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해랑은 늘 해와함께인듯 밝은 사람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 이에요^^ --------------------------------------------------------------------------------
# 8 옥상에는 나나시가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이야기가 될거야..좀 길어도 이해해줘
어제 무사히 취직된것을 보고하려고 지금은 고인이된 친구의 성묘에 다녀왔어 그 작은 묘 앞에는 그 녀석이 좋아하던 물망초가 놓여져 있었어 「죽은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 기억해 주지만, 죽은 사람을 잊을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지?」 그렇게 웃고 있던게 생각났어
그리고...떠올랐어...그날의 일들이....
그 날.. 머릿속엔 온통 전날 밤의 일로 가득한채로 학교에 갔어 역시나 나나시는 보이지 않았고 아키야마는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태연하게 교실에 있었어 이야기를 해 보려했는데 평소와 전혀 변함이 없어서 마치 어제의 일은 전부 꿈이거나 거짓말처럼 느껴졌어
그래 그 이상한 일들은 전부 우연하게 겹쳐져 버렸을 뿐인거야 그 비명은 나나시가 탁자에 발이라도 부딪쳤나보지 뭐 그런 식으로 억지로 해석해보려고 했어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후지노, 잠깐만..」 아키야마가 나를 불렀어 왜?하고 물어봐도 따라와보라고 할 뿐이었어 하는 수 없이 나는 아키야마의 뒤를 따라 걸었어 도착한 곳은 나도 몇 번인가 신세를 진 적이 있는 큰 병원이었어 아키야마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가고..따라가보니..옥상이었어
오한이 느껴졌어...
여긴... 나나시가 가지고 있던 엄마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던 바로 그 장소였어..
「아줌마 말야..나나시네 엄마는 여기서 떨어지셨어」 아키야마가 말했어 침착하고 담담한 목소리였어
「내가 병문안 하러 왔을때...뛰어 내리셨어...내 눈앞에서...깔깔 웃으면서..그 얼굴이 천천히 무너져가는게...무서웠어」 언제나 무표정하던 아키야마가 얼굴을 찡그렸어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아줌마는 나나시에대한 집착이 대단했어 아저씨가 바람이나서 다른 여자랑 도망갔거든..그래서 인지..머리가 이상해지셔서 입원을 하셨는데 그러고 나서도 나나시한테는 정말....과잉이랄까...내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 조차도 싫어하셨던것 같아」
기분 나쁘지?하며 웃었어... 나는 나나시의 그런 과거는 처음 듣는 거였고 아키야마가 그런식으로 웃는 것도 처음 봤어 아키야마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어... 이어서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한마디를 내 뱉었어
「...옥상에는 나나시가 있었어」
여기, 내가 서있는 위치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모를만큼 바보는 아니었어 설마..하고 생각하긴 했었어...그게... 이제 확신이 들었어..
「나나시가…엄마를…?」
「여기 이 펜스, 아줌마가 떨어질 땐 좀 더 낮았어...추울때라서 아무도 없었고....훗」 라며 아키야마는 웃었어... 아키야마씨가 이상해져 버렸나 싶었어.. 그 정도로 무서운 미소였어
「그 날 이 후 부터 나나시는 점점 이상해졌어...딱 봤을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것 같지만 점점 이상한 일을 하고 있었어...그 녀석 주위에서.. 이상한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어..후지노도 봤지? 여러 가지..봤을거야.. 나나시의 집에서도..아줌마가 있었잖아..뭐 그건 실패였던것 같지만ㅋ별로 대단한것도 아니었고ㅋㅋ 그런데말야...결국 하고 만거야!!!위험할거라곤 생각 했었거든? 해선 안될것같기도 했고.. 그런데 해 버렸어!!이젠 더이상 손 쓸 수 없게 되버린거라구!!!!!! 난 몰라..난 몰르는 일이야...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아키야마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어
「야..무슨 말하고 있는거야 나나시 엄마는 없어!!돌아가셨잖아!!괜찮아..분명히 니가 너무 지쳐서..」 필사적으로 말을 늘어놓아 나나시를 설득해 보려고 했어
그런데 나나시의 뒤에서 덮쳐오는 것을 보고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됐어
「윽…」
조금 전 병원에서 본 것과 같은것이 나나시 뒤에 있었어 왜지? 분명 조금전에 사라졌을텐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나시가 말했어
「이거봐..ㅋ이젠 도망칠 수 없다구..」
그리고 나나시는 내 목에 손을 감았어 천천히 힘이 더해지고.... 연기 탓인지 나는 저항도 할 수 없었어
「무섭단말야..이젠 더이상..싫어..같이 죽자..부탁이야....」 나나시가 우는지 웃는지 모를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 천천히 눈앞이 흐려졌어
왠지 이렇게 함께 죽어주지 않으면 안될것같은...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깨어났을때는..ㅋ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난 병원 침대 위였어
아키야마가 어른들을 불러와서 구해준것 같아 화재도 다행히 심하게 번지지 않았고 난 단순하게 정신을 잃었던것 뿐이었대 아키야마는 전모를 어른들에게 이야기하진 않았나봐 어른들은 단순한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라고 생각했는지 난 아빠한테 엄청나게 꾸중을 들었어 그리고..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로는 나는 집의 뜰에 쓰러져 있었다고 해 상처고 뭐고 없이 곤히 잠들어 있었대..
「…그 녀석은?」 나나시에 대해 물어보니 어른들은 얼굴을 흐리더니.. 불이난 곳에서 손목을 긋고 있는게 발견이 되었다고 알려줬어 다행이 생명에 이상은 없는것 같지만 당분간은 입원을 해있다가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이 거두기로 했대
「불을 내 버렸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사실은 다르지...
나나시는 처음부터 죽을 생각이었던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속이 끓기 시작했어 그땐 나도 죽이려고도 했었다는 것에 미워서 견딜 수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결국엔...결국엔 그렇게 혼자 죽으려고 했다는게 용서할 수 없단 생각이 들었어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배신당했어 그걸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결국 나는 그 후로 나나시와 한번도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어 단 한번도 다시 보지 못한채로 그 녀석은 죽어버렸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살은 아니었고 사고사였다고 들었어
그때부터 몇년인가 흐르고 아키야마는 작년에 경사스럽게 결혼을 했어 난..조금 외로워졌지만.. 그런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든거야
그 무렵, 나나시가 하려고 하던 일을 말릴 수 있었다면... 나나시 역시 무서워 하고 있었다는 걸 좀더 빨리 눈치 챘다면.....
나나시는 지금 쯤 그런 차가운 돌아래에 있는 일따위 없었을 지도 모르는 데...
단지, 이런건 전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지나지 않지 이제와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