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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3 - 1 <부제 : 교회>
게시물ID : panic_145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0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7 09:19:20
ch.3 -교 회- no.1 


진경의 집에는 간단한 연고와 반창고 그리고 소위 말하는 빨간약(머큐로크롬) 
외에는 이렇다 할 치료용구가 없었다. 현일은 급한대로 화장실의 얇은 수건을 
붕대삼아 머큐로크롬을 듬뿥 부어댄 희경의 손목을 조심스레 감아주었다. 
생리때 먹던 진통제를 바리케이트로 좀전까지 사용했다가 무너진 잡동사니 안 
에서 찾아내어 네알을 삼키고 나자 진경은 어느정도 통증도 가라앉고 진정이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대체 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희경은 코앞까지 닥쳐온 죽음의 공포에서 생각치도 못하게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내준 남자들에게 물었다. 태수는 거실 여기저기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살펴보다가 희경의 질문에 답했다. 

"솔직히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차림새나 신분증 같은걸 보아서는 
그냥 근처 마을에 사는 주민이거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같아보이는데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좀전까지 저... 사람들의 행동은 결코 평범한게 아니였잖아요." 

희경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차마 사람이란 단어가 입에서 나오 
지 않았는지 억지로 내뱉는 투로 말했다. 

"그렇긴 하죠.. 정말 저희로서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에요.. 단지 모습이 괴상 
하게 변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이곳에 오기전에 산에서 
한번 더 이런 사람들과 맞부닥친 적이 있는데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경에 대한 간단한 처치를 마친 현일이 말했다. 그러자 태수가 말을 이어 받 
아서 부연 설명을 했다. 

"지금까지 접해본 바로는 이 사람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적어도 통증과 
그에 수반되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공포에 굉장히 둔감한 상태에요, 어느 
정도인가 하면 총알이 배를 관통하고 지나가도 벌에 쏘인 정도의 반응조차 보 
이지 않을 정도이거든요, 따라서 왠만한 공격으로는 이들을 쓰러뜨리거나 무 
력화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이들을 단번에 쓰러뜨릴 유일한 수단이라 
면 신체 전체에 기능을 전담하는 신경계를 공격하거나 심장의 기능을 정지시 
키는 것 뿐이라는게 여지껏 살펴본 결과 우리가 내린 결론입니다." 

태수의 설명의 황당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임 
으로서 생기는 암담함과 공포심 때문이였는지 두 자매는 아무말도 못하고 가 
만히 태수와 현일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이 답답했는지 태수가 한마디를 
더 붙였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머리를 잘라버리거나 심장에 구멍을 내버리는 것이 이 
들을 가장 확실하게 무력화 시키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만해 주세요.. 정말 끔찍한 얘기네요..." 

진경이 진통제의 효과로 약간 몽롱한 기운을 느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요, 끔찍한 얘기죠, 황당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들 눈 
앞에 쓰러져 있는 이자들은 10분전 까지만 해도 제가 휘두른 배트에 팔이 부러 
지고 늑골이 내려앉은 상태에서도 성난 황소처럼 저에게로 달려들려 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정말.. 이 자들이 사람인 걸까요?" 

희경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분명 그것은 민감한 사안이였다. 살아 있는 사 
람을 공격해서 물어뜯어 버리는 그들의 공격적 행동이나 무시무시할 정도의 
생명력은 분명 괴물이라 할만한 것이였지만 그 밖의 차림이나 행색은 주변의 
민간인임에 분명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민간인.. 더 정확히는 마을 주 
민이고 어떠한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광적인 행동을 보인것이라면 그들의 머리 
를 총으로 박살내버리고 심장에 구멍을 내버린 태수와 현일의 행동은 쉽사리 
정당화 하기 힘든 것이였다. 

"확실히 이중 몇몇은 낯이 익어요, 마을사람이거나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사 
람들이에요.. 그렇다는건 지금은 이렇게 괴물처럼 변한채 사람을 습격하고는 
있지만 한때는 우리와 마찬가지인 보통 사람이였을지도 보른 다는거 아니에요 
게다가.. 어쩌면 이런 모든 현상이 일시적인 걸수도 있어요..." 

진경이 희경의 질문에 답하듯 말했다. 

"정당방위라고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어떤 질병이나 외부 요인 같은 것에 
의해 일시적으로 광적인 증세를 보였던 것 뿐이라면 어쩌죠...?" 

진경의 말에 태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바닥에 머리가 터져 나간채 널부러져 
있는 남자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박살나 버린 지금의 그 시신은 그저 
총에 맞아 죽은 죄없는 민간인의 것처럼 보였다. 

"외부요인이던 뭐던 간에... 이런 상태의 사람이 우리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 
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더 나아가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이런 괴상한 증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처럼 정상적인 덕천리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것을 통신기를 통해서.... 희경씨? 라고 하셨죠.. 희경씨 께서 간접적으로나 
마 확인했다고 한 이상.. 우리로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의 
공격에서 살아남고 봐야 합니다."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태수 대신에 현일이 단호한 어조로 진경을 설득 
하려 했다. 그러자 진경은 조금은 신경질적인 어조로 물었다. 

"살아남는다구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했던것 처럼 위험한 존재 
가 아니라면 어떡하죠.. 단순히 공격적 본능에 사로잡혀서 조금 물어뜯는 정 
도의 증세를 보이는 것뿐이였는지 확실치 안잖아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덜 위험할지도 모른다구요? 아가씨 직접 놈들에게 공 
격을 받고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왜 여기에 왔 
는지 아십니까? 오늘 새벽녘에 산에서 심마니의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처음엔 
산짐승에 의한 습격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신고되었지만 우리가 직접 살펴본 
결과로는 심마니 시신에 난 상처 상당수가 사람에 의해 물어뜯겨 생긴 것이였 
고 그 상처들이 심마니를 죽게한 결정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왜냐구요? 그 시신을 확인하고 내려오는 길에 또다른 심마니 한명과 우리 동 
료 형사 한사람이, 이.. 괴물같은 인간들에게 우리 눈앞에서 습격을 당해 죽는 
것을 직접 두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민간인 차림의 그들을 
총으로 잔인하게 사살한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은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가씨의 말대로 일시적 증세일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치료될수도 있는 
질병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그런 생명존중적인 생각을 하고 있 
다간 우린 꼼짝없이 시체가 되어서 놈들의 간식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우리를 공격하는 놈들은 죽여버리고 재빨리 
이곳을 뜨는 것 밖에는 없어요!!" 

현일은 급박한 상황속에서 일말의 양심에 집착하는 진경의 모습에 흥분해서는 
어느새 격한 어조로 거의 소리지르듯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런 현일의 말 
이 잠시 끊기자 태수는 잽싸게 끼어들어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어찌 되었든, 아까 희경씨가 들은 것이 맞다면 마을 교회에 이렇게 변해버리 
지 않은 정상적인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고 하니까 우리도 그쪽으로 가보는게 
어떨까요? 차 없이는 저희들이 왔었던 산길을 통해 마을을 빠져 나간다는 것 
은 불가능한 일이고, 게다가 어디에서 또다시 습격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마을로 가서 차량을 구해보는 쪽이 나을거 같거든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차를 찾기도 훨씬 수월하겠죠? 게다가 진경씨의 상처도 그곳에 있는 
구급약품으로 더 제대로 치료할수 있을테구 말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교회까지 가려면 거리가 만만치 않아요... 도중에 또 습격을 
받지 말란 법도 없구 말이에요." 

희경은 태수의 의견에 찬성하면서도 내심 어디에서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습격이 있을지도 모르는 데다가 비까지 내려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밖으 
로 나가는 것은 내키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 이대로 있다가는 그대로 표적이 되어 기다리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오히려 자꾸 이동하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우리와 같 
은 사람이라면 저들에게도 밖의 상황은 똑같이 불리할 테구 말이에요." 

태수는 희경을 안심시키면서 현일 쪽을 보았다. 어느새 평정을 되찾고는 자동 
권총의 탄창에 탄알을 장전하고 있던 현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역시 찬성입니다. 일단은 교회쪽으로 이동합시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 
요한건 마을밖까지 우리를 태워다 줄 자동차니까 말입니다." 

"알았어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진경 역시 문이란 문은 죄다 부숴져 버린 자신의 집에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판단하고는 찬성을했고 네 사람은 세차게 내리치는 빗속으로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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