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안 쓰면 구속영장 반려?
서류상 존칭문제 놓고 검-경 신경전
(대구=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존댓말을 쓰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반려된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에서 경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신청서류에 대해 존칭어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이를 돌려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일 대구 모 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지난 15일 이 경찰서가 제출한 강도상해 관련 구속영장 신청서류를 되돌려보냈는데, 서류에 적힌 `~구속영장 청구 바람'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영장심사를 맡은 검사는 이 문구의 마지막 부분의 `바랍니다'라는 존대어 대신 `바람'이라는 평어체를 썼다는 점을 문제삼아 영장을 되돌려 보냈다.
당시 서류를 작성했던 담당 경찰관은 "영장을 접수한 뒤 검찰에서 양식이 틀렸다며 `바람'을 `바랍니다'로 고쳐서 다시 가져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실토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바랍니다'로 표현을 바꿔 서류를 다시 제출하자 구속영장은 아무런 문제없이 발부됐다.
경찰은 "최근 경찰청에서 기존의 과도한 존칭어를 평어체로 바꿔쓰라는 지침이 내려와 용어를 바꿨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문구가 서식에도 어긋날 뿐더러 서류 작성에서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는 수사권 독립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사법경찰관리직무규칙 별지 제11호에 규정된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서식에 어긋나는데다 공문서에 존칭어를 쓰지 않은 것은 상대 기관에 대한 기본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달 15일 일선 지방경찰청에 과도한 존칭어를 평어체로 바꾸라는 내용의 관행적 수사용어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기소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를 `기소의견임'으로, `~의견으로 송치코자 하오니 지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를 `송치의견임'으로, `긴급체포하였기에 승인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를 `긴급체포함'으로, `사건 이송함이 옳다고 생각되니 허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를 `사건 이송 의견임'으로 각각 바꾸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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