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인류 최초의 투사무기 중 하나로 투창과 돌팔매(슬링)와 함께 오랜 기간 사용된 원거리 무기로 인류가 다른 짐승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게 한 도구임과 동시에 살생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어 더욱더 많은 살생을 저지르게 도와준 도구이기도 합니다.
어느 문화권이든 이 활은 짐승뿐 아니라 인간을 잡는데도 쓰였고 전쟁에서도 크게 활약했습니다. 심지어 칼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일본의 경우도 뎃포(철포. 조총)가 등장하기 전까지 활에 의한 사상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하죠(칼은 오히려 돌팔매보다 못한 사상자 숫자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매체물에서 활에 대한 대우와 이미지는... 칼에 비하면 거의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대-중세-근세 영화, 소설 작품에서 주인공이 칼을 쓰는 경우는 있어도 활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한 대부분 활을 쓰는 경우 연약한 이미지에 백병전하면 밀리는 것처럼 나오는 경우도 많죠
아 물론 이분은 예외...
이렇게 활에 대한 취급이 안습인 것은 애니메이션, 특히 일본 아니메도 마찬가지여서 솔직히 제가 아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활을 쏘는 주연급 인물은...
마도갓...확실히 주인공급이긴 한데 문제는 활 쏘는 장면이 2화 정도는 나왔나? 그나마도 잠시 나오는 것 말고는...
마오유우 마왕용사의 궁수 할아범... 조연인데다가 활 쏘는 장면이 얼마나 나올지
그랑죠의 용이... 그나마 네임드 조연에 활 쏘는 것은 자주 나오는 편
이누야샤의 카고메, 확실히 주연급이며 활 쏘는 것도 많이 나오는데... 문제는 주 전투원은 칼 쓰는 이누야샤
이누야샤의 키쿄우, 주요 조연인데 문제는 후반부에서 리타이어는 둘째치고 거의 공기화되기 시작해서...
이외에 언급 안됐을 수도 있는 몇몇 캐릭터 말고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나마도 해당 작품들의 주연들도 대부분 전투의 주역이라기보다는 거의 서포트에 가까운 느낌이죠, 게다가 웅이 정도 제외하면 대부분 해당 파티에서 힘이 가장 약한 축에 속하고 말입니다.
물론 여자라고해서 활을 못 쏘라는 법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6회 민족중 대회에 참가하신 이 헝가리 여인이나...
중국인 여인...
예니체리 복장을 하신 터키 할아버지도 쏠려면 얼마든지 쏠 수 있고 사실 저도 개량각궁을 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들은 대부분 취미 용도로 위력을 낮춘 활이고 실제로 군사용으로 썼던 활들의 장력은... 최소 50파운드 이상인 경우가 많으며 영국 장궁의 경우는 왠만한 국궁 씹어먹을 정도의 장력을 자랑하고(80~110파운드... 사실 롱보우는 결코 국궁보다 약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만강대라는 부대의 경우는
세조 12권, 4년(1458 무인 / 명 천순(天順) 2년) 3월 29일(병진) 1번째기사
병조의 건의로 활 1백 20근을 당기는 자를 가려 만강대라 하고 행행에 시위케 하다
도량형이야 시대마다 변하기에 정확하지 않겠지만 1근을 600g으로 환산할 경우 120근은 무려 72kg이라는 수치가 나오는데...
물론 이게 주력 궁수들은 아니었겠지만 실제로 군사용으로 쓴 활들은 당기는데 상당히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제가 쓰는 개량국궁은 46파운드 정도로 약 22kg 정도인데 실제 군사용은 쓰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영국 장궁수들의 경우 활쏘기 연습을 많이해서 어깨 골격이 상당히 변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힘도 쎄서 백년전쟁 당시 영국 보병대가 깨뜨리고 장궁수들에게 돌진한 프랑스 보병대들이 오히려 백병전에서 장궁수들에게 발리는 결과도 있었고 조선시대 병종 중에서 가장 힘이 쎈 자는 주로 궁수를 맡았고 가장 약한 사람이 포수를 맡았습니다...
즉 궁수들은 영화나 애니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호리호리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일본 애니의 경우는 궁도의 경우 여자가 하면 뭔가 더 섹시하게 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대체로 활은 여자 주연-조연이 쏘게 하더군요(그리고 주역은 역시 칼!)
게다가 활 자체도 그리 제대로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일단 마도카나 용이가 들고 있는 활을 한번 보고오면... 대부분 정상적인 활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판타지스러운 활이죠
저런 활이 과연 실존할까? 특히 마도갓의 활은 더 괴상하게 생겼던데
그나마 이런 활의 경우 1회 민족궁 대회에서 보았던 유럽쪽 플레이트 보우랑 비슷하게 생긴 듯
마도갓: 뭔가 불만이 많으신 것 같은데 원환의 이치 맛을 보고 싶으세요?
본인: 사...살려주삼
뭐 솔직히 저 위에 인물 중 제대로 된 활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카고메와 키쿄우 빼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녀들이 들고 있는 제대로 고증된 활은 당연히 일본 전통활들이죠...
일본 전통활들도 단순한 단일궁부터 시작해서 복합궁류 모두 다 있습니다. 물론 한국처럼
이렇게 나무 이외의 재료를 가지고
이런식으로 만들어서
민어 부레로 만든 어교로 접작시키는 것은 아니고 다른 종류의 나무만을 접착시켜서 만든 거지만요
근데 합성궁이 습기에 약해서 단일궁 밖에 쓸 수 없어서 장궁류를 만든 일본인데 왜 똑같이 습기에 약한 복합궁은 만들고 한국, 중국, 몽골 등과 같은 합성궁은 왜 안만들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뭐 이찌되었든 활 자체도 제대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뭐 그나마 칼의 경우도 판타지스럽게 등장하니 위안을 삼을만 합니다만... 그래도 일본도가 제대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은 편이죠
그럼 활줄을 쥐는 법, 즉 사법은 제대로 나오나 보면
이게 일본 전통 사법인데(http://blog.naver.com/spiritcorea/130033395319)
마도카의 사법도 이와 비슷하죠(마도카: 계속 불만 내뱉으면 티로 피날레야)
그리고 이외 캐릭터, 심지어 웅이 마저도 이런 사법을 씁니다.
물론 가끔가다 잠깐 등장하는 궁수 캐릭터나 몇몇 캐릭터들은
이 헝가리 여인이 사용하는 지중해식 사법을 사용하긴 합니다.
사실 이 사법은 영화나 스포츠 중계 같은데서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들 눈에 익숙해서 자주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에 비해
일명 몽골리안 드로우라 불리는 동양식 사법은 거의 안나옵니다. 뭐 솔직히 이 사법은 한국 사극에서조차 잘 안 나오긴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활을 강하게 쥐기 때문에 귀 뒤까지 당길 수 있어서 위력은 걸출하지만 배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잘 안 나옵니다.
게다가 서 있는 자세의 경우도 서양이나 일본처럼 완전히 일자로 서서 옆을 보며 쏘는게 아니라 약간 대각선으로 서서 앞으로 주시하며 쏩니다.
이 그림 중 왼쪽에 있는 분 자세와 약간 비슷하게 섭니다. 그런데 이런 자세 덕분인지 오른쪽에 계속 분은 걸어다니면서 쏘네요...(근데 제 사부님은 실제로 걸어다니면서 활을 쏴서 145m 떨어진 과녁을 맞췄던지라...)
뭐 어찌되었든 동양식 사법이 나온 것은 본적도 없고, 아마 등장할일도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뭐 활 자체도 잘 등장 안하는 마당에...)
결론을 내리면... 활은 검보다 약하지 않고 궁수는 결코 연약하게 서포트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력으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물에서는 알아주질 않겠지~~~
추가 잡설1
대체로 활을 쏘더라도 등장 인물들이 그냥 쏘는 경우가 많은데, 위 사진에서 보듯이 손가락에 무언가 끼고 쏘는 경우가 많고 사실 저런 장비는 역사적으로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숫각지, 암각지, 자웅각지, 턱각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실 이런 각지류는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했습니다.(주로 숙력자는 위력 늘리기 위해서 숫각지 사용하고 초보자는 암각지를 사용) 위에 마도카나 카고메처럼 이런거 안하고 활을 쏘면... 흠 손가락이 어떻게될지 책임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위에 옛그림처럼 팔목보호대도 하는게 왠만하면 좋습니다... 실제로 활 쏘다보면 활줄이 왼쪽 손목을 때리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처음 했을 때 피멍이 들더군요
추가잡설2
세계민족궁 대회는 올해도 계속 한국에서 열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나중에 검색해서 찾아가보세요
아 이 대회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바로 헝가리 참가자들의 채찍쇼!!!
저거 수제로 제작한걸로 아는데 땅에다가 칠 때 소리가 참 찰집니다. 물론 사람이 맞으면 ㅡ.ㅡ;;;
뭐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들의 전통 의상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만 활의 경우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국의 전통활이 아닌 바빌로니아나 인디언 활 등등 타지역의 전통활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나 독일 등 대륙내의 국가들은 너무 빨리 주력이 크로스보우로 바껴버린지라 활이 중세시기에 이미 단종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위 사진에 나온 것은 윈드래스 크로스보우)
하지만 이 경우 유럽분들은 활 이외에도 다양한 선사시대 자료들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투창의 사거리를 늘려주는 투창기나
흑요석 화살촉(옛날 실험에서 철촉에 비해 20% 이상의 관통력을 지닌 걸로 나타났죠... 역시 흑요석은 무섭습니다. 실제로 플린트나 흑요석으로 석기 만들면 고기나 야채를 아주 쉽게 썰 수 있습니다.)
이건 남미쪽 분들이 가져온 피슁보우, 물고기 잡는데 씁니다.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부탄 죽궁, 생긴건 분명 오른쪽에 나온 것처럼 대충 이어 붙여 만들었는데
이분들이 쏘시면 그 엄청난 위력이 ㅎㄷㄷ 각궁도 쌈싸먹는 부탄 죽궁의 위력을 보면서 사람들이 경악을 했었죠...
근데 알고보니까
이분 인도 원정 당시 캐고생 시킨 활이 바로 저거였습니다... 판타지라이브러리에서 출판한 무기 대사전에는 캄사라는 활로 나오던데 딱 저렇게 생겼더군요... 라이더 앞에서 저분이 활들고 서계시면 참 감회가 새로울 듯...
뭐 어찌되었든, 이 게시판에서 미래에 라이트 노벨 작가나 만화가나 애니메이터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발 활 좀 등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