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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비상구
게시물ID : panic_14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39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4/25 10:19:43
그녀는 사람이 버글거리는게 싫다. 일요일 오후의 백화점에 사람이 많은게 당연하지만 그녀는 순간 치미는 짜증에 손에 쥐고 있는 핸드백 줄을 쥐어 짠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부딪쳐 오는 사람들의 몸에 배인 싸구려 향수에 땀냄새...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지 어째서 모르는 걸까... 그러면서도 서로 사랑하고 힘들어 하고 기뻐하고 죽어 가겠지... 그는 어제 그의 그 아까운 시간을 조금 할애해 백화점에서 만날 약속을 그녀에게 전했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28번째의 생일 선물을 백화점에서 직접 고르게 할것이다. 정성도 없고 사랑도 없고 고심도 없는 의무에서 나오는 선물을 골라야 한다는건 고역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쁘게 선물을 고르고 예쁘게 바른 붉은 립스틱의 입술을 일그러 트려 그에게 미소지어 보이겠지. 그를 위한 립스틱에 그를 위한 마스카라에 그를 위한 볼터치를 하고 그의 취향에 맞는 정장 스타일의 짧은 치마와 살색 스타킹... 약속시간이 10분이나 남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가 오기전에 화장실에 들릴 생각으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고급 화장품 매장과 가죽 냄새를 풍기는 신발 매장을 지나 천정에 매달려 있는 안내판에 푸른색의 남녀가 판막이 사이에 서있는 화장실 마크를 찾아내 그쪽으로 사람들을 헤치며 걸어 간다.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 한줄서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장쪽까지 나와 있다. 모든게 짜증이 난다. 거만할 대로 거만한 검사 신랑감과 집안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결혼 지참금을 만들어 내려하는 부모님들 그리고 그녀를 하찮게 여기는 그의 부모님들...게다가 여기 화장실에 길게 줄서있는 백화점의 비싼 용품들을 쇼핑할 재력도 없는 저 골빈 여자들...후줄근한 옷을 입고 큐빅이 점점이 빠져 있는 싸구려 삔으로 장식한 헝크러진 머리의 여자들...검게 번져 있는 마스카라와 삐뚤어져 있는 입술선... 관리를 하지 않는 손톱에는 벗겨지기 시작한 매니큐어들이 번쩍이고...이여자들은 외출하기 전에 거울도 보지 않는 걸까? 그녀는 갑자기 이 여자들과 같은 변기에 앉아야 한다는게 소름끼치도록 싫어 진다. 삼층이나 사층정도에는 한가한 화장실이 있을것이다. 그럼 그 곳에 가서 휴대하고 있는 물티슈로 변기를 닦고 휴지를 뜯어서 엉덩이가 닿을 부분에 올려 놓을것이다. 그래도 그 휴지를 통해 올라올지도 모를 병균에 대한 걱정으로 볼일을 보며 엉덩이를 변기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있게 되겠지... 하지만 그녀는 곧 윗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러이터의 인파를 보고는 팔뚝에 자잘한 소름이 돋을 정도의 짜증으로 얄상한 굽높은 구두를 신은 다리를 땅에 구른다. "정말 짜증나..." 시간을 보니 그가 올시간이다. 화장실을 들리지 않고 그를 만나 혹시라도 쇼핑하는 중간에 그를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층 백화점의 친절한 엘리베이터는 너무 늦고...구석에 있는 두꺼운 회색 문으로 되어 있는 비상구가 눈에 띄인다. 삼층 정도이면 사람 없이 금방 볼일을 보고 내려 올수 있을 것이다. 이삼분 정도 라면 그도 아무말 하지 않겠지... 왜 일찍 화장실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를 한다. 꽤나 신식의 손잡이를 한 비상구 문은 의외로 무거워서 그녀는 두손으로 몸을 지탱해 겨우 문을 열수 있었다. 순간 폐로 밀려 드는 뜨거운 공기 아마도 비상구 쪽은 냉방을 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쿵..." 비상구 문이 무거운 몸체에 어울리는 큰소리를 내며 뒤에서 닫친다. 최소한의 조명으로 밝혀져 있는 건물 가장 내부의 어두운 비상구 계단 저 위편으로 부터 지금 닫친 문소리가 메아리쳐 들려 온다. 인적이라곤 하나 없는 어두 침침한 계단에 만들어 지고 부터 단 한번도 볕을 받지 못했을 구석진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공기...그녀는 머리가 아파 오는것을 느끼며 하이힐의 또각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울리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또각...또각...또각...또각..." 계단 구석 구석에 희뿌옇게 쌓여 있는 먼지...그녀의 구두가 닿을 때 마다 마치 안개가 일듯 그녀의 구두 주변을 몽롱하게 만든다. "쯧..." 꼭 항의를 할것이다. 이 청소라고는 한번도 하지 않은듯한 계단의 먼지와 탁한 공기와 그리고 어두운 조명...밖의 화려함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비상구의 협소함...언제 어떻게 이용하게 될지 모를 비상구를 이렇게 방치 한다는 것은 백화점 측의 나태함인 것이다. 약간 숨이 차는 것을 느끼며 지금 있는 곳이 몇층인지 확인 하려고 먼지 끼는 구두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눈을 들어 계단 위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있어야할 층수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유명 백화점 이라는 곳이 이렇게 허술 해서야...정말 짜증나 ...짜증나..." 아마도 삼층 정도 올라왔을 것이다. 다음 문이 나오면 이 덥고 짜증나는 계단을 벗어나 화장실을 찾아 봐야 겠다. "또각...또각..또각.." 잠자리에 들어 잠들기 전...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의 극히 고요한 정적속에서 귀를 통하는 바람 소리만이 윙~하는 울림과 함께 들리는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비상구 계단에 그녀의 구두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그녀는 순간 이상함을 느낀다. 분명 두번의 커브를 돌아 올라왔다... 그렇다면 문이 있어야 하는데... 다음 계단을 한번더 올라가 본다. 음...왜 문이 없는 거지? 아무리 천정을 높게 만들어 놨다고 해도 층과 층사이가 이렇게 떨어져 있을수 있나? ...그러고 보니...올라올때 문을 본적이 있었나? 그녀는 그를 만나기 전에 먼지 쌓인 구두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아마도 삼층 문을 지나서 사층을 통과 하고 있을 것이다....사층이라는 숫자를 재수 없어 해서 사층의 비상구 문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말 짜증나는 백화점이다... 그녀는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제 화장실이고 뭐고 빨리 가지 않으면 그가 늦었다고 화낼께 뻔하다. "또각...또각...또각...또각..." 삼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그와 선물을 고르고 저녁을 먹고 가을에 있을 결혼식에 대해 대화를 놔눠야지...놓치기 아까운 신랑감...그녀는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각...또각...또각...또각..." 어... 문이 없다... 계속되는 계단 어느곳에서 밖으로 나갈수 있는 문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해... 뒷목을 타고 흘러 내리던 땀이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가는 축축한 불쾌감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왜? 문이 없다... 중심잡기 힘든 하이힐을 발가락에 힘을 주어 고정을 하고는 뛰듯 계단을 내려간다. 있어야할 문이 없다... 비상구가 아닌 뭔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계단일지도 모른다...그래서 최상층까지 이 계단에 문이 없을 지도... '그렇지만...내가 들어온 일층 문은 있어야 하지 않나?' 축축한 습기와 볼을 달아 오르게 만드는 열기와 그리고 먼지가 있는 어두운 계단을 그녀는 정신없이 뛰어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 왔는데...올라간것보다도 훨씬 많이 내려 왔는데...문이 없어...내가 들어온 비상구....' 옴몸에서 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숨이 막히는 더위...살을 파고 드는 습기... 곱게 세팅했던 머리속에서 부터 흘러 나온 땀이 붉은 립스틱을 칠한 입술을 타고 방울져 떨어진다. 이 백화점 건물은 지하 주차장 4층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층에서 들어와 사층 정도를 올라 갔다가...다시 내려오기 시작한지 함참이 되었는데... 지나친거야... 일층 문을 지나친거야... 그녀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뛰어 내려갈때도 헐떡이던 습기 먹은열기로 가득한 허파가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자 목구멍에서 컥컥 소리가 날정도로 괴로워 진다. 어떻게 된거지?... 문은 어디로 간거야... 난 지금 몇층에 있는 거지?... 커브를 돌며 말려 올라가 있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는 그녀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같은 모양의 계단... 먼지속의 자신의 발자국... 어? '아니다...나만이 아니야...' 먼지속에 있는 또다른 발자국... 금방 생긴듯도 한... "누구 계세요?오오오오~" 큰소리로 누군가 있는 지 불러 본다. "누구 계세요?오오오오오~젠장...누구 있냐구요오오오...나가는 문을 찾을수가 없어요오오오..." 한없이 이어 질듯한 계단을 타고 그녀의 목소리 울림만이 들려 온다. '누군가 이곳을 지나 다녔어...그렇다면 어딘가에 문이 있다는 거야...누군가가...' 하지만 그녀의 구두소리도 들리지 않는 비상구의 계단은 먹물을 먹은듯 검고 조용할 뿐이다. 그녀는 다시 힘을 내어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사람이든...문이든...찾을수 있다면...이곳을 나간다면 다시는 이 백화점에 오지 않으리라...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탁' 또각 '스윽' 또각 '탁' 또각 '쓰윽' 또각 또각 '탁'" 계단을 뛰어 올라가던 그녀의 귀에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린다 귀 뒤쪽으로 부터 시작된 소름이 온몸으로 치닫는다. 누군가 있어...사람이 있어... 계단과 계단 사이로 몸을 내밀어 계단 위쪽을 올려다 본다. 현기증이 일 정도의 높이...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의 난간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어둠속에서 위로 뻗어 올라가 있었다. 밑으로도 마찬가지...끝이 없는 계단이 위로도 아래로도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듯 계속 이어져 있었다. "헉..." 믿을수 없는 높이...이건물이 이렇게 높았었던가... "누가 있어요?오오오오...누구에요...제발 도와 주세요오오오오~" 인기척이 있었지만...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탁' 또각 '스윽' 또각 '탁' 또각 '쓰윽' 또각 ..."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시작되고 얼마 않있어 시작된 또다른 소리... 그녀는 비상구로 들어오고 부터 몸 주위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공포에 몸을 떨기 시작한다. "누구세요...흐흐흑...누구 계세요..." 정적... 중심가 백화점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 이곳 비상구 계단이 참을수 없을 만큼 공포로 다가 온다.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서 숱많게 불린 눈썹의 마스카라가 눈 밑으로 검은 눈물 줄기를 만든다. "또각...또각...또각...탁~쓰윽...또각...또각...탁~쓰윽..." 분명한 또다른 발자욱 소리... 발을 질질 끌며 계단을 내려 오는 소리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먼지쌓인 난간을 잡고 다시 위쪽을 올려다 본다. 그곳에 10층 위 쯤으로 보이는 곳에 난간을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손. 투명하리 만치 하얀 바짝 마른 손가락이 난간을 움겨 쥐고 있었다. " 탁....쓰윽... 탁....쓰윽..." 그녀의 발자욱 소리와 섞이지 않고 들리는 그소리... 분명 계단을 내려 오는것이다.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이 먼지 쌓인 난간을 훓고 내려 오자 그 먼지가 밑에 있는 그녀의 얼굴로 떨어진다. " 누구...세요...거기...누구에요?...말좀 해봐요..."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이상한 냉기... 몸을 감싸고 있던 열기와 습기를 잡아 뜯어 내듯 갑자기 몰려오는 냉기에 숨이 턱 하고 막힌다. " 탁....쓰윽... 탁....쓰윽..." "이것봐요!!! 당신 누구야...흐흐흑...장난치지말란 말이야...여기 문 어디 있어? 문 어디 있냐구?" 난간에 매달려 히스테릭하게 소리지르며 두려움에 못이겨 먼지 떨어지는 난간을 두둘긴다. " 탁....쓰윽... 탁....쓰윽..." "이것봐 당신 누구 냐니깐!!!!!!!" 비명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끝없는 비상구계단에 쩌렁 쩌렁 울린다. 그러자 스윽스윽 내려 오고 있던 난간 손잡이의 흰 손이 멈찟한다. 마치 지금 처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듯이... "이것봐요...도와 주세요...문이 없어요...나갈수가 없어요...여기는 문이...까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난간을 잡고 있는 흰 손 바로밑으로...계단과 난간을 지탱해 주는 쇠봉 사이에서 무언가가 꿈틀 거리며 내밀어져 나왔던 것이다. 바짝 곤두선 긴 흰 머리칼...그리고 둥근 이마...그리고 눈? 바짝말라 쪼그라든 눈꺼풀이 마찬가지로 바짝말라 흰자와 공동을 구별할수 없는 눈동자 위에서 껌벅이고 있었고 쥐뜯어 먹힌듯 피딱지와 함께 말라 붙은 듬성듬성 잘린입술 사이로 앙다문 누런 이빨이 보였다. 그녀의 놀란 두눈과 비명지르던 벌어진 입으로 스멀스멀한 냉기가 흘러 들어온다. 난간위의 왼손과... 난간밑의 머리... 난간을 잡고 있는 손바로 밑으로 얼굴을 들이 밀려면... 손목이 꺽이거나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난간을 바꿔 쥐어야 하지 않는가... 움직이지 않고 얼어 붙어 있는듯한 왼손과... 그 밑으로 들이 밀어진 머리... 있을수 없는 형태로 꼬여져 있을 몸뚱아리가 머리에 그려지자 다시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으려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는다. 문이 없어진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조용하게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말라 비틀어진 있을수 없는 모양을 하고 있을 몸뚱아리... "탁...쓰윽...탁...쓰윽..." 그리고 물기라곤 하나 없이 말라 비틀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하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흰손이 난간을 내려오자 '쓰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안으로 밀려 들어 간다. "탁...쓰윽...탁...쓰윽..." "흐허헉..."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제발 이 곳으로 부터 날 꺼내줘... 힘이 풀려 부들거리는 다리로 눈물때문에 흐릿하게 보이는 계단을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그 무언가로 부터 겨우 겨우 도망치며 온몸을 지배하는 공포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빨을 뿌득뿌득 갈아댄다. 그리고 그녀의 등뒤로부터... "탁...쓰윽...탁...쓰윽...탁...탁...탁...탁타다다다다다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녀의 튀어나올 정도로 열린 동공은 뒤를 돌아 보지 못한다.... - END - 출처 : 어둠의 문 작가 : mimizu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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