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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5868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FlZ
추천 : 1
조회수 : 289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2/04 02:06:32
안녕하세요. 2016년에 들어 18살이 된 고등학생입니다. 전 초등학생 때 부터 전학을 여러번 다녔습니다. 어릴 적 아빠와 엄마가 헤어지신 후로 여자인 저는 당연히 엄마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됐는데요, 아무래도 갓 유치원을 졸업 한 초등학생을 20대 후반 여성이 혼자 일을 하면서 동시에 교육까지 시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 저는 어쩔 수 없이 친척 집을 자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 때가 되어서야 겨우 한 곳에 정착하나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제가 시골로 내려 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겠다고 자처했습니다. 중학생인 제 나이가 아직 어리듯이 그 때는 엄마도 아직 어렸으니까요. 일평생 일만 하시다가 겨우 휴식기간을 갖게 되었는데 저까지 신경쓰게 하기에는 양심에 찔려 울며 겨자먹기로 시골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그 당시 제 나이는 15살이었고요.

적응을 못 해 혼자 뒤떨어질 거라 생각 한 새 중학교 생활은 의외로 반 친구들이 먼저 다가 와 준 덕분에 어영부영 1년 반을 제대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전부 떨어지게 됐다는 건데요. 난생 처음 해 본 기숙사 생활이며 새 학기 적응이며, 혼자만 다른 학교에 오게 됐다는 불안도 있었고, 여러모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꽤나 바쁜 1학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1학기 내내 기숙사 생활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 해 저는 반에서 혼자 동떨어지게 되었고, 음침한 이미지 덕분에 끝내 아이들에게 손가락질까지 받게 되는 경우에 이르렀습니다. 겨우 혼자 다닌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 덕에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1학기 5월쯤 되어서야 자퇴라도 할까 심각하게 고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받는 눈초리가 무섭고 선생님의 관심도 무거웠고, 무엇보다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더라고요. 학교 가면 항상 우울하고, 심할 때는 수업 도중에 눈물을 흘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학교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역겹고 무서워 구역질도 여러번 했고요. 결국 엄마에게 상담을 하고 차라리 집에서 검정고시를 보게 해 달라 했지만 엄마는 요즘 세상에 고졸 안 하면 큰일난다며 한사코 반대 하셨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여러 일이 겹쳐 상처도 많이 받았던지라 엄마에게까지 버려졌다는 생각을 영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수업시간 내내 화장실에 틀어박혀 한참을 울고, 나중에 되어서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겨우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당시 너무나도 힘들었고, 하필이면 뒤늦은 사춘기까지 찾아 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급식실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먹다가 체하기 일쑤였고, 괜히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아 저는 매 수업시간마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했습니다. 우울하고 괴로우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싹 다 사라져 결국 공부에서 손을 놓고, 출석일수만 채우는 학생이 돼 버린거죠. 더군다나 저희 집은 공부에 크게 연연하는 집안이 아닌지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담임 선생님께 불려 가 잠 좀 그만 자라고 훈계받을 때가 되어서야 설움이 복받치더군요.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서 잠만 자는 이유가 도대체 뭔데.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실텐데 선생님이 가장 원망스럽더라구요. 반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상황을 알아야 하는 분인데 누군가 말 해 주지 않으면 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계시니 제 입장으로써는 선생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화가 났습니다. 결국 선생님한테 다 털어놓기까지 했는데 지금도 변한 게 없으니 더 그렇고요.

물론 남에게 의지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이야기에서 항상 먼저 네가 다가가 봐라 하는 결론이 나오고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무서워 쉽사리 곁에 다가갈 수가 없더라구요. 특히 여자 고등학교는 그룹을 지어 모여 다니는 게 더 심해서, 지금은 끼어들어갈래야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들어가 봤자 눈칫밥만 먹고 지금보다 더 스트레스 받으면서 학교생활을 보내겠지요. 지금 상황에서 더 스트레스 받으니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것이 더 편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이렇다보니 혼자 다니는 아이들은 선배나 동급생들이 묘한 눈길을 주기 마련이고,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로 앞, 뒤, 옆, 대각선 등 온갖 방향에서 저를 향한 비난하는 듯한 시선이 몰려오는 것 같아서 속이 더부룩합니다. 나는 분명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누구를 죽이기라도 한 것 처럼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 항시 들고는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 식탁에 저 혼자 밖에 없으니까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처량맞더라고요. 밥은 먹기 싫지만 가족이 돈을 내 주고 먹는 것이라 안 먹을 수도 없고 해서, 괜히 혼자 남겨지기 싫어 억지로 밥을 빨리 먹다보니 요즘엔 밥을 먹은 게 먹은 것 같지가 않아 살도 쭉 빠져버렸습니다.

결국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고, 더 나아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당연하게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죽어라 치료받고 약을 먹으면 뭐 하나요, 정작 학교에서는 나 혼자인데. 물론 현재는 치료를 그만 둔 상태입니다.

사실 이렇게 외로워 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예 대놓고 차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간간히 말을 걸어주는 애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반 분위기 자체도 나쁘지는 않은 편입니다. 싸움이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웬만해선 뒷담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고, 현재 우리 반에서 적응을 못 한 사람이라고는 저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 결국은 제가 이상한 거네요.

이런 식으로 계속 쓰다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떨칠수가 없군요. 졸리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새벽에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았으니 당연히 횡설수설 할 겁니다. 사실 고민이라기 보다는 푸념이나 하소연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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