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년 병원 풍경
게시물ID : religion_15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발돈쫌
추천 : 5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12 19:30:51

2013년 7월 어느 날



6인 병실에 모셨다. 돈이 없으니깐...

같은 방에 어무이 포함 3기 환자 세명, 백혈병 완치단계 한명, 2기환자 한명이 계시다.



어무이 옆자리에는 권사님들이 돌아가면서 찾아온다.

그래도 몇년 전처럼 안하무인격으로 하진 않는다.

기도도 조용조용하게 하고, 딴 사람들에게 전도도 안한다.


하긴 갱상도 병원이라 불교쪽 세력도 만만찮아서 "예수쟁이 질알"은 곧바로 씹히는 동네다.

그리고 목사들도 신자들 교육 마이 했겠지.

이 고담시티에서 위안 받는 점 하나는 예수쟁이들이 딴동네보다는 아~주 쪼매 위축되어 있다는거...



어무이 건너편에 백혈병 땜에 골수이식 받고 마지막 처치를 받고 있는 이쁜 언냐가 있다.

연예인 할 얼굴은 조금 딸리지만, 남자들이 꽤 따라올 만하다.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1미터 이내 접근금지이지만, 나하고는 쎄쎄쎄를 하면서 시간 때운다.

20대를 병원에서 지내고 훌쩍 30대가 되어버려서 바깥 생활이 적응 안된단다.

그래도 바깥에서 지내는게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인정한다.


5키로만이라도 더 찌워서 해운대가서 몸매자랑 하라고 해줬다. 지금 170에 40키로라누만...



여자 목사가 로만칼라(졸라 웃긴다. 가톨릭도 아닌데 말이지)하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신자들도 그닥 안좋아한다.

여자목사라서 그런가?



여호와의 증인 아줌마 둘이서 파수대 돌리고 있다.

것두 기독교병원에서 말이지. ㅋㅋㅋㅋㅋㅋ

SGI창가학회랑 대순진리회도 가끔 보인다.

어쩌면 신천지 추수꾼들도 돌아다닐꺼 같은데 암병동에선 안 보인다.



옆방엔 환자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고, 보호자가 침대에서 코골며 잔다. ㅋㅋㅋㅋㅋㅋ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가서 왜 옷 갈아입었냐며 잔소리 하다가 "어머, 환자분 어디가셨어요?" ㅋㅋㅋㅋㅋㅋ



이 병원 간호사복은 정말이지 하체비만으로 보이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퇴근하는 간호사 언니들 몸매보면 빈약한 골반이 드러나는데, 간호사복을 입고 있을 땐 아기를 슴풍슴풍할 꺼 같다.

간호사들이 병원 유니폼은 궁뎅이 커 보인다며 싫어하더라~ ㅋ




어무이께서 "걍 죽고 말지. 안먹을란다" 하신다.

그런데 약을 드리면 잘 잡수신다.

긍께 죽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거 같아서 다행이다.

병원밥이라는게 어딜 가나 맛없는 것이고 지금 반찬투정하고 계신거다.


갑자기 어딘가에 전화하신다.

내용이 좀 심상치 않다.

"그래, 내 디지믄 입 닦을라카나?


1시간 뒤에 어떤 아줌마가 헐레벌떡 왔다.

"아주무이, 지가예 당장 이것밖에 없는데 우선 이거라도 받아주이소"

"그럼 이제 600 남았제? 언제 줄끼고?"

"올해 안에 갚을께예."


아~ 울 어무이 일수놀이 하고 계셨다.

고담시티에서 수성학군 빼고는 어디든 40평 아파트를 살 만한 돈을 풀어놓으셨다.


그런데 아들(나랑 동생이랑)더러 나가라고 하시더니 며느리(망치부인, 아프리카방송의 그분과 상관없음)에게

누구 2000만원, 누구 300만원, 누구 1300만원, 어느 금고에 3000만원 증권 있고 어쩌구 저쩌구~

망치부인께서 통장이랑 채권이랑 차용증들을 한가방 받아 가셨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무이께서 일케 말씀하시고 전화 끊으신다.

"나 항암제 땜에 기력도 엄따. 며느리한테 다 줬으이께 그짜(그쪽으로) 저나해라."


하긴 등신같은 아들들한테 줘봤자 돈 못받아내고 다 떼일 판이니 며느리에게 주는게 낫다.



여자 의사들 중에 육덕녀는 하나도 없다.

아니 아예 발육부진~

그런데 식당에서 깜짝 놀랬다.

여의사 3명이서 일곱가지 메뉴를 시켜놓고 나눠 먹는다.

도대체 여자의사들은 먹은게 다 어디로 가는건지...

정말 레지던트는 힘든가 보다.




어제 있었던 일...

어무이 주무시는 동안 옆에 앉아서 "신의 전사들"을 읽고 있었다.

웬 양복쟁이가 다가와서 묻는다.

"어떤 소설인가요?"

"소설 아니고 역사 도꾸멘따리인데요."

"뭐에 대한 거죠?"

"왜 물어보세요?"

"아~ 실은 제가 목사인데, 책 제목이 신의 전사들이라고 되어 있어서 관심이 생겼네요."

"그러셨구나... 이 책은 기독교가 중동서 삽질하는데 쿠르드족 출신 지도자가 싹쓸어 버리는 내용입니다."

"십자군 전쟁?"

"네."

"그건 가톨릭이고 기독교가 아니죠."

"목사 맞아요? 가톨릭, 개신교, 여증 등등 예수쟁이는 다 기독교죠."

"진정한 기독교는 프로테스탄트 뿐입니다!!!"

"진정 하시구요. 진정한 기독교가 뭔지 진정 논쟁하시려면 진정 가톨릭들 앞에 가서 진정으로 따져보시구요.

제게는 진정 다 개소리니까 진정 제 앞에서 진정 잘난체 않으셨으면 합니다."


맞은편 백혈병 이쁜언니가 실실 웃으며 한마디 한다.

"목사님, 그 아저씨 좀 이상한 사람이니까 상대하지 마세요."

"내가 뭐가 이상한데?"

"아저씬 목사나 교인들이 믿음을 버리게 만들어서 지옥 보내잖아."

"긍께 그게 뭐가 이상하냐구?"

"저 목사님한테는 이상한거쥐."

목사는 어느새 일어나서 말없이 나가버린다.



병은 하나님의 시험이니, 아니면 하나님의 심판이니 하는 개소리는 아직 안들린다.

6년 전에 어무이 당뇨병으로 입원했을 때는 목사들이 저딴 소리 많이 했는데...

그래도 거의 매일 기도해대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병을 낫게 해달라고 떼로 와서 기도하는 소리를 들으면 일케 말하고 싶다.

"요한복음 5장처럼 하나님께서 죄로 인해 병을 주신건지, 

잠언 3장처럼 사랑의 매를 때리시는지

것두 아니면 마귀가 병을 준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뭘믿고 함부로 기도하세요?"


뭐 환자 듣는데서 할 소리가 아니라서 참는다.




이제 한달 지났는데 지친다~



(P.S. 한달 뒤에, 그러니까 암진단 받고 두달 만에 돌아가셨네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