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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1(도착) - 4
게시물ID : panic_14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6
조회수 : 106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4/25 10:41:46
ch.1 -도 착- no.4 

신왕 바이오 케미컬이라는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기 힘든, 게다가 어찌 보면 촌스러워 보이기 까지한 이름을 가진 이 회사는,공장이 덕천리라는 강원도 산골 마을에 소리소문 없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1년전 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처음 신왕화학이란 이름으로 세워진 이래로 회사 
는 화학 산업쪽에서 여러가지 중간 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해왔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회 
사 연구원이 만들어낸 방화처리 약품이 정부기관과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는 급격히 성장하게 되 
었고 그로 인한 자본 증가를 밑천으로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를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이곳 덕천리 
공장을 생화학 분야 제품 전문 생산 라인으로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이곳 공장 관리팀의 과장직을 맡고 있는 배영만이 덕천리로 발령받아 온것은 공장의 건설이 시작 
된지 얼마 지난지 않아서였다. 공장 부지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지켜봐왔던 그에게 이제 공장 
과 인근의 덕천리는 제 2의 고향과 다름 없는 곳이였다. 또한 사업의 특성상 인근 주민들과의 
밀접한 연계는 필수적인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던 그였더라 시간이 날때마다 마을로 내려와 
이런저런 일들을 도와주거나 마을 어른들과 간식거리라도 나누며 한담을 즐기는 것 역시 그에겐 
큰 일과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늘 그가 마을 어귀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 
였다. 배 과장은 자신의 옆에서 땀을 쩔쩔흘리며 내심 안절부절 하고 있는 신입 사원을 바라보았 
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서 이곳으로 내려온지 4개월이 채 돼지 않은 터였더라 그에게 이번 
일은 너무나도 큰 압력이였을 것이다. 하긴 이 회사밥을 얻어 먹은지도 벌써 8년이 다되어 가는 
배 과장 자신도 이번 일 만큼은 도저히 냉정하게 대처할 수 없는 것이였다. 

'애초부터 이 일을 벌리는게 아니였어..' 

배 과장은 속으로 연신 같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그랬다 모든 일의 발단... 애초에 이곳 덕천 
리 부지에 신왕 이라는 회사의 공장 부지가 정해진 그 순간부터 오늘의 사고는 예견 되어던 것일 
지도 몰랐다. 배 과장은 오늘의 사고가 있기 위해서 까지 필요했을 수많은 우연과 확률의 게임을 
상상해 보며 새삼 신이란 존재를 다시 느껴보고 있었다. 과연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오늘의 이 
시각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을 미리부터 알아채고 교묘하게 조작해 왔을 터였다. 그런 절대적 존 
재의 '농간'이 없었던 다음에야 이렇게 더운 여름날 오후에 산길을 이리저리 헤메며 안절부절 
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배 과장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공상을 떨쳐내며 허리춤에 달린 
작은 무전기를 빼들었다. 

"여기는 3조 배영만 입니다. 1조, 2조 응답하세요, 오버" 

송신 버튼을 누르고 다른 팀을 부른뒤 손을 떼자 얼마간 칙 거리는 잡음이 들려오다 곧 다른팀의 
수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1조.. 여기는 1조 김일 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예.. 상황 보고해 주십시요, 오버"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다시 응답이 들려왔다. 평소처럼 공장 내에서의 통신이였다면 편하디 편한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되었지만 산을 끼고 벌이는 탐색이였던 차에 보다 확실한 고성능 무전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전기란 장치 자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중간중간 시간만 잡아 
먹는 이 한물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약점에 답답해 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런 상황 없습니다.... 오버" 

"알겠습니다, 2조 수신 하셨습니까? 응답해 주십시요, 오버" 

"2조 수신했습니다. 저희도 상황 없습니다 오버" 

배과장은 무전기를 다시 허리춤에 달린 인조가죽 케이스에 꼽아 넣으며 공장으로 향하던 발길에 
좀더 속도를 붙였다. 그에 따라 옆에서 따라오던 신입 사원 역시 발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배 과자은 좀전에 만난 마을 노인을 떠올렸다. 이곳 토박이라는 그 할머니는 사람좋기로 유명하 
긴 했지만 그와 더불어 입이 가볍기로도 유명했다. 간신히 별일 아닌듯 넘어가긴 했지만 조금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까 그의 행동에서 어색하고 이상한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무언가 
숨기려 하는 화학공장 관리직원의 모습에서 연상 되는 것은 그리 좋은게 없었고 만약 그 노파가 
허튼 소리라도 할 경우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연출 될지도 모를 터였다. 게다가 조금전 
마을에서 들은 소문은 노파와 관련한 것보다 더 큰 불안감을 배 과장에게 던져주는 것이였다. 
오늘 새벽 마을에 하나뿐인 구멍가게 주인 박씨에게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아직 해도 채 뜨지 않 
은 시각에 누군가가 그의 가게 문을 죽어라 두드렸던 것이다. 평소 기상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간 
눈을 떠야 했던 바람에 불쾌하기 그지 없는 기분으로 박씨가 잠겨있는 가게문을 열고 나가 봤을 
때 그가 본것은 낯익은 얼굴이였다. 종종 이곳 언저리 산에서 약초를 캐고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곤 하는 심마니 일행중 한사람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이른 시각 
가게를 찾아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였다고 한다, 게다가 문앞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서있던 
심마니의 얼굴은 무언가 굉장한 공포에 질려있었다고 했다. 심마니는 문이 열리자 마자 숨을 
고르고는 전화기를 쓰게 해달라고 했고 그의 공포에 질린 얼굴과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박씨는 가게안에 있는 전화로 그를 안내해 주고는 물을 한컵 떠다 주었다. 
그 사이 심마니는 경찰에 연락을 했고 자신의 동료가 산속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짐승의 습격을 
받아 죽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정체를 알수 없는 짐승' 

바로 그것이 배 과장을 가장 두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미 경찰까지 개입했다니 어쩌면 정말 
이번일은 걷잡을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될지도 몰랐다. 심마니의 습격에 의한 죽음, 그리고 어젯 
밤 공장을 나선 보안팀과 생산라인 직원들로 구성된 수색팀들 과의 연락두절, 그리고 그보다 
이전에 벌어졌던 공장에서의 사고... 이 모든것은 하나로 연결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일이였어... 젠장!' 

지금 이시각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상황을 알수 없는 몇몇 
사고들이 모두 배 과장의 예측과 일치하는 과정을 거친것 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 
대부분이 심상치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될 터였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서 얼핏 마을 아이들 몇몇이 
연락두절이란 얘기도 들은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 마저도 이번 일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어느 샌가 배 과장은 공장 정문에 다달아 있었다. 두꺼운 쇠창살과 철망으로 이루어진 정문은 
열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주차장은 절반 넘게 차 있었다. 비상상황에 따라 비번 
인 근무조까지 모두 호출되었기 때문이였다. 순간 배 과장의 눈에 주차장 한쪽에 세워진 냉동차 
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의정부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샘플을 반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체 공장장은 무슨 생각이지..." 

배 과장은 냉동차를 바라보는 눈길을 찌푸리며 공장 입구로 들어섰다. 보안실과 연결될 카메라가 
그를 확인하고는 잠겨져 있던 문을 열어 주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화학 비료 공장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 곳에 이런 감시,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였다. 공장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보다 더 괴이한 풍경을 
볼수 있을 터였다. 배 과장은 신입 사원에게 사무실로 들어가서 다른 조의 상황을 수신하라고 
이른뒤 자신은 공장장실이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이 공장의 총 책임자이자 신왕 기업내에서 손꼽히는 세력가로 알려진 신경철의 집무실의 문은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실상 실내로 들어가도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다. 실질적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접대용 시설 같은 것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락한 분위기 탓에 공장장은 주로 이곳에 머물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아.. 왔는가 배 과장, 어떻게 됐어 찾았나?" 

배영만이 노크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책상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공장장은 
그 큰 덩치를 일으켜 세우며 그에게 물었다. 그에 배영만은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며 답했다.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습니다. 수색도 별 성과가 없구요.. 실험체나 수색팀 모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조심스레 이어진 배영만의 말에 공장장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게다가? 게다가라니 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게... 사실 마을에 내려가 봤는데 밤 사이에 또다른 사고가 있었습니다. 산속에서 심마니 한 
명이 알수없는 짐승에게 습격당해서 죽은데다가 마을 아이들 몇몇이 역시 지난 밤 이후로 연락이 
없이 실종상태라는 겁니다." 

배영만의 설명에 공장장은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배과장을 
의식적으로 쳐다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 공장장의 머릿속에선 재빠르게 이런저런 
계산들이 진행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쯤에 이르러선 수완좋다는 그로서도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뭐.. 그정도야 있을수도 있는 일 아닌가, 꼭 우리쪽 사고와 연관 지을 필요도 없고." 

"하지만 심마니 사건 때문에 경찰이 오고 있다는데요..." 

배영만은 불안함 심정을 감추지 못한채 그대로 드러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장장 역시도 
그 말에 크게 충격을 받은듯 했다. 

"경찰... 이라고... 젠장.. " 

공장장은 더이상 서있지 못하겠다는 듯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양손을 
미간 근처에 가져가서는 둥글게 머리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이라... 일이 복잡해지는구만.." 

한동안 아래만을 쳐다보고 있던 그의 고개가 젖혀졌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거 조사할려면 조사 하라고 그래, 그래봤자 대한민국 경찰 놈들이 뭘 
알아내겠어 기껏해야 들개한테 물려 죽은 정도로 결론 내겠지. 그보다 수색조들 한테 1시간 정도 
더 찾아보고 없으면 공장으로 빨리 돌아오라고 그래 경찰 녀석들한테 보였다가는 괜한 오해 살지 
도 모를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종된 1차 수색팀은 어떻게...." 

"일단 지금 일만 신경 쓰자고, 그치들이야 살아 있으면 돌아오겠지..." 

공장장은 신경질 적으로 답했다. 그런 그의 말속에 담긴 이중의 의미에 배 과장은 새삼 소름이 
돋았다. 살아 있으면 돌아오겠지라는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일어났을지 모르는 
끔찍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프리젠테이션 위한 샘플 반출건은 어떻게..." 

"젠장 그게 오늘인가?... 알겠네 그건 내가 처리하지..." 

공장장의 목소리는 점점더 침울해져만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집무실의 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예 공장장님 사무실입니다." 

비서도 없는 개인 사무실인 탓에 배 과장은 자신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는 자신에게 걸려 
온 것이였따. 

"그래 날세 무슨 일인가?... 뭐라구! 알았어 지금 내려 가겠네." 

배 과장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공장장이 수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전에 수색조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1차 수색팀의 흔적을 찾았다구요.. 지금 바로 가보겠습 
니다." 

"그래, 잘됐구먼 다들 무사하다는가?" 

"그게 아직 상황이 정확히 파악된게 아니라서, 지금 바로 직접 가보겠습니다." 

"알겠네 어서 가보게, 그리고 괜히 경찰들하고 복잡해지지 않게 조심들 하도록 이르고" 

공장장의 주문에 배과장은 착잡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채 답했다. 

"알겠습니다" 

막 문을 나서려는 배 과장을 다시 불러세우며 공장장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서 찾았다고 하던가?" 

"소류산 계곡 근처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아직은 흔적 뿐인거 같지만 말입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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