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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미드나잇 런
게시물ID : panic_14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9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4/19 14:15:13
우성식은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하기 위하여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헬스 클럽으로 향했다. 이제 40줄에 들고 있는 그가 신봉하는 것은 단 두가지였다. 그 하나는 현대의 종교랄수 있는 돈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건강을 위한 운동이였다. 마흔을 넘긴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혼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것은 그의 꾸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물론 30대에 시작한 외식 산업이 운좋게도 성공하여 체인점을 늘려가면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리를 위해 투자하여야 할 시간이 줄어들고 그에따라 이전보다 소홀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루 일과가 끝나면 헬스장에 들러 한두시간씩 땀을 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였다. 물론 사업상 늦게까지 업무를 봐야 하거나 접대를 위해 술을 마신 날의 경우엔 아침 일찍 운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역시 그에겐 늦은 저녁 시간의 운동이 숙면을 유도할수 있고 다음날 아침 가볍게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수면제였다. 여느때 처럼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헬스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까지는 손님들이 서너명 보였지만 이들도 곧 빠져나갈 터였다.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성식은 카운터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오늘은 자네가 당번인가봐 진수씨" 카운터에서 잡지를 뒤적이던 남자는 성식의 인사에 사람좋은 웃음으로 응대하며 말했다. "예, 오늘은 좀 늦으셨습니다 우 사장님." "허허 그런가? 오늘은 빨리 끝내겠네 그래야 자네도 빨리 들어가보지" 성식의 말에 진수는 손을 내저으며 살갑게 말한다. "아닙니다, 사장님.. 저야 집에가도 반겨줄 사람도 없는데요 뭐." "사람도 참, 아니 애인도 없어?"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이 헬스클럽의 3명의 트레이너 중 한명인 이진수는 6개월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사람 이였다. 특유의 친절한 태도와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개인별로 필요한 어드바이스를 적절히 해주는 트레이너로서의 재능때문에 헬스크럽 회원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다 특히나 성식은 종종 그와 대화를 나누며 상당히 친해진 터였다. 성식은 간단하게 손인사로 대화를 마무리 하고선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업무를 봤기 때문에 충분한 스트레칭이 중요했다. 격한 운동이 아니라고 갑자기 시작 했다간 부상을 입기 쉽상이란 것은 성식 스스로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성식은 여느때의 순서대로 런닝 머신 위에 올라갔다. 속도를 조절하는 패드를 조절하여 시속 4km부터 시작했다. 조금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몸에 열을 내기 시작했다. 러닝 머신 앞의 대형 거울이 천천히 걷고 있는 자신의 전신을 비추고 있었다. 성식은 그런 자신의 몸을 보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다. 군살이라곤 찾을 수 없는 아랫배와 적당한 굵기에 살짝 살짝 근육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말할수 없는 만족감을 전해줬다. 몸에 땀이 나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자 성식은 속도를 조금 올렸다. 이제는 빨리 걷거나 가볍게 뛸수 있는 속도로 런닝 머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런닝머신 옆의 의자로 진수가 다가와 앉았다. 그는 아까 읽고 있던 잡지를 여전히 손에 든 채로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는 다른편 손에 들고온 베지밀 병에 꼳힌 스트로에 입을 가져갔다. 한모금 베지밀을 들이키고는 잡지는 아래로 내려놓은 채 성식에게 말을 걸었다. "잘 돼가십니까 사장님?" "뭐 평소대로지, 그런데 다른 손님들은 다 갔나봐?" "예, 이시간까지 하는 사람은 우리동네에 별로 없으시니까요" 진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이거 내가 나쁜 사람 같구만."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 있는 편이 차라리 낳을걸요.. 집에 가봤자 빈둥대기만 해요." "허허... 가족도 없어?" "예..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거든요." 성식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하며 자신도 거울을 바라본다. "형제는?" "없습니다." "허허 독자구먼 그래?" "예 그렇게 돼버렸죠..." "돼 버리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성식은 이제 서서히 숨이 가빠 지는지 약간의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평상시 꾸준히 운동을 해온 만큼 아직까지 가벼운 대화를 하는 정도는 괜찮았다. "사실은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먼저 가버렸답니다." 진수는 조금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살며기 고개를 떨구어 들고 있던 잡지를 바라 보았다. 그러나 잡지를 읽고 있지 않다는 것은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성식도 알수 있었다. "이런 안됐네.. 어쩌다가?" "자살... 했습니다. 10년 전인가... 누군가한테 몹쓸짓을 당하곤 그 충격으로.." "그런... 그렇게 안좋은 일이 있었나... 이거참... 뭐라고 해야... 하나." 성식은 난데없는 진수의 말에 조금은 당황하며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말을 짧게 끊고 속도를 조금 낯추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진수 역시 당황하였는지 다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하이구.. 이런 제가 갑자기 너무 어두운 얘기를 했나 봅니다, 사장님 운동하시는데.. 이렇게 주책없이 굴다니 이러고도 제가 트레이너라고..." "하하.. 아닐세 아니야.. 내가 먼저 시작한 얘긴걸... 그런데 이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 "시작이라.. 사실 대학때는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공은 이과쪽이였죠.. 아.. 사장님 지금 사업 시작하시기 전에는 가수 지망생이셨다고 그러셨죠?" 진수의 질문에 성식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그 사람 참, 또 챙피한 얘끼 꺼내고 그러네" "하하, 아닙니다. 사람 일이란게 그런거 아닙니까. 한치 앞을 모르는거 말입니다. 사실 저 한동안 군대에서 일했었습니다. 놀라셨죠? 허허... 대학때 화학과 물리학 쪽으로 공부하면서 전기쪽도 건드려 보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취업준비 하면서 딴 화약류 관리사 자격증 때문에 군대에서 그쪽 계통의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말뚝을 밖은거죠.. 전공도 그렇고 또 열심히 일한덕에 상당히 잘 나갔습니다. 그때는..." 진수는 무언가 생각이 나는듯 잠시 말을 끊고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다가 다시 성식 쪽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까 말씀 드린대로 사람 일이란게 맘처럼 안돼더라구요... 한번은 제가 관리하던 창고에서 폭약이 없어졌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가 범인으로 몰린겁니다. 그래서 수색 당하고 심문 받고.. 참 어이 없었죠 그래도 어쩝니까 제가 아닌걸. 아무리 조사해도 나오는건 없고 그렇다고 폭약이 없어졌는데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수도 없고... 결국 제가 다 책임을 지게 되더군요.. 그일로 저도 군대에 정이 떨어졌고 이런저런 일때문에 결국 옷벗고 사회 나와서 백수로 빈둥 대다가 우연찮게 여기에 일자리를 얻은 겁니다. 대학때부터 운동은 좀 했었고 군대에서도 꾸준히 헬스쪽으로 공부했거든요.. 그때는 취미삼아 한거였는데 덕분에 밥줄 안끊기고 살게 된거죠." 진수의 긴 신세 한탄을 들으며 성식은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사이에 다시 페이스를 올려서 이제는 시속 10km로 달리고 있던 터라 진수의 말에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진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뭐라도 대꾸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니야.... 자네... 헉헉, 잘하는데 왜그러는가... 내가.. 후, 보기엔 이쪽으로도 능력이 있어"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구요..." 진수는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듯이 인사를 하더니 다시 잡지를 펴고선 베지밀 병을 빨며 그쪽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성식은 진수가 자기에게 관심을 거두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는 달리 진수가 오늘따라 말이 많은게 아마도 무슨 일이 있던지 아니면 정말로 심심한 모양이었다. 그도 아니면 문닫을 시간이 다 됐으니 그만하라는 무언의 압력일까? 게다가 아까부터 성식의 마음 한쪽에 뭔가 찝찝한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무튼 성식은 서서히 페이스를 더 올리며 최고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런닝 머신의 계기는 시속 15km로 달리고 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진수가 여전히 잡지를 보면서 다시 말문을 열었다. "사장님 그런데 '스피드'란 영화 보셨습니까? 참 잘만든 영화죠... 저도 보는 내내 얼마나 재미 있었는지.. 사실 거기에 나오는 폭탄들은 엉터리에요. 이래뵈도 제가 나름대로 전문가 아닙니까.. 아마 진짜로 사실적인 폭탄을 묘사하긴 힘들었겠죠. 하지만 설정 자체는 현실적 입니다. 버스가 어느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스위치가 켜졌다가 다시 속도가 떨어지면 폭파한다. 그런 폭탄을 만드는건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게다가 영화처럼 복잡하지도 않죠.. 간단한 장치 몇개와 폭약만 있으면 되는 거에요..." "그런가.. 헉헉, 그런데 헉헉, 갑자기 영화.. 얘기는.... 왜?" "아까 제 동생이 몹쓸짓을 당했다고 말씀 드렸죠. 우리 마을이 시골이였거든요... 인심도 좋고 그래서 한밤중에 젊은 여자애가 돌아댕겨도 그런 일 당할 가능성은 적었죠. 그런데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역시나 범인은 외지인이였죠..." 진수는 어느 새 얼굴에 웃음기가 가신채 잡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사실 동생이 그 일이 있고나서 아무 말도 않아서 범인에 대해서 알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그런 와중에 자살해 버리니... 가족들은 가슴앓이밖에 더 할수가 없었죠, 그런데 사람 일이란게 한치 앞을 모르는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향 후배 녀석이 제가 있는 부대로 오게 됐습니다. 어릴때 부터 참 말썽장이였죠.. 그런데 이녀석 눈치가 처음 부대에서 저를 볼때부터 심상치가 않더라 이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고백을 하더군요... 범인을 봤다고 말이에요..." 진수의 침착하고 냉정한 어조의 한마디에 성식은 갑자기 가슴 한켠에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꼈다. "아직 중학생이였던 녀석이 밤에 몰래 닭서리를 하러 가다가 제 동생이 범인에게 강간 당하는 모습을 본겁니다. 그때만 해도 강간 당하는 건지 서로 좋아서 하는 건지 알 방법이 없고 그저 사춘기 시절에 좋은 구경이다 싶어서 몰래 숨어 다 지켜 봤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다음날 동네에 흉흉한 얘기들이 도는데다가 닭서리 한게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겹쳐서 그냥 입을 봉하기로 어린 마음에 결정한거죠... 제 동생이 자살하자마자 저희 식구들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사실을 말할 기회도 놓친채 그렇게 세월만 간거라 이겁니다.. 정말 재미있죠?" 성식은 진수의 얘기가 살을 붙여감에 따라 점점 온몸이 서늘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격한 운동으로 흐른 땀이 증발하는 것에 불과하리라... 성식은 감정의 동요를 애써 숨기며 달리기에 더욱 열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분차분히 이어지는 진수의 얘기는 마치 송곳처럼 성식의 귀에 날아와 각인 되어갔다. "결국 전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 영감님의 먼 친척이였죠.. 서울서 살던 친군데 집에서 가출하고 갈곳이 없자 그곳으로 와서 몇일 얹혀 살던 중이였어요.. 음악인지 뭔지 한다고 밤이고 낮이고 이산 저산 쏘다니며 기타나 튕겨대니 집안일 돕느라 바쁜 저는 몇번 얼굴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죠... 하지만 영감님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서울 집주소를 알아 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더군요.. 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난 뒤였어요..." "그랬군..." 성식은 애써 태연한척 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 떨림은 분명 런닝머신에서 달리며 낸 목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뒤로도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행방이 묘연하더군요..." "그래서... 헉헉, 결국 못찾은 건가..." "뭐.. 글쎄요..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허허... 그런데 아까 영화 얘기 하다 말았죠? 사실 그 영화 보고 재미 삼아 저도 그런 폭탄을 구상해 봤습니다. 얘를 들어 말입니다..." 성식은 정면의 거울을 통해 조심스레 진수를 봤다. 진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런닝머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사장님이 달리고 계시는 러닝머신 같은 경우에 말입니다. 달리는 속도가 10km를 넘기면 폭탄의 스위치가 켜졌다가 그 밑으로 떨어지면 폭발하는 폭탄같은거 말입니다.... 하지만 곧 그런 장치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달리던 사람이 발을 떼어도 런닝 머신의 패드는 저혼자 얼마간 속도를 유지하며 돌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거죠.. 그 사이에 러닝 머신 위의 사람은 얼마든지 도망 칠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다른 장치가 필요한거죠!" 진수는 끝을 강조하며 말을 끊었다. 그 말에 천천히 런닝 머신의 뒤로 몸을 이동하던 성식은 다시 속도를 올려 달리며 계기를 보았다. 현재 속도는 시속 12km... "바로 하중과 진동을 감지하는 센서를 다는거죠.. 달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이 두가지가 기계에 전달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 진동이 어느순간 끊긴다면 더이상 대상이 런닝 머신 위에 있지 않다는 말이 되지 않습니까..." 진수는 말을 하며 천천히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정교한 기폭장치를 만든들 뭘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폭약을 구한다는 건 정확한 사용처를 밝히지 않는 다음에야 거의 불가능한 일인걸요.. 뭐.. 직접 집에서 재료를 구해 조악한 폭약을 만들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의 위험도 크고 그 원료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죠..." 성식은 이제 뒷편 카운터에서 들려오는 진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필사적으로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서 흐릿하게 나마 카운터 의자에 앉은 진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을 살펴보고 싶었으나 그 거리에선 알수가 없었다. 순간 성식의 머리에 아까 진수가 한 얘기가 생각났다. 군대에서의 폭약 분실 그리고 범인으로의 지목.. 분명 아까 고향 후배를 만난건 군대에서 였고, 그의 비밀을 들은것도 그때였다고 했었다.. 성식은 이제 서서히 공포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전의 기억이 분명하게 머리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음악을 하겠다고 집을 나와 찾아간 먼 친척의 집... 그리고 그 작은 마을에서 만난 귀여운 소녀... 음악한답시고 멋부리던 자신에게 빠져 멋모르고 따라다니던 그 시골 소녀에게 마을에서의 마지막날 그가 저지른 짓... 싫다고 거부하던 아이를 저지하면서 양손에 새겼던 사람을 때릴때의 촉감... "이...헉헉 이보게.. 진수군....헉헉."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내가.... 잘못했네.. 헉헉, 내가... 잘못했어...!!!" 성식은 이제 거의 울상이 된채 런닝 머신의 손잡이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하지만 뒷편 카운터 에서 들려오는 진수의 목소리는 너무나 태연했다. "아니 뭘 말입니까, 사장님?...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저 아무래도 먼저 가봐야 되겠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집에 볼일이 좀 있어서 말이에요.. 전화로 박 트레이너 오라고 할테니까 잠시만 혼자 계실수 있으시죠? 이게 다 사장님 믿으니까 하는겁니다. 하하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죠..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나가면서 문은 잠그겠습니다. 박 트레이너한테 열쇠 있고 안에서 열수도 있으니까 염려 마시구요..." "이봐!! 진수군.... 헉헉헉.. 내가.. 헉헉.. 정말로... 그럴려던게.. 헉헉..." 성식은 지독한 공포와 지금까지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면서 다리가 풀리고 숨이 차는 것을 느꼈다. 순간 성식은 정면의 거울을 통해 무엇인가를 보았다. '저.. 저건..?!!!' 대형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달리는 모습 아래.. 런닝 머신의 바닥 밑부분의 조금 들려있는 공간을 통해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두개의 불빛.. 하나는 붉은색으로 계속해서 빛나고 있었고 또다른 녹색 불빛은 깜빡거리고 있었다. '반짝.. 반짝..' 성식은 곧 그 반짝 거림이 자신의 발디딤과 동시에 이루어 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진수의 인사와 함께 헬스장의 문이 닫히고 열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돼...!!!!" 성식은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그러나 달리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가누어야만 했다. 성식은 런닝 머신의 계기를 봤다. 시속 10km... 성식은 손잡이를 부여잡은채 필사적으로 달리며 시계를 봤다. '10시 56분...' 진수가 박 트레이너를 불렀으리는 만무했다. 게다가 지금 이시간이면 상가내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을 터였다. 뿐만 아니라 헬스장은 특유의 여건때문에 방음이 잘돼어 있다.. 자신이 아무리 소리질러 본들 헛수고 임에 틀림 없었다. 헬스클럽의 오픈 시간은 아침 6시 30분... 트레이너들이 출근해 오픈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감안 한다면 잠긴 문으로 사람이 다시 들어올때 까지는 앞으로 대략 7시간 정도가 남았다는 얘기였다. '그래.. 까짓거 달리면 돼는거다.. 지금껏 꾸준히 다져온 체력이 있으니까 가능할거야.. 10km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냐.. 하지만.. 발이 풀리면? 아니 실수로 내발에 걸리거나 한다면....? 한 스텝이라도 엉키면 모든게 허사다.. 과연 할수 있을까? 정말 아침까지 달릴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헬스클럽의 오너인 김씨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박 트레이너와 함께 가게 문을 열었다. 평소와는 달리 가게의 전등이 켜져 있었다. 아마도 전날 당직이던 진수가 불끄는 것을 잊은 것이라 생각하며 김씨는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이건 무슨..?!!" 함께 들어온 박 트레이너 역시 놀라며 재빨리 런닝 머신 쪽으로 달려갔다. 런닝 머신 위에선 우성식이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백발로 변해 버렸고 밤새 흘린 땀으로 온몸이 홍건한채 마치 60세 노인처럼 수분기 없는 까칠하고 처참한 몰골로 야위어 마친 딴 사람같아 보였다. 성식은 촛점 없는 눈으로 거울을 바라 보며 입을 벌린채 기를 쓰며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박군아 기계 어서 꺼!!" "예...? 예!!" 김씨의 말에 박씨는 허둥지둥 런닝머신을 끄려 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멍하게 있던 성식의 손이 잽싸게 박의 손을 부여 잡았다. 그리고는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돼.. 폭탄... 안... 돼..." 무슨 얘긴지 알수 없는 말만 중얼 거리는 성식을 겁에 질려 바라보던 박은 다시 기계를 끄기 위해 계기를 바라 보았다. 순간 계기판의 숫자가 시속 10km를 가르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였다. 지금 성식의 거의 걷다시피 하는 걸음걸이로는 아무리 빨라봤자 시속 2-3km밖에 돼지 않을 터일텐데 말이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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