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가 3으로 바꼈다. 해놓은 것도 없고 이렇다할 경력도 없는데 나이만 들어버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3년동안 방황했다.
2년동안은 취업준비를 하면서 알바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5년동안 이력서에 적을만한 경력이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알바를 하면서 어느정도 수입이 생기자 같이 사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렸다.
요즘들어서 공부가 재밌어졌다. 대학원을 가고 싶었다.
선택지가 두 개다. 하나는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거고 하나는 공장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거고.
전자는 내 시간은 풍족할지언정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생활비가 50이라면
후자는 내 시간은 부족할지언정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생활비가 100이었다.
결국 공장에 취직을 했다. 잔업 특근까지 하면서 달에 200은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잠을 줄이자 싶었다. 어쨌든 난 성인이고 첫째니까. 그동안 낭비하고 부모님 속썩인 시간만큼 보상하고 싶었다.
그게 당연하니까.
그냥 예전부터 그랬다.
말로만 집안형편을 걱정하지 결국에는 부모님께 기대려는 2살터울 여동생
맨날 치킨아니면 짜장면이 먹고싶다고 집안사정 어려운 거 뻔히 알면서 반찬투정하는 고등학생 남동생
엄마랑 아빠도 형편이 어렵다고 하면서 정작 동생들의 어리광에는 넘어가주신다.
내 앞에서는 형편이 어렵다고 하시면서.
차라리 돈을 달라고 하시는 게 더 낫겠다. 한 번도 돈달라는 말씀하신 적은 없었다.
근데 그게 더 싫다.
나이는 먹는데 철은 들기 싫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나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은건지 잘 모르겠다.
당장 내일부터 6시에 일어나야하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냥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