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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산후 우울증
게시물ID : panic_144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276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4/25 09:35:24
사랑하는 아이들아, 나의 천사들..... 그녀는 조용히 두 아이들을 차례로 침대에 뉘었다. 하얀 피부의 너무 예쁜 딸들. 그 작은 얼굴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엄마가 우는 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졌는지 미동도 없이 누워만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가늘고 하얀 손을 쳐다본다. 다른 한손에는 푸른빛이 섬뜩하게 빛나는 작은 칼이 있다. 두 손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방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신듯 눈을 감는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면 끝나겠지. 지금까지의 고통이 모두. 이제 영원한 안식을 얻는거야. 그동안 꿈꿔왔던 휴식. 잠을 자는 거야. 긴 잠을.... 잠시후 약간의 통증과 함께 그녀는 눈을 떳다. 아이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은 듯 그녀는 그렇게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다 눈을 감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영원히 깨지 않을 잠속 으로.... 그는 왠지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단 3일 뿐일 출장이었지만 집에 가야만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휩싸여 난폭운전도 불사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운전을 하는 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무조건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그는 그만 차에서 내려 우뚝 서 버렸다. 그를 멈춰 세운 것은 요란한 빛를 발하는 경찰차와 웅성거리며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울리며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구급차였다. 단지 머리속에 싸이렌이 울리듯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는 혼은 나가고 육체만 움직이는 사람처럼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다가 간다. 그를 보자 사람들이 모두 길을 내어준다. 바다가 갈라 지듯이. 그의 아내가 나오기 전엔 열린 적이 없던 대문을 지나자 굳게 닫혀 있어야 할 현관문이 항상 그를 환영하던 아내의 벌려진 두 팔처럼 그렇게 활짝 열려 있다. 그는 터질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갑자기 한장의 사진처럼 모두 그 자리에 멈춰 그를 쳐다 본다. 본적이 없는 낯선 사람들. 꼭 시간이 정지한 것 같다. 그 한장의 사진속에 움직이는 것은 오열하는 장모님뿐. 그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장모님께로 다가 간다. 가는동안 자신의 발소리가 왜 이리 크게 들리는지, 그 짧은 시간이 왜 몇 십년은 돼는것 같은지, 그리고 자신의 심장이 왜이리 터질듯 방방이 치는지 그는 알고 싶었다. "장모님 대체 무슨...." "자넨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내 딸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나! 아이고, 아이고, 불쌍한 내새끼들 불쌍해서 어쩌누, 아이고, 아이고,"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온다. 자신이 형사라고 밝히고 그에게 질문을 한다. "강영주씨 남편 되십니까?" "무슨일?...." "부인께서 두 딸들과 함께 동반자살 하셨습니다." 그의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버린다. 그러고는 방금 들은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반복해서 말을 한다. 자살, 자살, 자살, 자살, 자살이라니? 그것도 아이들과?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그는 미친듯이 아이들방으로 뛰어들어 간다. 하지만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아내가 누워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바닥의 채 마르지 않은 검붉은 핏자국과 아이들의 빈침대만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는 누가 잡아당긴 것도 아닌데 그만 그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의 어깨너머로 형사라는 사람이 무언가를 건넨다. 아내의 보랏빛 일기장이다. "읽어보시면 알 겁니다." 그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것을 받아 든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형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눈짓을 하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 오늘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자신혼자 덩그마니 거실에 앉아 있다. 이제 더이상 아내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런생각 이 들자 마음이 착잡해진 그의 눈에 언제 부터 놓여 있었는지 모를 그녀의 일기장이 들어왔다. 그녀가 죽은후 받고서도 여유가 없이 읽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받은 그 순간부터 거기에 놓아두고 잊고 있었나 보다. 그는 일기장을 쳐다본다. 일기장이 자꾸 자신을 보아달라 손짓하는것 같다. 결국 그는 일기장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2002. 10. 15. 드디어 우리 예쁜 딸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딸 쌍둥이. 그 힘들던 시간을 보상하듯이 이렇게 예쁘게 나와 만 나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둘 씩이나.... 그이는 아들이 아니라 좀 서운한듯 하지만, 워낙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아이들이라서 인지 너무 예뻐하는 것 같다. 난 지금 죽어도 좋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다. 나를 보며 웃는 저 작은 얼굴, 꼼지락 거리는 작은 손과 발이 너무 신기하다. 정말로 이 아이 들이 내 안에서 자란것일까,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아닐까. 정말 천사같다. 그는 눈을 감고 그때를 생각해 본다. 아내는 지독한 난산끝에 수술로 아이를 낳았고 결국 쌍둥이를 낳았다. 그것도 딸 쌍둥이를.... 아마 그때의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다시 뒷장을 넘겼다. 별다른 얘기 없이 아이들에 대한 소박한 소망, 친구들과의 일상의 수다등등.... 그저 평범하고 행복은 기록들. 그는 그렇게 대강 넘기다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을 멈추고 다시 일기장을 읽기 시작한다. 2003.1. 25. 아이들은 백일이 막 지났다. 점점 힘들어 지기 시작한다. 아이가 누워 있을 때는 언제 옹알이 하고 언제 엎 어지나 기대가 됐는데 막상 뒤집고 옹알이를 시작하니 힘이 든다. 잠이 줄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운다. 뒤집고 힘들다고 울고, 배고프다고 울고, 안아 달라고 울고, 놀아달라고 운다. 현아 혼자면 모르지만 둘이 번갈아 가며 울기도 하고, 때론 동시에 울기도 한다. 정신이 없다. 하루종일 아이들을 먹이고 어르고 달래다 보면 벌써 저 녁시간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날 기다리는 것은 밀린 빨래와 설겆이, 그리고 그이의 저녁식사....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쌍둥이는 키우기 힘들다더니... 아무래도 파출부 아줌마를 부르는 일도 생각해 보아야 겠다. 2003. 2. 1. 그이와 심하게 다투었다. 파출부 아줌마 때문이다. 그이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게 반대 이유이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아들도 아닌 딸인데 뭐가 힘드냔다. 딸인데.... 그말이 가슴에 와서 박힌다. 그 이가 아들을 바라는것은 알고 있다. 그말에 내가 맘 상한것을 눈치 챘는지 이내 말을 바꾼다. 아들이든 딸이든 엄마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줌마는 나를 도와주는 일만 할텐데.... 그이는 도와주지 도 않으면서 말이다. 더이상 할 말이 없는지 아무튼 안된다며 혼자 방으로 들어가 누워 버린다. 조금은 황당하고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다.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자기 아이도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여자인것 같아서.... 2003. 2. 20. 오랫만에 친구로부터의 전화. 난 너무 반가왔다. 아이들 때문에 집밖이라고는 유모차(쌍둥이용)끌구 집앞에 잠깐, 그것도 밀기가 쉽지않아 거의 나가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의 전화는 너무 반가왔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오늘은 엄마도 조금 시간이 있기에 엄마에게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났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즐겁게 보내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 갔고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아차 싶어 서둘러 헤어지고 집으로 왔다. 오늘따라 일찍온 그이가 이미 엄마를 보내고 내게 화를 낸다. 오랫만에 일찍 왔는데 아이들 놔두고 어딜 다녀 오냐고. 그래서 친구만나 바람좀 쑀다고 했더니 어이없어 하며 말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되지 않냐고. 도대체 아이 둘을 무슨 수로 데리고 나갈까, 하나면 업고 나가면 되지만 둘은 방법이 없다. 결국 남편의 말뜻은 나보고 집에만 있으라는 소리 같았다. 속으론 야속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나도 쉬고 싶다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돌아오는 남편의 반응은 싸늘했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 뭐가 힘들다고 쉬냐고..... 순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억울했다. 집에서 논다고? 내가? 내눈물을 보자 남편은 조금은 미안했는지 회사에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들어오니 장모님 혼자 아이 보는걸 보자 화가 나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남편이 잠든 후에도 아까의 일에 기분이 상했는지 잠이 오지 않는다. 집에서 논다..... 내가 집에서 잠만 자고 아이들과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한번 그럼 아이들을 그이에게 맡겨 버리고 나가버릴까. 그럼 내가 힘든걸 조금은 알까. 별별생각에 머리만 어지럽다.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왜 아이를 낳을까하는 회의가 든다. 서서히 아이들이 미워진다. 아이들때문에 내가 집에만 붙잡혀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다. 2003. 2. 28. 그이가 점점 늦게 들어온다. 술에 취해 들어 오는 날이 잦아졌다. 아이가 요즘 전보다 자주 울어서 시끄러워 집에 들어오기 싫단다. 하하... 하긴 요즘은 나도 잠을 통 제대로 자지 못해서 피곤한데 아이들이 우니 짜증이 난다. 낮에도 잠을 많이 안자는 아이들이기에 낮잠도 못자는데 너무 피곤해서인지 밤에도 잠을 잘 잘수 없기에 몸이 점점 지쳐가고 낮에도 몽롱하다. 그리곤 갑자기 찾아오는 슬픔과 절망. 평생 이렇게 메여 살것 같은 기분. 옛날에는 그이도 나도 이러지 않았는데... 아이들 때문에 모든게 엉망이 된 것 같다. 나는 아이들 때문에 그이를 신경쓰지 못하고, 그이도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의 울음소리때문에 시끄럽다고 늦게 들어와 대화도 없이 바로 자버린다. 점점 쓸쓸한 기분이 든다. 난 애나 보고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부엌데기가 아닌데.... 점점 우울해져 간다. 결혼전 있던 우울증이 다시 생기는 걸까 2003. 3.15. 우리 딸들은 빠른지 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난 더 바빠지고 일기 쓸 시간도 거의 없다. 점점 나 자신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나만 있는 것 같다. 몸도 많이 피곤해서 낮에 거의 몽롱하니 정신이 없다. 깜빡 졸다 깨어 보면 벌써 그릇이며 분유며 서랍이며 벌써 아이들의 손이 않간 곳이 없다. 몇십분사이 벌써 집안은 폭탄 맞았다고 할 상황이 됐다. 끝도 없는 아이들의 말썽에 정말 눈물이 난다. 사는게 사는것 같지 않다. 난 기계가 아니니까... 2003. 3.27. 우울증이 심해졌다. 가끔 꿈속을 헤메듯 있다가 아이들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면 아이들 분유타 주는 것도 잊어 버린때가 있다. 이럴때는 정말 날 죽이고 싶다. 갑작스럽게 우는 아이마져 미워진다. 미워하다 또 한없이 미안하다. 엄마로서의 죄책감.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지 낳지 말걸... 낳지 말걸....정말 못 견디게 우울하다. 그냥 별 이유없이 슬퍼진다. 사는게 너무 힘들다. 2003. 3.30 병원에 갔다. 흔히 있는 산후 우울증 이란다. 좀 심한 편인데 남편이 협조하면 나아질수 있단다.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란다. 여유.... 협조..... 풋 , 웃음이 나왔다. 씁쓸하다.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오늘도 회식이라고 술을 먹고 들어온 그이는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뭘 바란 걸까. 눈물만 난다. 2003. 4.12. 집에 있기가 무섭다. 아이들 보기가 싫다.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내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바로 내 귀에 대고 하는 것 같은 소리... 죽여.... 며칠 전에 처음 소리가 들렸을땐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 앉아 버 렸다.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니 누가 있을 리가 없다. 잘못들었을거야 하곤 다시 부엌으로 가는데... 죽여.... 또 들린다. 그뒤 하루에 한번은 어김없이 그 소리가 들린다. 내가 미쳐가는 걸까... 처음에는 소리도 지르고 아니라고 했지만 그때 뿐이다. 도대체 누굴 죽이라는 걸까.... 날 말하는 걸까.... 2003. 4. 25. 오늘도 그 소리가 들려 온다. 정말 미쳐버릴것 같다. 그이에겐 말해봤자 미친사람 취급 할테지... 병원에서는 우울증이 심하면 환청을 들을수 있다며 약을 지어주고 무조건 푹 쉬란다. 푹? 하하하하하... 병원 의사선생님은 말도 안돼는 소리를 너무 잘 하는것 같다. 아이들 놔두고 쉴수 있다면 우울증이 이렇게 심해질리가 없을 것이다. 병원에 오는 이 시간도 엄마에게 그이 몰래 맡기고 나오는 것인데.....역시 아이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진것 같다. 예쁘게 생긴 천사인줄 알았는데.... 아마 예쁘게 생긴 악마였나 보다. 악마..... 2003.5.05. 이젠 아이들을 볼 힘도 별로 없다. 아이가 울때면 아이를 집어 던지고 싶다. 울음 소리가 듣기싫어 무조건 분유만 타 먹인다. 남편은 오늘 출장을 가서 내일 온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모든걸 포기한체 멍하니 앉아있다. 또 들려 오는 소리.....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다. 2003.05. 06 어제 꿈에 우는 아이들이 미워 베게로 눌러 조용히 시키는 나를 보았다. 놀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아이들 방으로 갔다. 아이들이 없다. 어제 도대체 내가 뭘 했는데 아이들이 없지? 거실로 나왔다. 자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 온다. 좀 이상하다. 하얗다 못해 파란 아이들. 아이를 안아 보았다. 싸늘하다. 너무 춥게 재웠나? 이상하다. 그러다 어제밤 꿈이 생각이 난다. 설마, 두 아이를 다 끌어 안아 보지만 이미 너무 싸늘하다. 머릿속이 텅 빈다. 춥겠구나. 아이들을 침대에 눕혀야 겠다. 어제 너무 추웠나 보다. 눈물이 떨어진다. 아이들이 깰 것같은데.... 조심해야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군데 군데 눈물 자국도 보인다. 그녀는 그녀가 한 일을 알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담배를 한대 피워 문다. 아이들 때문에 집에서는 피우지 않았었다. 이제 아이들은 없다. 잔소리 하던 아내도.....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뿌옇게 날아가는 연기 너머로 커다란 벽시계가 보인다. 서있는 시계를 보던 그가 돌연 담배를 끄고 시계앞으로 다가간다. 시계는 그의 키만 했다. 남자 혼자서 들기는 어렵지만 당기는 것은 가능한지 그가 힘껏 시계를 앞으로 끌어 당긴다. 그리고 뒤를 더듬 거리더니 무언가를 끄집어 낸다. 알람시계. 작지만 녹음이 가능해서 시간을 녹음한 목소리로 알려 주는 시계였다. 연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사랑스런 목소리로 상대를 잠에서 깨워주는 기능을 하는 시계로 쓰였지만 그에게는 좀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 그가 시간을 돌려 알람을 맞추자 경쾌하게 잠을 깨우는 목소리가아닌 전혀 다른 소리가 흘러 나왔다. 죽여...... 그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 자신도 반신반의 했던 계획.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그녀는 스스로 죽어 버렸다. 자신의 딸들을 데려간 것이 조금은 서운했으나 슬프진 않았다. 그에게는 이미 쓸모없는 딸이 아닌 사랑스런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집안의 9대 독자였고, 어려서부터 누나들이 쓸모없는 것들이란 소리를 듣는것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그에게 끔찍했고,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 주었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갔을때 아버지가 하시던 중소기업이 어려웠었다. 그는 그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고 방법을 찾던중 그녀을 만났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재산이 많았고,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고3이던 그녀에게 자신의 전재산을 물려 주었다. 즉 그녀는 자신의 재산이 많았다. 이를 알게되자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결혼해야 했다. 그에겐 그녀만한 조건은 없었다.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그녀의 환심을 샀고 결국 그녀와의 결혼에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결혼후 5년이 지났지만 아내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아들문제로 계속 부모에게 시달렸고,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수정을 만났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그저 심심풀이로 만났다. 그러나 그녀가 임신을 하면서 둘 사이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녀가 아들을 낳은 것이다. 그리고 몇달뒤 그의 아내도 아이를 낳았다. 그는 아내가 아들을 낳으면 수정을 버리고 아내와 다시 시작 하려고 했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회사는 이미 아내의 돈으로 굴러 가고 있었다. 만약 그가 이혼하고 나면 분명 아내는 자신이 투자한 돈을 찾아 가려 할것이고 그의 회사는 부도가 날게 뻔했다. 하지만 아내는 딸을 낳았다. 그것도 쌍둥이로.... 게다가 지독한 난산이었던 그녀는 다신 아이를 가질수 없었다. 그가 필요한 것은 아들이었다. 대를 이어줄 아들.... 그의 아버지의 집착이 그에게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그녀의 재산에 있었다. 그와 수정을 의논을 했다. 그가 필요한 것은 아내의 재산이었고, 수정이 필요한 것은 그의 아내 자리였다. 결국 심리학과를 졸업한 수정이 의견을 내놓았다. 산후 우울증이 그것이었다. 산후우울증은 아이를 낳은 여자라면 한번씩은 모두 겪는 것이다. 그시기에 남편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가볍게 지나가기도, 또는 심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라는 환청에 시달릴수도 있다. 그의 아내는 우울증 경험이 있고, 또한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와 수정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카페인에 약한 아내가 먹는 음식에 조금씩 두통약을 타기도 했다. 그녀는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를 반잔만 마셔도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고, 두통에 시달리는 때에도 두통약을 반알 이상 먹지 못했다. 두통약 반알만 먹어도 거의 몽롱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는 그녀의 그런점을 이용해 점점 그녀의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일부러 아내에게 상처를 줄만한 말을 골라 내뱉곤 했다. 그런후엔 반드시 아내를 위로했다.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내에게 환청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시기가 잘 맞아 떨어져야 아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니까.... 결국 그녀는 자살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계산된 행동에.... 따르르르릉! 순간 상념에 잠겨있던 그가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전화를 집어 들었다. " 여보세요?" " 저예요 " 수정이었다. " 잘 다녀오셨어요?" " 응, 별일없이 잘 갔다 왔어." " 당신 보고 싶어 전화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피곤한것 같네요." " 응, 조금 피곤해." "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봐요. 사랑해요" " 응, 나도 사랑해. 내일 보자구" 결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아내가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이냐 하시던 부모님은 결국 아들을 보시자 결혼을 허락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손자인데 뭐라 하겠는가..... 장모님도 처음에는 크게 노했으나 딸이 자식까지 데리고 자살한일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서 인지 길게 화를 내시지는 못했다. 결혼식장에 그는 당당히 들어가 서 있다. 곧 아름다운 신부가 들어올 차례였다. 드디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신부가 사뿐히 들어왔다. 순간 그의 눈은 놀라 동그래졌고 거의 튀어나올듯 커졌다. 심장이 마구 뛴다. 이럴순 없어 아냐 이런 일이.... 꼭쥔 그의 손에서 땀이 배어나온다. 얼굴에서도 땀이 비맞은 사람마냥 마구 흘러내린다. 백지장처럼 하얀 그의 얼굴. 신부의 손에는 부케대신 아이들이 하나씩 안겨 있다. 하얗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아이들. 그리고 너무도 하얀 신부. 그녀는 죽은 그의 아내 영주였다. 그의 계획대로 스스로 죽어준. 그녀가 그를 보며 미소짓는다. 섬칫한 미소. 그녀의 파란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조용하고 나직한 소리가 울려 나온다. ' 어서와. 당신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기다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그녀가 점점 그에게로 다가 온다. 그는 두팔을 휘져으며 힘껏 외쳤다. 아니야 , 전 죽었어. 저리가, 오지마, 그녀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으아아아아악~~~~" 벌떡 일어난 그의 눈에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 온다. 그는 숨을 몰아 쉬며 생각한다. 왜 이제야 갑자기 영주의 꿈을 꾸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래도 집을 팔아야 겠다. 요즘 조금 꺼림칙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늘이 기다리던 수정과의 결혼식이었던 것이다. 이제 사랑스런 그의 아들과 함께 살수 있을 것이고 더이상 부모님으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는 애써 불길한 꿈을 떨쳐 버리고 서둘러 예식장에 갈 준비를 했다. 드디어 결혼식, 그는 왠지 불안했다. 결혼행진곡이 울리고 신부가 들어왔다. 모든게 정상이다. 아무일도 없이 결혼 식은 끝이 났다.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 수정과 그의 아들고 함께 차에 올라탔다. 신혼여행지로 향하기 위해서 였다. 그는 출발후 우연히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뒤쪽에 무슨일이 생긴듯 싶다.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별이 없겠지하며 행복한 얼굴로 수정을 보며 공항으로 향했다. 영주의 어머니는 딸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사위였던 사람에게서 청첩장이 왔으나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영주를 생각하며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막 새로 재혼한 그의 사위가 차에 타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자리에 멈춰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막 결혼한 그들 차의 뒷자석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뭐라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의아하게 생각한 순간 앉아 있던 여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순간 숨이 막혀오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영주였다. 단정한 얼굴, 하지만 미소짓는 얼굴이 섬칫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남편이었던 그와 수정을 노려본다. 그녀는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 요즘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제도 막 결혼한 부부가 아들을 데리고 신혼여행을 갔다가 신랑 이모씨(36)가 돌연 신부 장모씨(34)와 아들 이모군(2)을 목졸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누군가 자신에게 '죽여'라고 속삭인다며 발작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경찰은 이모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출처 : 붉은벽돌무당집 작가 : 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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