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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님과 '희미한 푸른 점'
게시물ID : phil_1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희미한푸른점
추천 : 13
조회수 : 9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1/18 10:54:29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 안철수 며칠 전에 안철수 원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글을 본 어떤 블로거가 한 게시물에서 인용한 안원장님의 글입니다. "CEO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2005년도 책에 쓰인 이 문장을 보면 그의 겸손함과 삶에 대한 진지함이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접하고 겹쳐지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대중과학서의 작가로 유명한 칼 세이건 선생님의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저는 희미한, 으로 번역하고 싶습니다)"이 그것입니다. 이 책의 이름은 혹시 익숙하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대중 과학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인 "코스모스"와 영화 "컨택트"의 원작도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원래 "Pale blue dot"은 1990년에 보이저 1호에 의해 60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촬영된 사진의 제목입니다. 칼 세이건 선생님이 이 사진을 보고 94년에 동명의 책을 출간하신 거지요. 다음의 내용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부분인데, 읽고 나면 왜 제가 안원장님의 말씀과 이 글이 겹쳐진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Pale blue dot" 저 점을 한 번 더 보세요. 저것이 지구입니다. 우리의 집.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저곳에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 당신이 접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슬픔, 믿음으로 충만한 수많은 종교, 사상, 경제 원칙들, 사냥꾼과 그들의 고용주,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모든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들,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과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가득찬 어린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교훈적인 선생님들, 모든 부패한 정치인, 모든 수퍼스타와 최고 지도자, 우리 종의 역사에 나오는 모든 성자와 죄인들이 저곳에 살고 있습니다. 태양 빛의 한 자락에 매달린 작은 먼지 위에. 지구는 광대한 우주 속, 매우 작은 무대입니다. 작은 점의 일부분의 지배자가 되겠다고 영광과 승기에 가득 차 피로 강물을 만들어 낸 장수들과 황제들을 생각해 봅니다. 이 픽셀 하나만큼의 땅의 한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픽셀의 다른 쪽 구석에 사는, 거의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차이만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보인 끝없는 잔악함을 떠올립니다. 그들의 오해가 얼마나 잦았는지, 서로를 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했는지,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깊었는지. 우리의 태도, 우리가 상상하는 우리 존재의 중요함,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희미한 빛으로 나타난 이 점이 던지는 조용한 웅변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암흑 속의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이 광대함 속에서, 그리고 이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를 우리로부터 구원하도록 도와주는 손길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는 암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곳은 지구가 유일합니다. 우리들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가까운 시간 안에 발견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별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그곳에 정착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싫든 좋든 우리는 당분간 지구에서의 삶을 견뎌내야 합니다. 천문학은 인격을 쌓고 겸손함을 길러주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원거리에서 찍은 우리가 사는 조그마한 세계에 대한 한 장의 사진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자만심이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친절하게 대하라는, 여기,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희미한 푸른 점을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라는 외침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Carl Sagan, Pale Blue Dot, 1994 안원장님이 이 글에서 영향을 받지 않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떤 철학이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시나요? 안원장님도 겸손하지만 깊고 진지한 마음으로 이 '희미한 푸른 별'을 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추워진다고 합니다. 한겨울의 추운 날 밤하늘은 별이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 발 아래의 별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별빛 속에서 의미있고 건강한 삶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은 우리다." - 호피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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