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함께 했던 2년이 도대체 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 우리 둘은 서로 너무 다르다.
-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맞추어보려고 했지만 힘들다.
- 서운한 것이 쌓이고 쌓이다 지쳐서 너무 버겁다.
-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서 서운한 것을 말해도 내가 알아듣지 못했다.
- 아마 나는 왜 헤어지는지 끝까지 모를거다.
- 내가 잘못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둘은 안 맞는거다.
헤어지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책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저도 참 바보같습니다. 끝까지 이유를 알 수 없을 거라는 그의 말에 이유를 찾아내고자 기어코 기억을 끄집어내고 또 끄집어내서 내가 소홀히했던 아주 사소한 순간들까지 회상하며 자책했습니다. 이기적인 그의 행동에 화를 내지는 못할 망정 미안함만 가득 안고 울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니요. 그 말이 오히려 가혹합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소리잖아요. 상상해봤습니다. 만약 나라면 타인의 어떤 모습에 대해 맞지 않다고 생각이 되어서 절교를 할까. 정치적 성향이 완전 극단적인 사람, 폭력쓰는 사람, 도박하는 사람, 바람피는 사람....?
내가 이 정도로 싫다는 건가요.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고 바람을 피운 적도 없고 폭력을 쓴 적도 없고 도박은 커녕 성실히 살았고 심하게 징징대거나 잔소리한 적도 없고 둘 다 비슷한 벌이인거 뻔히 아니까 항상 더치페이했고 뭘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항상 언어/비언어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사랑 표현도 많이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생각까지 드니까 그제야 알겠더군요.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속좁은 거구나.
누군가 말하더군요.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요.
누가 일방적으로 이해해달라고, 일방적으로 맞추어달라고 했나요. 내가 알아들을 수 없게 말해놓고는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을 탓하다니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둘이 너무 달라서 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끝끝내 헤어지는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고 맞추어보라고 하고는, 도리어 나와 소통이 된 것은 오래 전 일인 것 같다니요.
끝까지 착한 척하며, 자기보다 더 잘 맞고 좋은 사람 만날거라고 말하는 그에게, 착한 척 하지 말라고 너는 속좁고 어른스럽게 소통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끝까지 자신이 한 행동이 속좁고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자기가 힘든 것을 내가 알아주지 않았다고만 생각할 것을 상상하니 화가 납니다. 그 동안 내내 자책하며 그 사람과의 재회를 꿈꾸고 연락 오기만을 기다렸던 내가 한심하고 바보같습니다.
이별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참 우습게도, 내가 지금보다 더 예뻤으면 이런 일 없지 않았을까 하면서 성형까지 고민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죠. 그런 사람은 당장에 떨쳐버리고 내 갈 길 가야죠. 그래야죠.
근데 참 마음이 아프네요. 아름다웠던 내 사랑이 이런 식으로 얼룩졌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