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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3 - 2 <부제 : 교회>
게시물ID : panic_145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7 09:20:24
ch.3 -교 회- no.2 

네 사람이 채비를 갖추고 진경의 집을 나섰을때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욱 굵어져 있었다. 마치 하 
늘에 구멍이라도 뚫린양 쏟아지는 비때문에 한사람당 하나씩 들고 비추고 있는 손전등 불빛도 
고작해야 2~3미터 앞의 사물을 간신히 분간할수 있게 해줄뿐 전등이 만들어내는 흰색의 빛기둥에 
보이는 건 빠르게 떨어지는 물방의 궤적 뿐이였다. 비가 감추어 버린 것은 그들의 시야뿐만이 
아니였다. 세차게 바닥을 내리치는 빗소리는 서로 가까이 붙어서 걷고 있음에도 서로간에 의사 
소통이 불편할 정도의 소음까지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일행의 시각과 청각 정보는 
매우 제한된 상태였고 그러한 답답함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습격자들의 공포와 합쳐져서 빗속 
을 걷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선두에 나서서 사방을 주시하며 걷고 있는 현일의 뒤에 바짝 붙어서 진경이 걷고 있었다. 진통제 
는 손목에서 끊임없이 전해지는 통증을 어느정도 잦아들게 하였지만 동시에 정신을 몽롱하게 만 
들어 똑바로 걷는것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차가운 빗줄기로 인해 낮아진 체온도 심한 출혈이 있 
었던 그녀에게는 큰 영향을주고 있었기에 진경의 몸은 연신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문득 돌아본 진경이 심하게 떨고 있는것을 본 현일은 놀라며 물었다. 

"괜찮아요, 좀... 춥네요.. 비를 맞아서 그런지.." 

"이런.. 약기운 때문에 체온조절이 제대로 안되는 걸거에요.. 낭패군.. 옷을 좀더 껴입고 나왔어 
야 하는데.. 교회가 여기에서 먼가요?" 

현일의 질문에 진경은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간신히 불빛이 비추어지는 곳의 풍경을 살펴보 
았다. 그들은 지금 산을 따라 만들어진 밭과 그 앞에 이어진 논 사이의 둑길을 걷고 있었다. 진 
경의 집에서 마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였기에 선택한 곳이였지만 쏟아지는 비로 질퍽해진 바닥 
탓에 그들의 걸음은 좀처럼 빨라지지 못했기에 그리 빨리 도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10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할거 같아요.." 

진경의 대답에 현일은 진경쪽으로 다가와 진경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래가지고는 10분은 커녕 5분도 채 못견딜 거에요, 나한테 붙어서요. 지금으로선 체온으로라도 
몸을 보호하는 수 밖에 없을거 같으니까..." 

진경은 갑작스레 현일이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조금 당황하면서도 몸과 몸이 붙으면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거부하지 못하고 자신 역시 현일 쪽으로 몸을 기댔다. 

"아까는 미안했어요,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상태라서.." 

현일은 손전등이 비추는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진경에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침착하다면 그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걸꺼에요, 저도 공포 
에 질려서 상황파악 못하고 뗑강부린거 밖에 더되나요..." 

"하하... 그런식으로 말하시면 제가 더 미안해집니다.." 

현일은 쑥스러운듯 웃으면서 들고 있던 손전등으로 둑길 여기저기를 비춰 보았다.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한 경계를 위한 것도 있겠지만 만난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동작이기도 했다. 그러던중 현일 
은 문득 뒤편이 조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태수와 진경의 동생인 희경이 쫓아오고 있을 터인 
데 빗소리때문에 소리가 묻힌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여지껏 한마디 말도없이 이렇다할 기척도 별 
로 느껴지지 않았던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현일은 불안한 마음에 얼른 뒤로 돌아보며 
손전등을 가져갔다. 그러나 현일의 손전등 불빛이 닿은 곳에는 태수와 희경이 멀쩡하게 나란히 
서서는 현일의 품에 안긴 진경의 모습을 바라보며 음흉스레 웃고 있었다. 

"얼레리 꼴레리.." 

태수가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현일을 놀리며 웃어댔다. 

'헤구.. 내가 저녀석을 걱정했다니 미쳤지...' 

현일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앞으로 손전등 불빛을 돌렸다. 

"언니분하고 우리선배 분위기가 좋아보이죠?" 

"그러게요... 그다지 언니 타입은 아니신데..." 

"왜요, 남자답고 머리좋고....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렇지 여자한테 매너도 좋아요 선배.." 

"그래도.. 우리 언니 타입은 미소년 쪽인데..." 

"큰일이네, 선배는 그쪽하고는 담쌓은 얼굴인데!" 

태수와 희경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농담은 이상할 정도로 정확하게 현일의 귀에 들려왔으나 현일 
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진경 역시 두사람의 만담이 들렸는지 아무 
말 없이 기댄채 현일이 가는 데로 따라서 걷기만 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해요." 

어둠속에서 갑작스레 갈림길이 나타나자 진경은 손으로 오른편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따라 
그쪽 편으로 빛을 비추자 전신주와 담벼락이 보였다. 민가가 모여있는 지역으로 들어서는 보이지 
않는 마을 입구쯤 되는 곳인 모양이였다. 

"조금만 더 가면 교회 건물이에요..." 

진경의 말에 네 사람은 바싹 긴장했다. 지금까지는 별일 없었지만 아까 희경이 통신기를 통해 들 
은 소리가 진짜라면 마을 어디엔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이 숨어있을지 알수 없는 노릇이였 
던 것이다. 태수와 현일의 손에는 어느새 권총이 들려 있었고 희경 역시 태수에게 받은 배트를 
치켜들며 언제라도 휘두를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네요... 마을 길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어요..." 

태수는 신발이 다 잠길 정도로 바닥에 들어찬 빗물을 보면서 말했다. 

"시골이라서 배수구가 없어요.. 논이랑 연결된 배수로가 막히면 이렇게 마을까지 물이 들이 닥치 
죠.. 보통 이쯤 되면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물길을 트곤 하는데..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네요" 

희경의 설명은 새삼 이 마을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수 있게 했다. 20여 미터를 더 
걸어가자 어둠속에서 꽤나 커다란 건물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2층 높이 정도 되어 보이는 건물 
은 놀랍게도 외벽을 붉은색 벽돌로 치장한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교회 건물이였다. 마을주민이라 
고 해봤자 다해서 200명도 채 되지 않을 조그만 마을에 들어선것 치고는 꽤나 고풍스럽고 커다란 
건물에 현일은 놀라며 낮게 탄성을 내뱉었다. 

"와.. 상당하네요 이런곳에 있는 교회 치고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여기에 지어졌다가 해방후에 잠시 창고 
로 쓰이던 것을 교구에서 사들여서 교회로 개조한 거죠..." 

희경은 호기심에 마을의 역사에 대해 조사해본 경험을 빌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크긴 
하지만 교회 건물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저기 봐요.." 

태수는 작은 창 틈으로 하얗게 새어 나오는 형광등 불빛을 보고는 소리쳤다. 

"어서 들어갑시다." 

현일은 내심 안심하면서 진경을 부축하며 건물의 정문쪽으로 다가갔다. 당연히 잠겨져 있으리라 
생각했던 교회의 문은 현일이 손으로 밀자 뜻밖에도 스르륵 열렸다. 양쪽으로 열리게 되어있는 
커다란 나무문이 안쪽으로 열리면서 경첩에서 삐그덕 거리며 기분나쁜 소리가 났다. 목재문 안에 
는 작은 로비가 있었고 다시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유리문이 나타났다. 

유리문 안쪽에서 비추어져 나오는 불빛 덕분에 로비는 상당히 환했다. 손전등의 스위치를 끄고는 
태수가 앞으로 나와 유리문을 열어 재꼈다. 

"맙소사...." 

유리문 안쪽의 풍경을 보자마자 태수는 낮게 신음하였다. 뒤따라 들어오던 희경은 아무말도 못하 
고 숨을 죽인채 한쪽에 놓여있는 탁자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손을 짚었다. 현일 역시 피로와 충 
격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진경을 간신히 부축하면서 놀란 눈으로 교회 안을 둘러보았다. 

3m쯤 되는 높이의 교회건물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나무를 이어 붙여서 만들어진 바닥은 건물이 
지어진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조금은 낡은 느낌이였으나 상당히 튼튼한 것이였다. 가장 
앞쪽에는 바닥보다 조금 높여 만든 연단이 있었고 뒤편으로는 짙은 자주색의 커튼이 둘러져 있었 
다. 그 커튼 가운데 커다란 나무십자가가 세워져 있었고 양편으로 걸쳐서 종이에 써서 붙인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글귀가 걸려져 있었다. 연단에서 조금 떨어져서 놓여져 있는 기다란 나 
무 의자들은 2열로 양쪽에 나란히 놓여져 있었던 것 같았으나 지금은 마구 흐트러진 채 엉망으로 
이리저리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의자들 사이사이 마다 여기저기 피칠갑을 한 마을 주민들이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 
다. 몇몇은 의자에 앉은 채 엎드려 있었고, 몇몇은 통로와 의자 밑에 널부러 진채 간간히 겹쳐져 
쌓이듯이 누운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끔직한 것은 가장 앞의 연단이였다.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연단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들이 흘린듯한 피로 연단은 새빨갛게 물들어 
져 있었고 가장 가운데 나무 십자가에 기대어 목사인듯한 복장을 한 초로의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너무 늦었군, 이곳도 놈들의 습격을 막지 못했던 거야..." 

현일은 침통하게 읊조리며 연단이 있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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