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영등포역사로 1년여 만에 복직하는 김행균 씨. 김 씨는 "살아 있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시 복직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씨(44)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영등포역사로 돌아온다. 지난해 7월 25일 영등포역 여객운용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고 두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1년여 만의 일이다. 사고 꼭 1년째 되던 지난달 25일 복직계를 제출한 김 씨는 10여년 만의 찜통더위에 걸음을 옮기느라 비오듯 땀을 쏟으며 지난 13일 영등포역을 찾았다. 그는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영등포역에 대한 감회가 새로운 듯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김 씨는 무릎 아래가 절단된 왼쪽 발에 의족을 차고 발등 일부가 잘려나간 오른발에는 특수제작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 1년여의 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 '휴'하며 큰숨을 내쉬면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에 고통을 참고 견뎌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인 배해순 씨(40)가 들려준 김 씨의 재활과정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통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잤어요. 하지만 억지로라도 견뎌 보라는 식구들 부탁에 이제는 약은 끊었어요. 또 이식한 피부가 손상되면 낫지 않기 때문에 뒤꿈치로만 걷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것도 처음엔 1분도 못 서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어려운 재활과정에서의 고통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김 씨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루빨리 현장에 복직하려는 그는 지난 2월부터 하루도 재활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하다 두 다리의 부상이 심해져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하루 2~3시간씩 경기도 부천 중앙공원 주변을 산책하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복귀하면 근무할 곳은 철도청 서울지역본부 종합사령실. 수도권 모든 열차 운행을 파악하고 운행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직장에 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저를 걱정해 준 동료들과 찐하게 회식을 한번 하고 싶다"고 했다. 영등포역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 씨의 선행을 널기 기리기 위해 사고가 났던 현장에 기념비를 세웠다. 그러나 그는 기념비 쪽으로 가는 것을 꺼려했다. "묵묵히 일하는 동료도 많은데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가서 우쭐해 하기 싫습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세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낸 김 씨는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기자의 제의를 끝내 사양하며 서툰 걸음으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