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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1(도착) - 2
게시물ID : panic_144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0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5 10:39:33
ch.1 -도 착- no.2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날수 있는 좁은 산길을 조심스레 내달리고 있는 엑셀의 조수석에 
앉은 채로 현일은 고개만 뒤로 돌려 뒷좌석에 떡하니 가로 누워 있는 태수를 보았다. 
감았는지 떴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멋대로 풀어진 눈은 가로 누운 상태에서 차의 
천정만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왼손은 바닥으로 축 쳐져 차의 진동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태수의 오른손이 슬그머니 바지춤으로 향하더니 자신의 허리띠 
버클을 풀려고 하는 것이 보이자 현일은 어쩔수 없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하며 콧소리를 내고 말았다. 

"야 이놈의 자식아, 그래도 형사란 녀석이 그렇게 약해서 어디 쓸래?" 

현일의 농섞인 핀잔에 태수는 고개를 현일 쪽으로 돌리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꺼낸다. 

"선배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 정말 산길이 처음이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임마, 다큰 어른이 그렇게 심하게 멀미하는건 처음 봤다" 

"제가 원래 좀 예민해서 멀미를 잘 하는 편이에요~~" 

태수는 중얼 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 실상 현일의 말에 
일일히 듣고 대답하는 일 조차 힘겨워 하는 듯 보였고 그 와중에도 오른손은 연신 
풀리지 않는 벨트의 버클을 이리 저리 매만지고 있었다. 

"얌마 너 자꾸 그렇게 엄살 부릴래, 멀미 한다고 법썩을 부리길래 일부러 뒷좌석에 
앉혀 줬더니만.. 너같은 말단이 그 넓은 자리 다 차지하고 누웠으면 참아야지 임마" 

핸들을 잡고 있던 기훈이 두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몰라요 몰라... 그러니까 전 놨두고 가시랬잖아요..." 

태수는 이젠 마치 신음소리 같은 울먹임으로 대답하며 간신히 벨트 버클을 풀고서야 
조금 안정이 되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구, 하이구.. 형님 저자식 저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참아라 기훈아.. 잘난 선배들이 참아줘야지, 에라이 못난 녀석..." 

"죄송합니다.. 선배님들.. 우욱~~!!" 

갑작스런 태수의 헛구역질에 놀란 현일이 다시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토할거 같냐? 그럼 말해 세워줄게, 알았지 토할거 같음 말해 챙피해 하지 말고 
괜히 챙피하다고 참다가 남의 차에다가 게우지 말란 말야 알겠냐?" 

"알겠어요... 우욱!" 

"아.. 저자식 때문에 미치겠네, 형님 저놈 그냥 내려놓고 갑시다." 

기훈은 갑작스런 커브에 핸들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에 따라 차체가 기울어 지자 
현일도 천정의 손잡이를 부여 잡으며 다시 걱정스런 눈으로 뒤를 보았다. 뒤에서 
바둥대고 있는 한심한 후배 때문이 아니라 새로 바꾼 차의 시트에 토사물이 묻을까 
걱정 돼는 마음 때문이였다. 

"아.. 진짜 그래버릴까.. 얼마나 남은거냐 기훈아?" 

"글쎄요.. 저도 이 길로는 자주 안다녀서 말이에요. 아마 거의 다 왔을거에요" 

"빨리 가자 저녀석 때문에 불안해 못살겠다" 


덕촌리 뒷편의 교룡산으로 약초를 캐러 갔던 동료가 들짐승에게 습격을 당해 죽었다며 
심마니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이른 새벽이였다. 사망 사고 인데다가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이 아닌 만큼 경찰이 나서야 했고 덕촌리 같은 작은 마을에는 파출소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가까운 서에서 현장까지 직접 나갈수 밖에 없었다. 심마니가 전화로 
알려온 사고 장소로 가기 위해선 통상 이용하던 강을 가로지르는 주도로 보다는 지금 
이들이 가고 있는 산길쪽이 더 빠르다는 판단으로 진입했던 것이지만 태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이들의 산행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현일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이곤 차창을 내렸다. 그리고는 한모금 빤 담배 
연기를 차창 밖으로 내불며 입맛을 다셨다. 보통 1년에 한두건 정도는 산에서 짐승들에게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오곤 한다. 멋모르고 산행에 나선 관광객이 뱀이나 독충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겨우내 굶주려 있던 멧돼지나 들개 같은 짐승에게 잘못걸려 
사망하는 사고도 드물게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이 먹을 것이 풍부한 한여름에 그것도 
심마니가 산에서 들짐승에게 물려 죽는 사건은 처음이였다. 사람을 물어죽일 정도의 
들짐승이라니 얼른 짐작 가는 것은 들개 무리들에게 당한 것이지만 사실 허기때문이거나 
새끼를 보호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들개들이라도 사람을 함부로 덥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산생활에 익숙한 심마니가 들개의 영역에 함부로 경솔한 짓을 할리도 만무할 일이였다. 

"선배님..." 

"왜 그래?" 

"차좀 세워 주세.. 우욱.." 

태수의 헛구역질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현일은 급하게 기훈에게 말했다. 

"야, 차세워.. 아 저자식 진짜..!!" 

차를 세우자 마자 태수가 마치 기다시피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 상황에서도 챙피 
했던지 숲속으로 몇것은 들어가더니 곧바로 몸을 숙인채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웩.. 우욱.. 우구구구국!!!" 

자신들도 차에서 내린 기훈과 현일은 오랜시간 앉아있어서 뻐근한 몸은 이리저리 움직여 
풀어주었다. 그 와중에도 숲속에서 연신 들려오는 태수의 구역질 소리에 둘은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애써 태수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 애썼다. 

"아 자식 진짜 별나네요..." 

"그러게 말이다." 

현일은 마지막 한모금을 쭉 빨더니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질근질근 부벼서 껐다.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사람을 물어죽이다니.. 정말 들짐승일까요?" 

"직접 봐야 알지, 혹시 아냐 어떤 미친 놈이 사자라도 집에서 키우다가 귀찮아지니까 
여기다가 풀어논걸지... 돈많은 자식들은 별 미친짓 다하잖냐." 

"에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미국도 아니고 집에서 사자 키우는 사람이 어딨어요?" 

"모르는 소리 말어... 대구에 있는 동기가 도난 사건때문에 어떤 집에 가봤더니 정원에다 
철장 만들어 놓고는 표범을 기르고 있더랜다.. 그것도 허가 받고 말이야." 

"정말이에요.. 원,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그런데 그 부자놈 보다는 정원에 표범이 돌아댕기는 집에 들어가서 물건 턴 도둑놈이 
더 미친놈 아니냐?" 

"하하하 그렇네요..." 

현일의 말에 기수가 맞장구 치며 낄낄대자 현일 역시 웃으면서 태수가 들어간 숲 쪽을 
바라보았다. 

"얌마 태수야 다 끝났냐? 그럼 어서 타... 시간 없다!" 

태수는 더이상 올라오지 않자 진정 시키려 쭈그려 앉은채 바닥에다가 연신 침을 뱉고 
있었다. 현일의 외침이 들리자 태수는 한번더 바닥에 침을 뱉고는 손을 무릎에 집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외쳤다. 

"알겠어요..." 

어찌나 심하게 토악질을 했던지 태수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태수는 소매로 
눈을 훔치고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입안에서 위액의 쓴맛이 텁텁하게 느껴지는 것이 
영 찝찝했다. 마침 태수는 주머니 안에 있던 캔디가 생각나서 손을 집어넣어 캔디를 
꺼내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한여름의 땡볕마저 가릴 정도로 우거진 수풀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었다. 순간 태수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으아아아악!!" 

갑작스레 수풀속에서 들려온 태수의 외침에 기훈과 현일은 놀라서 서로 마주보았다. 

"뭐야 저거..." 

둘은 헐레벌떡 소리가 들린 수풀 속으로 뛰어갔다. 

"무슨일이야 태수야!!"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태수를 일으켜 세우며 기훈이 물었다. 그러자 태수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아니.. 저거.. 때문에." 

태수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본 기훈과 현일은 자신들도 흠칫 놀라며 그자리에 멈춰 섰다. 
그들의 시선이 가서 멈춘 수풀 속은 이미 말라서 갈색으로 변해버린 피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는 물체들은 분명 한때는 살아 숨쉬던 생물의 
것이였음에 분명한 토막들이였다. 

"젠장 이게 뭐야..." 

기훈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코를 막은채 수풀 속으로 다가갔다. 순간 발밑에 무엇인가 
물컹하며 밟히는게 느껴지자 기훈은 얼굴을 찡그린 채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예상대로 방금전 태수가 게워놓은 토사물위에 놓여진 자신의 발이 보였다. 

"씁...." 

"죄송.. 합니다... 선배님" 

태수는 무안한듯 고개를 돌리며 우물쭈물 말했다. 

기훈은 깨끗한 바닥에 구두 밑창을 문질러 닦아내고는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고는 문제의 수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로 수풀을 들추며 피투성이의 
조각들을 살펴 보았다. 

"뭐냐 기훈아.." 

현일이 태수의 토사물을 피해 조심스럽게 기훈 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걱정 마세요. 사람은 아니니까... 아마 노루 같은데.. 머리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아.. 여기 머리 있다." 

기훈은 피투성이의 덩어리를 나뭇가지로 들추며 말을 이었다. 

"노루긴 한데...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놓고 갈리는 없고.. 아마도 뭔진 몰라도 맹수가 
돌아다니는 모양이긴 한가 보네요..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는 사라지다니.." 

"젠장.. 총 들고 나오길 잘했네.. 사람시체 아니면 빨리 가자!" 

"그럴까요..." 

셋은 다시 차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묘한 긴장감이 차안에 돌고 
있었다. 뭔진 몰라도 노루를 저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심지어 사람까지 죽였을지도 모를 
짐승이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차에 시동을 건 기훈은 다시 차를 몰고 산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런 육식동물은 대게 야행성 아니에요..." 

"그렇겠지, 낮에는 보통 안움직이지..." 

기훈과 현일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애써 긴장된 모습을 숨기려 했다. 

순간 무엇인가가 차앞으로 튀어 나왔다. 

'끼이익~~!!!' 

"우왓!!" 

순간 셋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무엇인가가 운전석쪽 창을 두들기고 있었다. 
기훈은 브레이크 패달을 죽어라 밟고 있던 발에 힘을 빼며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킨채 
차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이도 창밖에 서 있는 것은 맹수가 아니라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똑 똑 똑' 

남자가 다시 차창을 두드리자 기훈은 창문을 내렸다. 

"무슨 일이신지 몰라도.. 그렇게 차앞으로 튀어나오면 위험합니다" 

기훈의 말에 차밖에 서있던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근데 혹시 형사님들 아니신가요?" 

"그렇습니다만. 그럼 혹시 신고하신 분이신가요?" 

"예, 제가 신고한 이병태라고 합니다. 형사님들 하도 안오시길래 돌아다니고 있던 차에 
차소리가 들려서 와본겁니다." 

현일은 한숨을 내쉬면서 좌석에 몸을 기댔다. 

"현장이 여기서 멉니까?" 

"좀 되긴 하는데.. 차 끌고는 못가구요 걸어가야 됩니다. 산중턱이라서 말이에요." 

"그렇습니까, 얘기들었지 태수야... 등산좀 해야겠다." 

"예..." 

태수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산을 탈 생각을 하자 막막해졌는지 힘없는 목소리로 답하며 
차문을 열었다. 현일은 조수석 앞의 박스를 열어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고는 전원을 켜서 
확인을 해보더니 품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만일을 위해 사온 일회용 카메라 역시 
주머니에다 넣고는 자신도 밖으로 나왔다. 

"그럼 해떨어지기 전에 현장 확인 해야되니까 서두르죠, 앞장서십시요" 

기훈의 말에 심마니 이씨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산길로 들어갔다. 세사람 
역시 그 뒤를 따라 조심스레 숲속으로 들어섰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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