적셨다. “죽어! 어서 죽어버려 이년아! 왜 아직까지 날 못살게 구는거야!” 유정은 양 손이 피로 범벅이 된 채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사진을 완전히 두 조각으로 찢어버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종이로 된 표지가 왠일인지 동물의 가죽처럼 질겨서 찢어지지 않았다. 사진속의 소미의 얼굴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채 철철 넘치는 붉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마침내 자포자기한 유정이 사진을 구겨버리려는 순간, 흡.하고 두 눈을 크게떳다. 분명 감겨있었던 소미의 눈이 부릅뜬 채 유정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죽기직전 유정의 미소를 지켜보던 바로 그 눈빛으로.. 출처 : www.muzachi.com 작가 :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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